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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선균 “‘PMC: 더 벙커’ 초기 버전은 더 빨랐다”
“처음 본 시나리오, ‘이게 가능해’란 호기심이 날 자극”
영화 속 CG장면에 깜짝…“내가 보고도 놀랐을 정도”
2018-12-27 00:00:00 2018-12-27 11:43:58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배우 이선균은 놀라워했다. 자신이 읽은 시나리오의 이미지가 실사로 구현된 모습에 연신 놀랍단 반응이었다. 그가 영화 ‘PMC: 더 벙커를 찍으면서 느낀 감정은 흥미로움이었단다. 그도 그럴 것이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그림들이 난무했었다고. 폐쇄된 공간 속 생존 경쟁이다. 더욱이 대부분이 장면이 1인칭 시점샷으로 구성돼 있었다. 궁금했단다. 도대체 이 그림이 어떻게 나올지. 더군다나 일반인들에겐 낯선 단어가 아니지만 공간적으로 벙커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곳이었다. 어떤 공간에서 어떤 장면으로 이 얘기가 구현될지 궁금했다. 그리고 완성된 결과물을 봤을 때 그는 한국 영화의 기술력에 탄복했다고. 다른 점은 다 제쳐 두고서라도 이 영화를 통해 보고 느낄 수 있는 재미만큼은 충분히 보장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미 인터뷰 당일이 개봉 일이었고, 사전 예매율 1위란 수치가 예비 관객들의 기대감을 증명한 듯 했다.
 
배우 이선균. 사진/CJ엔터테인먼트
 
26일 오후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선균은 기대감이 있어 보였다. 그동안 흥행작과 실패작에 대한 출연 비율이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번에는 전작의 기운이 넘치고 있기에 그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기대감은 자신이 선택한 느낌에 더 가까웠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의 흥미로움이었던 듯싶다. 도대체 이 내용이 어떤 영상으로 그려질지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자신도 가장 궁금했었다고.
 
우선 시나리오가 재미있다 없다의 개념이 아니라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란 궁금증이 더 컸어요. 정확하게는 공간에 대한 상상이 안됐어요. 벙커를 들어가 본 사람이 대체 몇 명이나 되겠어요. 하하하. 그리고 시점샷이 정말 많잖아요. 그 시점샷을 중심으로 한 화면 움직임이 어떻게 나올지에 대한 궁금증도 컸고. 아무튼 궁금한 것 투성이었어요. 사실 한 번에 쭉 넘어가는 시나리오는 아니었죠(웃음).”
 
이선균의 말에 따르면 우선 공간은 처음 연출을 맡은 김병우 감독과의 만남에서 일정 부분 해소가 됐다. 감독이 레고로 대략의 공간을 만들어서 눈앞에 보여줬다고. 굉장히 신기하고 또 감독에 대한 믿음이 생기는 순간이었단다. 그 완성물을 바탕으로 세밀하고 촘촘한 설계를 한 감독의 준비에 확신이 생기게 됐다고. 약간은 불편하고 또 적당히 잘 넘어가지 않는 시나리오의 전개가 일순간에 해결된 느낌이었단다.
 
배우 이선균. 사진/CJ엔터테인먼트
 
하정우씨가 더 테러 라이브에서 김병우 감독과 한 번 작업을 해본 경험이 있잖아요. 정우씨 말로는 김 감독이 이과형 감독님이라고 하더라고요. 하하하. 뭐든지 감성적으로 접근하기 보단 철저하게 준비를 하는 느낌이었어요. 공간도 레고로 꽤 세밀하게 만들어서 보여주는 것보고 놀랐죠. 거의 그대로 세트가 준비 됐으니. 전체적으로 꽤 세밀하게 이미 사전 준비가 돼 있었어요.”
 
그는 ‘PMC: 더 벙커출연 결정에 대해 결정적으로 분량이 작았다는 점을 들었다. 농담이 반 정도 섞인 발언이지만 나머지 반은 진심이기도 했다. 이 영화 출연 제안은 그의 또 다른 주연작 악질경찰촬영 당시 받았다. ‘악질경찰의 경우 이선균이 거의 모든 내용을 끌고 가야 하기 때문에 육체적 심리적 부담감이 상당하다. 잠시 쉬는 타이밍을 가질 계획이었다. 하지만 여러 모로 거절하기 힘들었던 작품이 이번 영화였다.
 
“’더 테러 라이브는 재미 없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니잖아요(웃음). 거기에 정우씨하고도 꼭 작업을 해보고 싶었고. 아내(전혜진)더 테러 라이브에 출연해서 김 감독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었죠. 이 영화 제작사 대표도 친분이 있었고, 촬영 감독인 김병서 감독과는 대학 선후배에요. 완전 인연으로 뒤엉킨 작품이었죠. 하하하. 사실 거절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분량이 작다는 말에 이런 사람들과 하는 데 분량도 적으면 꽤 적절한 출연이겠다싶었죠. 물론 재미도 있었지만 힘도 엄청 들었고. 하하하.”
 
