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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 화재 원인규명, 산업부 뒷북처방·눈치보기?
2018-12-18 17:55:13 2018-12-18 17:55:13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가 잇따르지 정부가 긴급조치에 나섰다. 정밀 안전진단이 완료되지 않은 모든 ESS 사업장에 가동 중단을 권고했다. 하지만 첫 사고가 발생한 후 반년이 지나서야 수습에 나선 것을 두고 '뒷북처방'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산업부가 배터리 공급업체인 LG화학이 '셀프' 안전점검을 실시하도록 한 것과 관련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국가기술표준원(이하 국표원)은 종일 ESS 대책회의로 분주했다. 전력업계도 비상이다. 앞서 17일 정부는 정밀 안전진단을 완료하지 않은 모든 ESS 사업장에 가동 중단을 권고했다. 당일 오전 7시경 충북 제천시 송학면 아세아시멘트공장에서 불이 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특히 LG화학 배터리를 쓴 ESS는 즉각 가동을 멈췄다. 올해 5월 첫 화재 이후 현재까지 ESS 사고는 총 15건이다.

정부는 첫 사고 후 8개월여 만에 수습에 나섰다. 늑장대응에 이용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정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함께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사고 원인은 규명되지 않고 있는 상황으로 정부는 ESS의 설계 특성만 탓하고 있다. ESS는 낮에 전기를 저장했다가 밤에 분산·방출하는 장치다. 배터리 등 전력저장원과 전력변환장치(PCS), 전력관리시스템(BMS) 등이 합쳐졌다. 국내에서 배터리는 삼성SDI와 LG화학이, PCS는 LS산전이, 시스템통합은 효성중공업이 주로 생산한다.
 
신재생에너지 확산과 함께 에너지저장장치(ESS)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사진 내용은 기사와 관련 없습니다). 사진/뉴시스
 
정부는 사고 원인을 금방 밝혀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까지만 해도 무더운 기온에 따른 시스템 자연발화에 비중을 뒀다. 하지만 가을과 겨울로 접어들었어도 사고는 줄지 않았다. 특히 지난달 28일 당국은 "정밀 안전진단 결과는 하루 단위로 산업통상자원부로 보고, 이상 징후를 즉각 파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지난 17일 또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설비는 전소됐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면, 정부의 노력에 문제의식이 결여됐다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없다.  

일각에선 정부가 정권과 대기업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13일 경남도청에서 '중소기업 스마트 제조혁신 전략보고회'를 열고 "태양광과 ESS, 공장 에너지관리시스템 등을 연계한 에너지 인프라 조성과 통합 에너지거래 플랫폼 구축"을 강조한 바 있다. 신재생에너지와 연계한 미래형 에너지에서는 ESS가 필수다. 더구나 ESS는 주요 그룹에서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정부가 양쪽의 눈치를 보느라 대응에 미진하다는 말이다.

정부가 배터리 이외의 관련 부품업체만 조사에 나서 이들 업체들이 영업과 수주에 지장을 받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공급처가 LG화학과 삼성SDI 등으로 한정돼 산업부가 조사에 적극적이지 않다"며 "배터리 제조사보다 상대적으로 힘없는 ESS 컨테이너설계 제작업체나 PCS 업체들에게 사고 책임을 떠넘길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 관계자는 "원인 규명에 노력 중이지만 최신 기술이라 시간이 다소 필요한 것"이라며 "정밀 점검을 신속히 마치고 원인이 밝혀지면 제도개선을 위해 관계부처간 협의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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