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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인터넷전문은행 인가 막올랐지만…분위기 냉랭
당국 인가 심사 설명회 55개 기업·단체 참가…4년전의 절반 수준
과도한 규제·낮은 사업성 등 지적
2019-01-24 08:59:35 2019-01-24 08:59:35
[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에 이은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출현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네이버를 비롯해 인터파크, NHN엔터테인먼트 등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던 주요 ICT기업들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금융권뿐만 아니라 ICT업계의 분위기 역시 가라앉는 모양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개최한 '인터넷전문은행 주요 인가 심사 기준 설명회'에는 총 55개 기업과 단체에서 120명이 참석했다. 이 중 시민단체와 법무·회계법인 등을 제외한 일반 기업과 핀테크 기업, 금융사 등은 총 44개다.
 
이는 약 3년 전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인가 심사 설명회 당시보다 절반 정도 줄어든 규모다. 참석 인원 역시 첫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관련 설명회에는 300여명이 참석했으나 이번 설명회에는 절반 이상 감소했다. 기업 중에서는 인터파크와 위메프, 다우기술 등이 참석했으며 은행권에서는 농협은행과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등이 참석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대한 열기가 사그라진 원인으로 대형 ICT기업의 잇따른 불참 선언이 가장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을 적극 운영 중이고 시중은행의 온라인 금융 경쟁력 역시 높아져 차별화를 내세운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신 인터파크도 이번에 재도전할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사업자 선정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2015년 당시 인터파크와 컨소시엄을 꾸렸던 NHN엔터테인먼트 역시 제3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네이버를 비롯해 대형 ICT기업들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해온 은행들의 반응도 점차 식어가는 분위기다.
 
A은행 관계자는 "네이버가 차기 인터넷전문은행 참여 '최대어'로 꼽혔으나 불참을 선언하면서 성공 가능성에 의문을 품는 분위기"라며 "네이버와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면 사실상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B은행 관계자 역시 "인터넷전문은행 참여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분위기 파악 차원에서 참석했다"라며 "대형사들이 불참하기로 결정해 내부적으로 더 검토해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이처럼 제3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분위기가 급속히 냉각된 원인으로 정부 규제와 낮은 차별성 등을 꼽고 있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로 관련 대출 자산을 늘리기 어려워진 기존 시중은행들은 신규 수익원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일반 은행은 중소기업대출 확대로 눈을 돌릴 수 있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개인고객을 대상으로만 영업이 가능해 현재와 같은 규제 환경에서는 경쟁력을 키우기 힘들다"라고 지적했다.
새로 출범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차별성을 내세우기 어려워졌다는 판단도 분위기 냉각에 한 몫하고 있다.
 
C은행 고위 관계자는 "기존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권 전반에 디지털 혁신 속도를 높이긴 했지만 대출 위주의 영업 등 사업 모델은 일반 은행과 비슷해 차별화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설명회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의 세부 규제와 한도초과주주 요건 등이 지나치게 엄격해 네이버 등 ICT 기업이 불참을 선언한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전요섭 금융위 은행과장은 "대주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측면이 있지만 기존 은행법 체제하의 규제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며 "과도한 규제 때문에 ICT 기업들의 참여가 부진한 것인지는 인가 신청 상황을 봐야할 것 같다. 진행 추이를 지켜보며 추가적으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대형 ICT 기업의 불참 선언으로 금융사 중심의 주주 구성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날 설명에 참석한 금융사 관계자는 "컨소시엄에 ICT 기업이 없이 금융사만으로도 설립이 가능한가"라고 물었다.
 
이에 전 과장은 "핀테크 또는 정보통신기술 분야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 융합이 가능하지만 그런 부분이 없다면 감점요인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사진/뉴시스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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