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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조선 실체)中조선 CEO “한국 강재 쓰겠다” 위협한 이유
(상)인건비 오르고 생산성 떨어져
2018-10-29 15:46:22 2018-10-29 17:34:30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과연 한국 조선산업은 사양길에 접어든 내려앉는 산업일까? 중국 조선산업이 정말로 패권을 차지한 것이 맞는 것일까?”
 
조선업을 취재하면서 업계 관계자와 기자 자신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조금은 궁금증을 해소하고, 중국 조선산업을 제대로 직시할 수 있는 기고문을 접했다.
 
조성원 대우조선해양 부장과 이종무 차장은 조성원 대우조선해양 부장과 이종무 차장은 대한조선학회 웹진 10월호에 실은 기고문 ‘중국 조선산업 정탐기’를 통해 중국 조선산업의 허구를 짚어냈다. 필자들은 정확한 분석 없이 흘러나오는 정보들에 치중해 중국 조선산업을 과대포장하고 있다면서 언론과 분석기관의 자성을 촉구했다. 
 
필자들의 기고 원문을 3회로 나눠 소개한다.
 
성경에 나오는 ‘가나안 정탐 사건’은 매우 유명한 일화이다.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민족에게 약속의 땅인 ‘가나안’으로 모세가 12명의 정탐꾼을 보내어 사정이 어떠한지 살펴본 후 그 보고를 하게 하였는데, 40일 동안 가나안을 정탐하고 돌아온 사람들 중 10명은 가나안 족속의 ‘크고 강대해 보임’을 비관하며 가나안을 정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를 하였고 이를 들은 온 백성이 비탄에 빠졌으나, 오직 두 사람, 여호수아와 갈렙은 가나안이 매우 아름다운 땅이며 충분히 정복할 수 있다고 하였고 결국 약속의 땅 가나안은 그 두 사람 만이 살아서 땅을 밟게 된다는 내용이다.
 
독자들도 잘 인지하고 있다시피 한국 조선산업의 현주소는 한마디로 ‘비참’하다. 대형, 중소형 할 것 없이 모든 조선소가 경영난을 겪고 있으며 인적, 물적인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있으나 아직 시장 회복이나 경영정상화의 길은 먼 것으로 느껴진다. 게다가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인 중국은 장점인 제조 원가경쟁력과 국가의 엄청난 보조에 더해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금융, 해운, 에너지 기업의 지원이 있고, 향후 미래를 좌지우지할 첨단 IT기술이나 인공지능 분야도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니 이제는 한국 조선업이 더 이상 경쟁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필자는 과거에 중국에 위치한 한국계 조선소에 근무하며 중국인 직원 및 기관, 은행을 상대한 경험이 있어 나름은 중국 조선산업에 대한 이해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나오고 있는 중국 관련 일부 기사 혹은 분석 보고서의 내용은 필자로 하여금 ‘가나안에 살아 들어가지 못한 10명의 정탐꾼들’을 생각나게 한다.
 
물론 중국의 조선 경쟁력이 과거보다 높아진 것도 사실이고, 어려운 시기에는 위기를 극복할 불굴의 의지를 다지기 위해 ‘근거 없는 낙관론’보다는 ‘신중한 비관론’을 견지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지 모른다. 그러나 현재 한국 조선산업에 대한 인식 및 분위기는 이러한 ‘건강한 걱정’ 수준을 넘어, 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해당사자뿐 아니라 일반 국민, 그리고 향후 이 산업을 이끌어갈 전공학생에 이르기까지 필요 이상의 비관론에 빠지게 하는 것으로 보이며, 그 비관론의 중요한 근거는 바로 중국 조선소에 대한 몰이해에서 많은 부분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본 기고는 한국 조선산업의 가장 큰 위협인 중국에 대하여 몇 가지 중요하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는 정보를 필자가 직접 얻은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제공하고자 하며, 이를 통해 향후 독자들이 최대 경쟁국인 중국에 대한 좀 더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시각과 안목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하였다.
  
