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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은행권 기술신용대출 164조…1년 새 36조 늘었지만 피로감도 커져
월별 잔액, 12월 첫 감소 전환…'생산적금융' 업고 외형 커져
2019-02-06 12:00:00 2019-02-06 12: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기술만으로 대출여부를 평가하는 은행권 기술신용대출잔액이 지난해에만 36조원 가량 증가하며 160조원대에 안착했다. ‘생산적금융’을 중심으로 중소·벤처기업 지원을 강화하고자 하는 정부의 정책에 은행권이 호응한 결과다. 다만 기술금융을 실적 위주로 평가하면서 은행 내부에서는 ‘줄세우기’ 방식에 따른 피로감도 나타나고 있다.
 
표/은행연합회
6일 전국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은행권 기술신용대출 잔액 및 평가액(잠정)에 따르면 작년 말 은행권의 누적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163조768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말보다 28.2%(36조489억원) 증가한 규모다.
 
기술신용대출은 담보가 부족하더라도 기술신용평가기관(TCB)의 평가를 토대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창업 초기 기업 등의 자금조달을 위해 마련됐다. 특히 정부가 혁신·중소기업 성장을 위한 ‘생산적 금융’을 독려하면서 대출 실적 또한 꾸준히 증가했다.
 
실제 2014년 도입 당시 89조원(12월 누적 기준)에 불과했던 대출 잔액은 작년 10월 160조원을 첫 돌파한 이후 3개월 연속 160조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기술금융대출 건수는 2017년 말 29만1486건에서 작년 말 37만9560건으로 확대됐으며, 기존 대출의 연장이나 대환실적을 제외한 평가액은 112조1669억원으로 1년 전의 83조9501억원에 비해 33.6% 늘었다.
 
은행별로 보면 기업은행(024110)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이 53조5618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23조8965억원, 21조6958억원으로 뒤를 따랐다. 이어 우리은행(000030)은 19조5019억원을 공급했으며, KEB하나은행은 18조9393억원으로 조사됐다. 지방·특수은행을 포함한 전국 17개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전년대비 감소한 은행은 수출입은행과 농협은행 두 곳에 불과했다.
 
이 중 수출입은행의 기술신용대출잔액은 2017년 말 1382억원에서 작년 말 560억원으로 60%가까이 빠졌고, 농협은행의 경우 5조2072억원에서 10.6% 감소한 4조6552억원으로 나왔다.
 
월별로 살펴보면 대출 잔액은 1년 만에 하락 전환했다.
 
지난 2017년 12월 127조7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매달 증가세를 유지했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작년 12월 전월대비 1.64%감소하며 처음으로 주춤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 기간 KDB산업·수협·대구·제주은행을 제외한 13개 은행은 모두 전월대비 축소됐다. 특히 수출입은행과 SC제일은행의 경우 한달 새 대출 잔액이 각각 11.39%, 11.73%가 빠졌다.
 
금융권 내부에서는 기술금융이 ‘줄 세우기’ 방식으로 공개되다 보니 과열경쟁으로 인한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소속을 밝히기 거부한 은행 한 관계자는 “기술금융의 경우 담보대출과 달리 기술력을 위주로 평가한다”며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기 때문에 이를 무작정 늘릴 경우 부실 위험도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금융위는 은행 혁신성 평가에 기술금융 실적을 일정 부분 반영하고 있으며, 매년 상·하반기 기술금융 평가 실시 결과도 내놓고 있다.
 
이 관계자는 “기술금융에 대한 활성화 요구가 많은 만큼 기술신용대출을 계속 늘리고는 있지만, 실적을 공개하고 은행 간 순위를 매기다 보니 외형 확대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지방에 거점을 둔 중소형은행이나 특수목적은행의 경우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대형은행에 밀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부연했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윈원은 “은행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기술금융을 확대하고, 정책 효과를 제고하기 위해선 실적 평가 순위를 바탕으로 한 패널티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포상 등으로 전환해 자발적인 기술금융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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