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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유지, 섣부른 판단"…거래소 비판 목소리
재무제표 수정 전 판단도 논란 소지
2018-12-12 06:00:00 2018-12-12 06:00:00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한국거래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유지를 결정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분식회계가 없었다면 상장 자체가 어려웠을 것이란 점은 외면하고 판단 기준을 현재 상태로 좁혀서 결론을 내렸고, 수정 재무제표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판단을 했다는 지적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거래소는 전날 기업심사위원회를 열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경영 투명성에 관해 일부 미흡한 점이 있지만 기업의 계속성과 재무 안정성 등을 고려할 때 상장 폐지할 상태가 아니란 판단이다.
 
거래소는 "매출·수익성 개선이 확인된 가운데 사업 전망과 수주잔고, 수주계획 등을 보면 기업의 계속성에 우려가 없다"며 "2016년 11월 공모 증자와 올해 11월 바이오젠 콜옵션 행사 등으로 상당 기간 내에 채무 불이행 등이 현실화할 우려도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지난해 7월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분식회계 혐의 관련 삼성바이오로직스 및 삼정,안진회계법인 대표이사 등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거래소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유지 결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참여연대는 "거래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할 때 상장 자체가 분식회계의 결과물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분식회계 혐의가 온전하게 규명·해소됐는지를 제1의 판단기준으로 삼았어야 한다"며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중대 범죄인 분식회계의 재발을 방지하고 자본시장 신뢰 회복에 만전을 기했어야 할 거래소가 자신의 책무를 유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분식회계가 없었다면 상장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일단 상장만 되면 그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있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겼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또 다른 분식회계를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참여연대와 같은 주장을 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거래소 규정상 분식회계 자체가 상장폐지 사유는 아니다. 분식회계를 한 금액을 바로잡았을 때 ▲최근 사업연도 말 현재 전액 자본잠식이거나 ▲2년 연속 50% 이상 자본잠식인 경우가 상장폐지 대상이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장이 지난달 하순 국회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재무제표를 수정해도 자본잠식이 되지 않는다"고 밝힌 적이 있는데 거래소도 같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 관계자는 "분식회계를 한 재무제표를 바로 잡으면 자본잠식이 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상장폐지로 이어지다 보니 분식회계를 상장폐지로 바로 연결하는 오해가 생기는 것 같다"며 "재무제표 수정 후에도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상장은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정 재무제표가 나오기 전에 판단을 내린 것도 논란의 소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상장폐지 심사를 신속히 진행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정 재무제표를 기다리지 않고 다른 자료들을 참고해 판단했다"며 "상장 폐지 가능성을 고려했다면 이런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란 점을 생각하면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시작하면서부터 이미 결론을 내려놨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선위의 행정처분에 대해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한 상태다. 여기에는 재무제표 수정도 포함돼 있다.
 
참여연대는 "분식회계를 반영해도 상장 요건을 충족한다는 주장도 검증이 필요하다"며 "최소한 분식회계 장부에 대한 수정 재공시가 이뤄지고 그 결과가 상장 요건을 충족하는지에 대해 객관적으로 검증된 이후에 결론을 내렸어도 늦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성급한 결론을 내리면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보다 전향적인 조치가 이뤄질 기회를 원천봉쇄 했다고 강조했다.
 
상장 규정 개정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특혜 상장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거래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면죄부를 주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크게 확대했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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