 
중국 조선산업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속내를 살펴보면 한국 조선산업보다 더한 위기에 빠져 있다. 중국의 한 조선소에서 선박이 건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1. 人山人海(인산인해: 사람이 산을 이루고 바다를 이루었다):
인건비적인 강점이 있는 중국 조선산업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중국 조선산업의 강점은 많은 언론과 분석 기관을 통해 독자들도 잘 알다시피 ‘원가경쟁력’이고 ‘저렴한 인건비’ 및 ‘싼 자재비(재료비)’가 그 핵심이다. 우선 인건비는 약 10년 전부터 현재까지도 한국 조선소의 절반 수준이라고 평가 되고 있는데 차이는 동일하지만 그 구성 면에서 10년 전과 현재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총 인건비는 배를 건조하는데 들어가는 인력의 총량×인력의 평균임금으로 계산할 수 있는데 10년 전에는 중국에서 같은 배를 짓는데 한국대비 인력이 약 2배가 들어갔으나 평균 임금이 4분의 1 수준이어서 인건비가 절반(2×1/4=1/2배)이었다고 하면, 현재는 생산 효율 개선으로 인력 투입은 1.5배 정도로 줄었으나, 평균임금도 한국의 3분의 1 수준으로 상승하여 인건비가 절반(1.5×1/3=1/2배)이 된다.
 
중요한 것은 현재 중국의 생산효율 개선이 한계에 다다르고 인건비 증가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 한국과의 인건비 격차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필자가 교류한 중국 내랭킹 1위 국영 조선소의 한 간부는 수년 전까지만 해도 개념조차 알지 못하던 ‘생산성 지표’에 대한 언급을 하며 요즘에는 ‘생산성 관리’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했다. 중국의 인건비적 강점이 많이 줄어들었고 위기를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다.
 
원가적 이점은 인건비가 거의 대부분이다. 자재비가 중국이 한국보다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있을 것 같은데,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강재를 비롯한 선박 건조용 자재는 한국이 더 경쟁력이 있다. 강재의 경우 중국은 수출용 강재와 내수용의 가격 차이가 크고, 제철소와 조선소의 거리가 멀어 운송비 부담이 매우 크기 때문에 한국 대비 조달가격이 비싸다. 최근 중국 최대 민영조선소인 양쯔강 조선소의 회장은 “중국산 내수 후판 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한국, 일본 강재를 사겠다”라고 언론에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그리고 강재 가격이 한국과 비슷하다 하더라도 문제가 큰 것이 바로 구조설계 기술의 차이에 의한 배의 중량 차이이다. 보통 경하중량이 한국대비 10% 더 무겁다 하니 VLCC 기준 약 4만톤이라고 하면 4000톤 차이가 나는 것이고 강재 단가를 톤당 70만원으로 쳐도 강재가격에서만 약 30억 가까이 차이가 난다. 선가의 약 3% 정도에 해당하는 엄청난 액수이고 또 배가 무거우면 제조원가의 상승 및 연비에 악영향을 미치니 매우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강재 이외의 기자재는 ‘국산화율’이 문제이다. 한국의 선박용 기자재 국산화율이 90% 이상인 반면 중국은 아직 50% 미만 수준인지라 대부분을 외국(한국, 일본, 유럽)에서 수입하므로 구매 협상력에 한계가 있고 운송비가 많이 들어 경쟁력이 떨어진다. 중국에서 배를 건조하는 선주들도 기자재는 한국 혹은 유럽 자재를 사용하는 것을 원하며, 조선소가 중국산을 고집하는 경우 선가를 깎아줘야 하므로 이득이 없다고 한다.
 
그러므로 실질적인 중국 조선업의 강점은 현재까지는 유지하고 있는 인건비적 유리함 외에 국가적 지원, 전후방 연관 산업의 강력한 시너지 효과로 볼 수 있는데 스크랩 보조금으로 대표되는 자국건조 국적선박 지원책, 내륙 운하의 발달 및 벌크선, 컨테이너선의 자국 발주 물량 및 항공모함, 핵잠수함으로 대표되는 특수선 발주가 있으며, 최근에는 급속도로 세계 선박발주 금융시장의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선박금융리스” 회사의 발주자금 지원이 바로 그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꼭 장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니 다음에서 그 이유를 한번 짚어보기로 하자.
 
정리=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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