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이면 '플랫폼 노동자'…"노동법 보호 시급"
앱으로 일하는 플랫폼 노동자,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노동법 보호 못받아
플랫폼 노동자 규모도 파악 안돼…"노사정 연대로 보호장치 마련해야"
입력 : 2018-10-31 16:00:00 수정 : 2018-10-31 16:00:00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이른바 '플랫폼' 노동자들이 늘어나면서 보호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개인사업자 신분인 특수고용직 노동자로,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서울노동권익센터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연맹)은 31일 오후 서울시의회 대회의실에서 '플랫폼 노동의 확산과 사회적 대안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김상혁 연맹 정책연구원장은 "노동법이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관련 규제도 전무한 실정"이라며 "플랫폼 노동자들을 위한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관련 기업에게 이들을 보호할 사회적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달기사가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플랫폼 노동은 ICT 기술과 노동이 융합된 형태로, 4차 산업혁명 등장과 함께 서비스업 전체로 확산되는 추세다. 플랫폼 노동은 어플리케이션(앱)과 소셜네트워크(SNS) 등 디지털 플랫폼에서 노동력을 거래하는 형태를 일컫는다. 이용자가 앱과 SNS를 통해 서비스를 주문하면 종사자들이 노동력을 제공한다. 중간에 서비스 업체가 있으며, 이들은 플랫폼 노동자들을 사용하지만 노동자에 대한 법적 책임은 지지 않는다. 과거 퀵서비스와 대리운전이 일반적이었다면, 지금은 배달, 돌봄서비스, 시설관리, 가전제품 수리, 반려동물 돌봄, 심부름 서비스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디지털 특고(특수고용직)'로 불린다.
 
기술 발달과 함께 근로형태가 다양해지는 건 전 세계적인 추세다. 김 연구원장은 플랫폼 노동자가 전 세계적으로 1억12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국내는 플랫폼 노동자 규모와 관련해 정확한 통계가 없다. 배달앱에 종사하는 배달기사만 1만9000명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이들을 보호할 법과 제도가 없다는 점이다. 플랫폼 노동자는 특수고용직 신분으로 근로기준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대표적인 특수고용직인 택배 기사들은 지난해 택배연대노조가 서울고용노동청으로부터 노조 설립신고증을 받아 노동3권(단결권·단체행동권·단체교섭권)의 보호를 받게 됐다. 하지만 이외에는 마땅한 보호장치가 없다. 
 
노동계는 플랫폼 노동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이 노동자를 전속해 고용관계를 맺기보다, 수요가 발생할 때 노동력을 공급하는 플랫폼 노동 형태로 전환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간병, IT, 디자인, 회계 등까지 서비스업종 전 영역에 걸쳐 진출이 예상된다. 사용자는 수요에 따라 인력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고, 법적 책임에서도 자유롭기 때문에 플랫폼 노동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반면 플랫폼 노동자들은 업무 중 다쳐도 산업재해를 신청할 수 없고, 치료비도 사업주로부터 받지 못한다. 배달기사가 교통사고로 숨져도 민간보험이 없으면 보상금을 못 받는다. 
 
김 연구원장은 "노동계는 플랫폼 노동자의 실태를 파악하고 노조로 조직해, 노동권 보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당과 시민단체와 함께 (이들을 위한)노동정책을 마련하고, 노동법의 한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자체는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복지, 직무교육, 사회보험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플랫폼 노동을 제공하는 기업은 노동자를 보호할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철 서울노동권익센터 정책연구팀장은 "디지털 사회에서 노동자는 항상 대기하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비인간적인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노동자들은 위험을 온전히 자신이 감당하고 있어, 기술 발달이 노동을 파편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 기업, 시민단체 간 연대를 통해 플랫폼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권익을 보호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플랫폼 노동 대안으로 산재보험 가입을 특수고용직까지 확대했다. 사업주가 별도로 산재보험 가입을 거부하지 않는 이상 산재보험도 의무적으로 가입된다. 배달기사의 경우 특정업체에서 전체 소득의 과반 이상을 받을 경우, 기사가 해당 업체에 소속된 것으로 판단토록 했다. 사업주의 보호 의무를 강화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의 목적을 '근로자'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개정했다. 이번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지난 30일 국무회의를 통과, 국회에서 법안 심사를 받는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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