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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글래스’, 샤말란이 그린 ‘진짜’ 히어로 월드
2000년 ‘언브레이커블’, 2017년 ‘23아이덴티티’ 이은 완결편
현실 속 히어로 개념, 영화 마지막 등장 충격적 빅픽처 실체
2019-01-14 00:00:00 2019-01-14 13:43:58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흔히 빅픽처란 말을 자주 사용한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예상하고 큰 그림으로 그린다고 비유한 말이다. 그 그림은 다른 사람들은 한 눈에 보기도 어려울 정도의 방대한 크기다. 스릴러의 장인이자 신으로 불리는 M.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무려 19년 전 이 같은 빅 픽처를 그렸던 것일까. 영화 글래스 2000년 개봉한 언브레이커블그리고 2017년 개봉한 ’23아이덴티티에 이은 샤말란 월드 최종판이다. 이 세 편의 영화가 하나의 세계관으로 이어진 것은 ‘23아이덴티티를 통해 드러났다. 영화 말미에 등장한 데이빗 던(브루스 윌리스)의 모습에 샤말란 마니아들의 충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제 그가 그려온 19년의 빅픽처가 완성됐다.
 
 
 
글래스는 히어로 영화다. 마블과 DC로 양분된 히어로 영화와는 그 결 자체가 완벽하게 다르다. 우선 영화적 상징성으로서의 히어로는 현실 속 존재하지 않는 허구다. 하지만 샤말란의 설정은 달랐다. 그는 현실과 상상의 결합을 진짜 현실처럼 융합시켰다. 그의 세계에서 히어로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 존재부터 시작한다. 왜 그들은 눈에 띄지 않는 것일까. 지금의 세계에 존재하고 있는 히어로는 과연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 것일까. 그 히어로들은 자신의 능력과 존재를 스스로 인지하고 있는 것일까. 그들은 서로의 존재를 알고는 있는 것일까. 다양한 질문을 거듭하면 샤말란이 구축하고 그려온 19년의 빅픽처가 완성되고 현실로 등장하며 관객의 인식 속에 보다 쉽게 접근이 된다.
 
글래스에는 3명의 히어로가 등장한다. 강철 육체의 ’, 초인적 신체 능력의 비스트’, 그리고 제목처럼 유리 같은 약한 신체를 초인적인 지능으로 대체한 엘리야’. ‘언브레이커블에서 던은 131명의 열차 사고에서 살아 남은 유일한 생존자다. 그는 이 사고로 자신의 능력을 각성하게 된다. ‘비스트케빈이란 남자다. 어릴 적 엄마의 모진 학대로 해리성 정체장애를 겪는다. 무려 23개의 인격을 갖게 된다. 그는 소녀들을 납치하고 그 과정에서 23개의 인격 속에 잠재했던 24번째 인격 비스트를 깨우게 된다. 그리고 케빈은 비스트의 발현과 함께 어릴 적 자신의 아버지가 열차 사고로 죽은 사실을 관객 들에게 알린다. 그 사고는 바로 던이 유일하게 생존하게 된 그 열차 사고다.
 
영화 '글래스'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글래스에선 던과 비스트 그리고 던과 함께 언브레이커블에서 스토리를 이어갔던 또 다른 인물 엘리야가 한 자리에서 만나게 된다. 던과 비스트는 자신들을 정신적 치료가 필요한 환자로 보는 스테이플 박사(사라 폴슨) 계략에 빠져 정신 병원에 감금되게 된다. 그 병원에는 이미 엘리야가 붙잡혀 있던 상황이다. 엘리야는 코믹스 속 히어로 스토리가 세상의 비밀을 감춘 일종의 예언서로 믿는다. 반대로 스테이플 박사는 엘리야의 그런 정신적 세계관을 현실로 돌리기 위해 던과 비스트를 붙잡는다. 엘리야의 정신 세계와 그의 믿음이 잘못된 허상임을 일깨우기 위함이다. 더불어 던과 비스트가 자신들의 능력이라 믿고 있는 것 자체가 허상임을 확인시켜 주기 위해 치료를 시작한다. 그 치료는 세 명을 각기 다른 통제 시스템에 가둔 채 여러 실험을 거듭하는 것이다. 이것은 과연 치료인가 아니면 또 다른 계획인가. 그것도 아니면 제2의 빅픽처일까. 스테이플 박사는 던과 비스트의 존재를 어떻게 알게 됐을까. 영화의 제목 글래스를 자신의 별명으로 갖고 있는 엘리야는 두 사람과 어떤 관계일까.
 
