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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업계 '맞수 ' 박진수 퇴장, 허수영 생존
박 부회장, 화려하게 퇴장하며 세대교체 마중물…48년 지기 허 부회장 유임 유력
2018-11-10 06:00:00 2018-11-10 06:00:00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 용퇴를 결정함에 따라 업계 시선은 롯데그룹 화학BU장인 허수영 부회장을 향하고 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업계를 대표하는 최대 라이벌로, '48년 지기' 대학 동창이 각 사의 수장을 맡아 경쟁의식이 남달랐다. LG가 낳은 최고의 CEO 중 한 명인 박 부회장이 세대교체의 마중물이 되면서 구광모 회장의 부담을 덜어준 것과 달리, 롯데는 사업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는 일본 기업문화가 뿌리 깊다는 점에서 허 회장이 계속해서 롯데의 화학부문을 맡을 것이란 관측이 높다. 허 부회장에 대한 신동빈 회장의 신임이 두텁다는 점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LG화학은 9일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에 3M의 신학철 수석부회장을 내정했다. LG화학이 CEO를 외부에서 영입한 것은 1947년 창립 이후 처음이다. 그룹 전체적으로 봐도 P&G 출신의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을 제외하면 전례를 찾기 힘들다. 세대교체를 위해 순혈주의를 과감히 파괴한 구 회장의 연말 인사 폭을 가늠케 하는 잣대로 해석된다. 이번 인사는 이달 말 예정된 정기인사에 앞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지난달 26일부터 구 회장의 주재로 첫 사업보고회가 열린 지 2주 만이다. 사업보고회 첫 주자로 나섰던 박 부회장은 1977년 럭키 입사 이후 42년 간의 화려했던 LG 옷을 벗고 명예롭게 물러난다. 그는 2012년 말부터 LG화학 CEO를 맡아 회사를 매출액 28조원 규모의 세계 10위권 화학기업으로 성장시켰고, 에너지·물·바이오·소재 분야 등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로 LG화학의 사업 다각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때문에 그룹 내에서는 조성진(LG전자), 차석용(LG생활건강) 두 부회장과 함께 LG가 내세울 최고의 CEO로 인식됐다.
 
 
허 부회장은 박 부회장과 서울대 화학공학과 70학번 동기로, 롯데케미칼과 LG화학은 실적 발표 때마다 1위 자리를 주고받는 '맞수'이기도 하다. 허 부회장은 1976년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한 뒤 롯데대산유화(롯데케미칼에 흡수합병)·케이피케미칼·롯데케미칼 대표이사를 거쳐 올 초 롯데그룹 화학부문을 책임지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호남석유화학은 신 회장이 1990년 일본에서 넘어와 경영수업을 받은 첫 회사로, 그는 화학사업에 각별한 애정을 쏟으며 유통그룹인 롯데의 변화를 시도했다. 신 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허 부회장은 과감한 인수합병(M&A) 등 굵직한 투자로 롯데케미칼을 그룹 내 알짜 회사로 성장시켰다. 지난해에만 사상 최대인 2조5443억원의 흑자를 기록할 정도. 롯데케미칼은 원료 다변화와 고부가 스페셜티 확대 등 본업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LG화학과 함께 국내 화학산업의 '양대산맥'으로 입지를 굳혔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롯데는 일본 기업문화가 강해 단기 성과에 크게 연연해 하지 않는 편"이라며 "허 부회장은 신 회장의 신임도 두텁기 때문에 퇴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경영 복귀 이후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어 최종 상황을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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