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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인공지능과 중국의 미래 전략
2019-01-04 06:00:00 2019-01-04 06:00:00
양갑용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지난해 중국과 미국의 무역 갈등은 중국에 여러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안겼다. 미국의 글로벌 역량과 영향력이 중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여전히 강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미국의 강력한 글로벌 영향력 하에서 미래 강대국 지위를 어떻게 정립해 나갈지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안겼다. 미국의 현실적 힘이 여전한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의 글로벌 파워를 인정하고 어떤 길로 우회할 것인지 전략적 고민을 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 중국이 선택한 국면 돌파의 우회 전략이 바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길이다. 내수시장을 기초로 인공지능과 경제를 융합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전략 수정은 미중갈등으로 촉발된 것은 아니다. 중국이 오랜 기간 고민한 결과다. 다만 2018년 한 해를 관통했던 미중갈등의 여파로 전략 추진에 속도가 붙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제19차 전국대표대회(19대) 업무보고에서 "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실물경제의 심도 있는 융합을 추진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를 통해 "·고급 소비, 혁신성장, 녹색저탄소, 공유경제, 현대적인 공급 사슬, 인적자본 서비스 등 영역에서 새로운 성장점을 육성하고 새로운 동력을 형성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본격적으로 AI와 실물경제의 결합을 새로운 발전 전략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국무원도 지난 2017년 발표한 <차세대 AI 발전 규획>에서 '2030년까지 AI 세 걸음 걷기' 전략 목표를 제시했다. AI를 통해 전통산업을 혁신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이러한 전략 변화를 통해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질 높은 발전을 추동하는 새로운 동력으로 AI를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본격 표명하고 있다. 이미 중요한 발전 전략으로 자리매김한 이상 부분적인 전술적 수정과 보완은 있을지언정 AI 발전이라는 전략 그 자체를 수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가을 상하이에서 열린 '제1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영역이 바로 AI 분야였다. 중국의 관심을 잘 드러냈다. 2017년 중국 AI 핵심 산업 규모는 이미 700억 위안을 넘어섰다. 차세대 AI가 부상하고 있고, 중국은 그 안에서 거대한 시장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중국도 미국과의 전면적인 갈등을 우회하는 전술적 조치로써 AI를 경제와 연계해 새로운 내수 공간을 확충하기 위한 방안으로 접근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917일 상하이에서 개최된 '2018년 세계 AI 대회' 축하 서신에서 "중국은 지금 질 높은 발전에 주력하고 있다"고 하고, "AI 발전과 응용은 경제사회 발전의 지능화 수준을 높이고 공공 서비스와 도시 관리 능력을 효과적으로 증강시킬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아울러 "중국은 기술교류, 데이터 공유, 응용 시장 등에서 각 국과 교류 협력을 추진하고 디지털 경제 발전 기회를 공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인민일보도 "인공지능은 과학기술 혁명과 산업 변혁을 이끄는 전략적 기술이고, 견인력이 강한 '선도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 가속화가 글로벌 과학기술 경쟁의 주도권을 획득하는 중요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과학기술 혁명에서 AI가 관건적인 요소임을 강조한 것이다. 중국이 AI를 고도로 중시하고 빠르게 발전시켜야 전략적 제고점을 장악할 수 있다고 인식하는 이유다. 또한 중국은 AI를 사회관리와 결합하여 새로운 거버넌스 모형을 만드는 데도 관심이 높다. 따라서 AI 전략은 향후 중국의 발전 로드맵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AI에 대한 중국의 관심과 기대는 전통적인 산업에서는 결코 미국을 추월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에 따른 인식의 결과이기도 하다. 아직 초기 단계에서 글로벌 표준을 만들어가는 분야에서는 중국의 과감한 산업정책을 통해 선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AI는 매우 매력적인 산업이다.
 
중국의 과학기술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과학연구 수준을 보여주는 과학저널 '사이테이션'에서도 중국 연구자들의 관련 연구결과들이 대폭 증가하고 있다. 당 국가체제는 자원 투입 등 산업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도 유리한 측면이 적지 않다. AI에 대한 집중 투자와 산업정책을 통한 추진 동력을 국가 차원에서 쉽게 이뤄낼 수 있다. 효율성도 매우 높다. 당과 국가 지도자의 AI에 대한 발전 의지도 강하다. 미래 글로벌 경쟁에서 중국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분야로 AI를 보는 인식을 충분히 공유하고 있다중국은 인재 강국의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고, 가용한 국내시장을 토대로 AI라는 미래 먹거리 주도권 획득에 나서고 있다. 즉 미래 발전의 핵심 요소를 기술 장악에 두고, 기술 장악을 통한 기술 표준의 제정,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주도권을 갖겠다는 야심을 드러내는 전략이 바로 AI라고 할 수 있다. 기술 주도권 확보를 통한 우회 전략이 바로 시 주석이 신년사에서도 밝힌 '백년 동안 있지 않았던 대변화'에 임하는 중국의 자세다. 미국을 의식해 속도를 조절하고 있을 뿐이다. 불가역적인 방향은 이미 정해졌다. 우리도 미래 먹거리와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서 대변혁의 시기에 어떤 전략을 가지고 갈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양갑용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jiay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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