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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이익공유제 실험 나선 유통업계)①중기 혁신성과 대기업이 키우고 나눠…유통 혁신DNA 심는다
다양한 유통 상생 모델…목표 달성 시 수수료 인하, 체인점 수익 증가분 페이백 등
2018-11-18 06:00:00 2018-11-18 06:00:00
[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 대형 유통채널인 A마트는 협력사들 중 목표 매출액을 초과 달성해 백화점 매출을 높이는 데 일조한 기업에 수수료를 최대 5% 인하해준다.  
 
#. B백화점은 매월 초 목표매출을 설정한다. 위탁판매업체의 의류판매 실적이 여기에 도달할 경우 매월 판매매출과 연동해 최대 0.5%의 추가 판매수수료를 지급한다.
   
 
 
정부가 대중소기업의 혁신을 유도하는 방안으로 '협력이익공유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유통업계에서도 시나리오 구상에 분주하다. 18일 관련업계는 제도 시행에 속도가 붙으면 대형마트, 백화점, 편의점 등 가맹사업점, 홈쇼핑 채널 등 유통업계 전반에 A사나 B사와 유사한 형태의 협력 모델이 도입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협력이익공유제가 반시장적 제도라는 반발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정부는 글로벌 혁신기업은 오래 전부터 협력기업과 공동 연구개발(R&D), 투자로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납품단가 보상 외 기여분에 대해 추가보상하는 모델이 정착했고, 국내에서도 협력이익공유모델이 확대되고 있어 이를 제도화해 확산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협력사의 성과창출 의욕을 높여 대기업에 없는 혁신이 이뤄지고, 그 혁신 성과를 대기업이 사업화해 배가시켜 나누는 형태를 추구한다. 그동안 종속적인 원하청 구조에선 혁신이 어려웠지만 이런 사업모델이 도입되면 혁신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논리다. 
 
특히 기존 성과공유제에서는 참여가 어려웠던 유통이나 IT플랫폼 등 국내 신산업은 이미 유사한 모델이 많아 사전계약 절차 등 일부 보완을 거치면 도입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성과공유제는 제조업 등 하도급 관계에 적합한 계약모델로, 다른 업종이나 플랫폼 등 새로운 비즈니스 협력관계에 있어서는 적용이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성과공유제 업종(민간기업 기준)별 프로젝트 시행 비중을 보면 가맹점과 백화점 등 유통업은 153건, 3.7%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참여도가 낮다. 
 
현재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에서는 대기업을 포함해 학계, 연구기관이 참여한 연구회를 통해 각 업종별 표준모델을 발굴하고 있다. 우선은 업종이나 경영상황에 따라 '협력사업형', '마진보상형', '인센티브형'으로 구분되는데, 유통업의 경우 마진보상형과 인센티브형 도입이 가능하다. 손후근 중소벤처기업부 상생협력정책과장은 "유통산업에서도 판매량이나 수수료를 가지고 이익을 얻는 백화점, 편의점, 가맹사업점, 홈쇼핑, 영화관 등에 두루 활용될 수 있다"라며 "수익 증가에 영향을 준 협력사에 수수료를 낮춰주는 등의 방식으로 이익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화점의 경우 매출목표를 달성한 위탁판매업체에게 판매수수료를 추가로 지급하는 것 외에도 200억원 이하 매출규모의 협력사 중 거래규모 하위 일부기업에 대해서는 마진율을 1~7% 수준 낮춰주는 협력이익공유모델도 가능하다. 프랜차이즈 등 가맹사업점에서는 가맹점 상품 발주금액의 1%를 돌려주는 페이백 제도 도입을 고려해볼 수 있다. 
 
유통업계에 적용할 수 있는 인센티브형 모델도 있다. 가맹점본부에서 당기순이익의 일정 부분을 각 가맹점들의 마케팅 비용과 물류지원을 하는 예산으로 편성할 경우 이에 해당한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 사이에는 이 밖에도 성과공유가 이뤄진 사례가 이미 다수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본죽'은 가맹점주들이 주축이 된 '본사모'라는 가맹점 단체가 있다. 이들은 가맹점간 정보공유, 브랜드 이미지 향상을 통해 매출을 높이자는 공동의 목표를  두고 활동하고 있다. 세탁전문 '크린토피아'는 신규 가맹점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를 정기적으로 운영하며, 가맹점주에 대해 카드수수료 50%를 지원하는 제도를 함께 시행 중이다. 수제햄부대찌개전문점 '박가부대찌개/닭갈비'는 신규 출점 점포를 대상으로 100호점까지 가맹금을 면제하고 신규 가맹점의 홍보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이같은 이익공유모델을 제도화하고 확산시키려면 정부가 제공하는 법인세 감면 등 인센티브 강도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내에서 대중소기업간 상생이 제대로 자기매김하기 위해서는 구조적 결함도 선행해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외국에서는 자발적으로 이익공유가 이뤄지는데, 원청업체에게도 이익이 돌아갈 만한 유인이 뚜렷하기 때문"이라며 "강제적으로 제도를 도입하기보다는 구조적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일례로 하도급이나 대규모 유통사에서도 '단가 후려치기'가 심각하다. 이것 자체가 불공정행위인데, 이런 구조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익공유만 강조한다면 이익은 나누되 단가를 되레 더 후려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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