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문재인정부의 100대 국정과제로 채택됐던 협력이익공유제가 본격 도입된다. 기존의 이익공유모델인 성과공유제가 납품단가 인하의 빌미로 작용하는 등 한계를 드러내면서 공정한 납품단가 보상을 위한 제도 필요성이 제기돼온 가운데, 정부여당이 관련 입법을 위해 긴밀히 협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6일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열고 '대·중소기업이 함께 가는 협력이익공유제 도입 계획'을 논의하고 인센티브 지원 근거 마련을 위해 관련 상생협력법 개정안 통과에 협력하기로 했다. 현재 국회에는 민주평화당 조배숙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 등이 발의한 관련 법안 4건이 발의돼 소위에서 논의되고 있다. 법안 통과에 앞서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날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가고 제도 도입을 우선 희망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우선 시행할 계획이다.
정부는 민간 자율 원칙에 기반해 협력이익공유제를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시장경제 원칙을 기반으로 제도 도입을 강제하는 대신 기업이 자율 시행하면 정부가 인센티브를 지원할 예정이다. 앞서 5·24 상생협력 대책을 통해 정부는 혁신 주체인 대·중소기업의 자발적인 상생협력 지원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한 바 있다.
성과공유제의 폐해를 보완하는 역할도 있다. 2004년 포스코가 처음 도입한 성과공유제는 위탁기업이 수탁기업으로부터 직접 얻는 이익의 일부를 공유하는 제도로 이익 범위가 작고, 수·위탁 거래에만 적용된다는 한계가 있었다. 원가정보 공개로 인해 추가 단가인하 빌미도 작용했다. 중소기업 기술개발 의욕 저하, 제조업 등 하도급관계 외 새로운 협력관계 적용 어려움 등이 꾸준히 지적돼왔다.
정부는 협력이익공유제를 통해 원가 기반의 공정한 납품단가 보상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납품단가 부당감액이 중소기업의 생산성과 혁신을 저해사는 가장 큰 원인이라는 인식이 반영됐다. 이에 비해 글로벌 대기업에는 협력기업과 공동 R&D 또는 신사업 공동투자를 통한 신제품 개발을 통해 납품단가 보상 외 기여분만큼 추가 보상이 이뤄지는 모델이 정착돼 있다.
글로벌 혁신기업과 국내 기업이 이미 운영하고 있는 사례를 분석해 ▲협력사업형 ▲마진보상형 ▲인센티브형 등 3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협력사업형은 R&D 등 협력사업에서 발생한 협력이익을 대기업 등의 제품 판매수익과 연계한다. 영국의 롤스로이스가 에어버스용 엔진 개발 자금 조성을 위해 협력사 투자에 비례해 납품단가 외 30년 간 판매 수입을 배분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마진보상형은 유통·IT 등 플랫폼 업종이 협력사업으로 달성한 이익을 콘텐츠 조회나 판매량 등에 따라 조정한다. 대기업 등의 경영성과 달성에 참여한 협력사에 인센티브 등의 형식으로 이익을 공유하는 경우 인센티브형으로 분류된다.
협력이익공유제를 둘러싼 논란은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게 중기부 입장이다. 지난 8월 제도 도입을 앞두고 발표가 연기되는 등 잡음이 있었지만 의견 수렴 과정에서 상당부분 오해가 해소됐다는 설명이다. 대기업이 목표이익을 설정한 뒤 초과 달성분을 협력사와 공유하는 초과이익공유제 논의 당시 이익을 나누는 개념이 부각되며 도입이 중단된 데 비해, 협력이익공유제는 기업 간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정부의 이런 설명에도 여전히 강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처벌 규정은 없지만 인센티브에서 배제되는 등 참여하지 않을 경우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에게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와 정부와 불편한 관계에 대한 부담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강제성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현재 운영 중인 성과공유제를 협력이익공유제로 전환하도록 유도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정부는 기업들이 다양한 상생협력의 틀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성과공유제와 협력이익공유제를 함께 운영한다는 입장이지만 궁극적으로 경로 수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성과공유제의 인센티브를 점차 줄여나가면서 이익배분을 유도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며 "재무적 성과 배분을 전제로 하는 협력이익공유제에 대한 기업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협력이익공유제는 손금인정 10%, 법인세 세액공제 10%, 투자·상생협력촉진 세제 가중치 등 성과공유제와 거의 동일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외에 중소기업 간 거래에서 협력이익공유제를 더욱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대기업은 이미 현금결제가 보편화된 반면 중소기업 간 어음결제 비중이 23% 수준인 점 등을 감안하면 대기업과 1차 하청업체의 상생협력이 2~3차로 이어지는 협력사 거래로 확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불공정한 이익 배분을 나누자는 식으로 대기업을 압박하면 보여주기식 활동만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중소기업 간 거래에서 자발적인 협력을 유도하기 위한 실질적 인센티브 방안이 마련된다면 중소기업 간 상호 보완적인 협업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협력이익공유제가 대·중소기업 양극화를 해소하고 기업 혁신을 자극해 우리 경제 글로벌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다만 "제도가 시장경제의 틀 안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대기업 참여를 강요하기보다 기업 사정에 맞게 자율적 도입과 인센티브 강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상훈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실장이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기자실에서 '협력이익공유제 도입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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