영화 '글래스'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히어로 스토리다. 하지만 기존 관객들이 갖고 있던 히어로 영화의 개념은 아니다. 세 명의 인물은 각기 다른 능력을 지닌 캐릭터다. 하지만 이들은 정신병원에 수감돼 있다. 샤말란 감독은 히어로 영화와 현실의 개념 속에 상상의 개념을 넘어선 그만의 확실한 인장이 될 아이디어를 접목시킨다. 그 아이디어는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바로 이 영화가 줄기차게 언급하는 허상이다. 이들 세 명은 영화에서 정신병원에 수감된 정신병자로 분류된다. 일종의 과대망상증 환자로 정의돼 있다. 하지만 이들의 과대망상이 만약 사실이라면. 이 개념이 글래스의 완벽한 콘셉트가 된다.
 
이 콘셉트는 세 명의 독특함으로 다시 이어진다.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확실한 약점을 각각 지니고 있다. 슈퍼맨이 크립토나이트란 치명적 약점을 지니고 있듯, 히어로에겐 분명한 약점이 존재해야만 한다. 던의 경우 ’, 비스트는 섬광’, 엘리야는 불완전한 신체다. 그들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그 약점을 지금까지 안고 살아간다. 그 지점은 글래스의 콘셉트를 단단하게 만드는 보완제가 된다.
 
영화 '글래스'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이렇게 세 명은 각기 다른 약점을 안고 있지만 각기 다른 색깔을 지니고 있다. ‘으로 여겨지는 으로 비춰지는 비스트그리고 그 중간에 자리한 엘리야’. 이들 세 명은 스토리가 이어지면서 대결 구도의 깊이를 파고 든다. 하지만 그 깊이가 깊어질수록 선과 악의 대결은 점차 흐려진다.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관객들도 헷갈리게 된다. 이들의 대결은 정의란 대의명제보단 생존이란 단어에 방점을 찍고 있는 듯한 인상이 강렬하다. 생존이란 단어 자체보단 각각의 캐릭터가 존재했던 세계관이 부딪치는 생경한 장면의 등장이란 표현이 더 어울리는 스크린 비주얼이 펼쳐진다.
 
사실 무엇보다 글래스의 포인트는 샤말란 감독이 바라보는 히어로 장르의 세계관이다. 이 영화에서 초능력은 질병으로 분류된다. 스테이플 박사는 그것을 치료할 수 있는 질병으로 규정한다. 그래서 세 명의 캐릭터가 충돌하고 그것이 끌고 간 마지막의 결말부에서 등장할 충격은 샤말란이 그려낸 진짜 빅픽처의 실체가 어떤 그림인지 관객들의 의식을 철저하게 부셔버린다.
 
영화 '글래스'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만든 다크나이트’ 3부작이 칭송 받는 이유가 히어로 세계관을 현실과 접목시킨 관점에서다. 히어로 장르 바이블로 불리는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 2008아이언맨1’부터 시작됐다. 샤말란은 그보다 8년이나 앞선 2000언브레이커블로 히어로의 개념을 스크린으로 끌어 왔다. 그것도 놀란 감독이 이끌어 낸 현실 장르의 개념을.
 
글래스’, 이 영화 한편으로 샤말란의 세계관은 MCU를 넘어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건 분명한 사실이다. 개봉은 오는 17.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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