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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거래세 인하·폐지 본격 논의에 초단타매매도 ‘꿈틀’
파생에서는 외국인들이 이미 사용…“폐지시, 전문업체도 생길 것”
2019-02-01 00:00:00 2019-02-01 00:00:00
[뉴스토마토 신항섭 기자] 증권거래세 인하와 폐지가 본격 논의됨에 따라 초단타매매 세력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파생시장에서는 초단타매매가 이뤄지고 있어 폐지시 현물시장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증권거래세 폐지 또는 인하를 논의하고 있다. 여당과 정부가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는 쪽으로 검토하겠다는 소식이 있었으며 전날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거래세 인하를 적극 검토한다고 밝혔다.
 
기재부가 이미 증권거래세율을 어느 정도로 낮출지, 인하에 따른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를 놓고 실무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증권거래세 폐지로 차익거래가 활성화되고 유동성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최장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09년 12월31일 펀드의 증권거래세 면제가 일몰되자 우정사업본부를 제외하고 모두 차익거래시장을 떠났고, 2012년을 끝으로 우정사업본부의 거래세 면제마저 일몰되자 차익거래가 사라졌다"며 "차익거래가 사라지면서 현물시장의 유동성이 축소됐고, 한동안 코스피는 박스권 장세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내용을 고려할 때, 증권거래세 폐지는 차익거래 활성화와 차익거래의 대상이 되는 종목들의 유동성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으론 초단타매매를 이용한 차익거래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하이 프리퀀시 트레이딩(High Frequency Trading, HFT)이라 불리우는 이 기법은, 고성능 컴퓨터를 통해 수백만 분의 1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매우 빈번하게 매매하는 거래 방식이다. 설정하기에 따라 적게는 0.02~0.03%의, 높게는 0.04~0.05% 수익률에도 반응해서 거래를 반복하며 차익을 쌓는다.
 
지난 2009년 골드만삭스에서의 코드 유출을 시작으로 현재 뉴욕증시에 초단타매매가 자리잡은 상황이며, 전체 거래의 50%가 하이 프리퀀시로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국내 파생시장에서도 외국계 기관들을 중심으로 초단타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초단타매매의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거래세가 사라질 경우, 현물 주식시장으로의 확산이 전망된다. 특히 폐지가 아닌 인하만으로도 시도하는 업체들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세가 0.1%로 인하된다면 초단타매매를 시도하는 곳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만약 폐지한다면 주식 현물시장으로 대규모 외국계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고, 기관들도 외국계와 함께 초단타매매를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들 뿐 아니라 외국처럼 초단타매매를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들도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초단타매매를 위한 장비를 구축하기 어려워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확대될 수 있다. 개인이라고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초기 시스템 구축에만 수십억원, 최대 몇백억원까지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자금력과 조직을 갖춘 기관이 메인이 될 수 밖에 없는 영역이다.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초단타매매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코스닥 시장에 들어갈 경우 유동성 공급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선행매매(프론트 러닝)의 이슈들이 섞여 있었다 보니 초단타매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면서 “선행매매를 이용하는 초단타매매를 금지하고 시장조성(마켓메이킹) 역할을 하는 초단타매매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항섭 기자 kalth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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