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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계, 블록체인 도입은 '아직'
2018-12-19 15:53:49 2018-12-19 15:53:49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차세대 금융기술인 블록체인이 최근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기존 시스템을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해운업계에선 세계 최대 해운사 머스크와 IBM이 블록체인 사업 합작사 설립으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으나 흥행성적은 신통치 않다. 다른 해운사들이 정보보안이나 운영상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특정 선사가 주도하는 블록체인에 참여하는 것을 꺼리고 있어서다.
 
머스크와 IBM은 지난 1월 무역 거래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합작사인 '트레이드렌즈'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섰다. 블록체인은 각종 거래 정보를 중앙 서버가 관리하지 않고, 개인간(P2P) 네트워크에 정보를 모아 공동으로 거래 내역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방식이다. 중앙 서버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처리 속도가 빠르고, 해킹 위협으로부터 안전하다.
 
해운업계 역시 블록체인 기술을 주목하고 있다. 제품의 운송 시간을 단축하고, 물류비를 절감하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머스크와 IBM이 레이드렌즈를 출범시킨 배경이기도 하다. 블록체인 기술 도입으로 가장 크게 바뀌는 것은 선사와 화주간 정보교환이 실시간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해외로 화물을 보낼 경우 지금은 출발과 도착 정보만 확인하는 수준이지만,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공급망 내 모든 거래 참여자들이 실시간으로 짐을 추적하고, 운송 상황을 점검할 수 있다. 또 화물 운송 과정 전반의 비용절감도 꾀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물류 관련 문서를 교환하면, 무역문서와 행정처리에 지출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 비용은 전체 운송비의 5분의 1정도 차지하는 것으로 해운업계는 추정한다.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와 IBM이 지난 1월 설립한 블록체인 합작사인 트레이드렌즈 홈페이지. 이미지/트레이드렌즈 홈페이지
 
지난 8월 트레이드렌즈 발표에 따르면 블록체인 물류 플랫폼에 참여하는 기업은 94곳이다. 20곳 이상의 항만과 터미널 운영사, 세관당국, 항만, 운송화물기업과 물류회사 등 관련 기업이 참여해 해운 블록체인으로서의 꼴을 갖췄다. 다만 해운기업 중에선 싱가포르 PIL 한 곳만 참여해 업계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트레이드렌즈가 머스크에 속해 있어 다른 해운사들이 참여를 꺼린 것으로 분석한다. 플랫폼 운영과 정보보안 정보가 자칫 경쟁사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이유로 플랫폼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국내외 해운·물류업계는 블록체인을 적용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은 삼성SDS와 손잡고 플랫폼을 개발해 지난 9월 시범항차를 마무리했다. 로테르담 항만은 삼성SDS, ABN암로(Amro)등과 협력해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을 완료하는 한편 글로벌 컨설팅회사 액센츄어는 싱가포르 해운사들, 유럽세관당국 등과 협력해 독자적인 블록체인을 구성했다.
 
윤희성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빅데이터연구센터장은 "전세계 대다수의 시장 참여자들이 사용하는 거대시스템의 운영이 필수적"이라며 "다만 정보보안이나 운영상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있는 경쟁기업들이 특정 선사가 주도한 블록체인에 참여해 시스템을 완성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운과 물류 분야에서 블록체인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적용이 시도되고 있지만 실용적 가치를 입증하는 데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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