배우 이선균. 사진/CJ엔터테인먼트
 
워낙 액션 강도가 높은 영화이기에 이선균이 쉽게 볼 작품은 아니었다. 그 역시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는 ‘PMC: 더 벙커를 액션 영화로 접근하지 않았단다. 하정우가 연기한 에이헵이 극 전체를 끌고 가면서 감정적 혼돈에 휩싸이는 복잡한 캐릭터라면 자신이 연기한 윤지의는 명확한 지점이 눈에 들어왔단다. 하정우를 받쳐서 극의 풍성함을 만들어 주면 그만이었단다.
 
제 분량, 그러니깐 롤 자체가 주연급이 아니라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더 들었죠. ‘악질경찰에서 좀 많이 기운을 써 주연급은 저도 연달아선 힘들 듯싶었어요. 에이헵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역이라면 전 행동의 목적이 명확했잖아요. 특히나 에이헵에게 어떤 목적을 주는 그 행동만 집중하면 되니 액션이라기 보단 드라마적 요소가 강하다고 봤죠. 특히 이 영화가 기획부터 준비가 오래됐는데 제가 제일 늦게 합류했어요.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얹는 기분이라 뭘 요구하는 것도 너무 그렇잖아요.”
 
언론 시사회 및 일반 시사회 그리고 개봉날 온라인에 올라온 실시간 관람평에 대한 생각도 궁금했다. 일단 액션 장면이 많다. 이선균에게 할당된 액션이 그리 많지 않지만 영화 전체의 액션이 많으니 이선균도 그 안에 녹아들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액션이라기 보단 폐쇄된 공간, 벙커안에서 생존을 위해 사투하는 장면이 눈을 의심케 했다. 굉장히 디테일하고 사실적인 장면이 많았다.
 
배우 이선균. 사진/CJ엔터테인먼트
 
“CG장면이 꽤 많아요. 그런데 구분 못하시겠죠(웃음). 저도 가편집 버전을 본 적이 있는데 완성본은 언론시사회에서 처음 봤어요. 눈을 의심할 정도였으니. ‘저게 어떻게 저렇게 만들어졌지?’라고 놀란 장면이 많아요. 세트 자체도 굉장히 컸는데 그 안에서 벌어진 그 장면이 어떻게 저렇게 나왔을까. 정말 우리 기술력도 대단하다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액션 중 일부 장면은 제가 손에 DSLR 카메라를 묶고 직접 촬영도 했어요. 촬영 장면 중 제 지분도 꽤 됩니다. 하하하.”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유일하게 단점이 될만한 지점도 분명히 있다. 굉장히 특이한 보이스톤으로 유명한 이선균이다. 북한의 엘리트 의사로 나온다. 일반적인 상식의 북한 사투리보단 일상적인 표준어 스타일의 말투로 그는 윤지의를 연기했다. 억양에서 미세한 느낌의 북한 말투를 표현했지만 듣기에 따라선 의아함도 들 지점이다.
 
후시 녹음에서 사실 억양과 목소리 톤을 좀 줄였어요. 감독님의 요구셨어요. 탈북하신 분이 현장에서 북한 사투리 감수를 직접 매번 하셨는데, 감독님이나 그 선생님 모두 강한 사투리보단 감정적으로 대사를 하라고 요구하셨죠. 사실 저도 되게 헷갈리고 지금도 좀 그런 부분이긴 해요. 그게 맞았는지 틀렸는지. 감독님이 북한의 엘리트 의사이고 해외 유학 생활도 했을 것이고 강한 사투리보단 억양 적으로만 미세하게 표현해 달라고 요구하셨죠. 그 지점이 좀 다르게 들린다면 뭐 제가 감수해야 할 지점이죠.”
 
배우 이선균. 사진/CJ엔터테인먼트
 
‘PMC: 더 벙커에 대한 언론과 대중의 느낌은 우선 두 가지로 압축된다. 굉장히 빠른 흐름이다. 그리고 폐쇄된 공간이 주는 압박감이다. 이 두 가지는 장점이 될 수도 있고 의외로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온라인 PC게임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겐 굉장히 낯익은 장면의 연속이다. 반대로 그에 익숙치 않은 중장년층에겐 굉징히 어지럽고 빠르다. 이선균 역시 동의했다.
 
가편집 버전은 사실 지금보다 더 빨랐어요. 잠시 눈만 깜박해도 흐름을 쫓아가기 힘들 정도였어요. 감독님이 꽤 많은 버전으로 공들여 편집을 하신 게 이번 상영 버전이에요. 더 느려지면 그건 ‘PMC: 더 벙커가 아닌 것 같기도 해요. 모든 세대를 아우르면 좋겠지만 다 만족시킬 수야 있겠어요(웃음). 공간에 대한 이질감을 느끼는 재미와 신기한 장면들이 꽤 많아요. 가장 흥미로운 관람평이 영화 보고 나니 게임 하러 가고 싶다였어요. 전 어떤 영향을 주는 게 가장 좋은 반응이라고 봐요. 그거면 그 영화가 가지는 목적을 거의 이뤘다고 봐요. 꽤 색다른 재미를 분명히 느끼실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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