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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 '서울 남북 정상회담' 북미 대화 추동 기대
청 "다양한 가능성 열어두고 준비"…주요 산업시설·제주도 등 후보지 거론도
2018-12-02 12:48:40 2018-12-02 12:55:50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한미 정상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서울 남북 정상회담' 필요성에 공감한 데는 북미 대화에 추동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공동의 노력에 추가적인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경우에 따라 북미 정상회담 전에라도 김 위원장의 답방이 이뤄질 수 있는 여지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9월 평양공동선언문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로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다”는 문구가 들어갔고, 문 대통령이 직접 “가급적 올해 안에 방문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공동선언 이후 청와대는 북미 정상회담 후 김 위원장이 답방하는 그림을 그려왔다. 북미가 2차 정상회담 후 비핵화 시간표 마련 등의 진전을 이룬 후 답방이 이뤄져야 실질적인 ‘한반도 평화정착 가시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북미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연내에 김 위원장이 서울을 찾기 힘들어진 것 아니냐는 청와대 내부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달 26일 “(김 위원장 답방이) 북미 2차 정상회담 전이 좋을지 후가 좋을지, 어떤게 더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을 가져오는데 효과적일지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힌 것이 대표적인 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진전은 나란히 가야 한다”고 말하는 등 미 행정부 내에서 직·간접적으로 남북관계 과속문제를 경계하는 메시지를 내온 것도 우리 정부로서는 부담이었다. 앞서 2000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서명한 남북공동선언에도 “김정일 위원장은 앞으로 적절한 시기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다”는 문구가 들어갔지만 이후 정치상황과 안전문제 등의 이유로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던 중 한미 정상이 김 위원장 서울 답방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의미가 깊다. 그간 제기돼온 ‘북미 정상회담 후 김 위원장 답방’ 순서를 바꿀 수 있다는 신호를 준 것은 김 위원장 답방이 북미 비핵화 협상을 이어갈 수 있는 긍정적인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중재자 행보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도 풀이된다. 그간 문 대통령은 북미협상이 고비에 이를 때마다 이를 조율하는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월 초 평양 방문을 앞둔 문 대통령에게 ‘미북 양측을 대표하는 수석 협상가가 돼서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을 정도였다.
 
한미 정상 간 논의내용을 토대로 정부도 본격적인 김 위원장 답방 준비작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물밑에서 준비작업을 진행 중인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김의겸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김 위원장 서울답방은 평양정상선언 합의사항이며 남북 모두 이행의지를 갖고 있다”며 “우리 측에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벌써부터 구체적인 답방 프로그램도 거론되는 중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김 위원장 답방 시 북한의 경제관료들도 대거 초청해 그들이 KTX를 타고 한국의 발전된 산업시설과 제주도 등을 방문하게 할 수 있다”며 “남북협력에 대한 북한의 기대감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남북 정상의 한라산 등반이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월28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북악산 산행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이 답방할 경우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라는 질문에 “아직 일정을 구체화하지 않아 계획을 세우고 있지않다”면서도 “‘백두에서 한라까지’라는 말도 있으니 원한다면 한라산 구경도 시켜줄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지난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대표 관광 명소인 마리나베이샌즈를 깜짝 방문한 적이 있던만큼 비슷한 행보를 보일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뉴질랜드로 향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에세이사 국제공항에서 공군 1호기 탑승 전 환송인사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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