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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국감)책상 위 수북이 쌓인 약봉지…식약처 국감장에 마약이?
'살빼는 마약' 식욕억제제 무분별한 처방 논란
2018-10-15 17:50:15 2018-10-15 17:50:15
[뉴스토마토 차현정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장에 언뜻 봐도 열흘 치는 돼 보이는 약봉지가 테이블에 올랐다.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은 15일 국감 도중 이른바 ‘살 빼는 마약’으로 불리는 식욕억제제의 무분별한 처방 행태를 지적하겠다며 줄줄이 붙은 약봉지를 자신의 책상 위에 쌓아 올렸다. 그리고는 호통을 쳤다. 김 의원은 “보좌관이 처방받아온 약인데, 현장에서는 살 빼는 약이라는 식욕억제제가 10살 아이에게까지 무분별하게 처방된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이날 식약처의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에 쌓인 데이터 분석을 통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이 시행된 이후 3개월간 펜터민, 펜디멘트라진, 암페프라몬, 마진돌, 로카세린 등 식욕억제제 처방 상위 100명이 총 15만건을 처방받았다”며 “100명이 하루 한 정을 복용할 경우 226주, 무려 4년이 넘게 복용 가능한 양”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김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에서 8월 사이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은 16세 이하 환자는 131명으로, 이중 가장 어린 10세 환자는 180정을 처방받았다. 연령순으로 보면 10세 2명, 12세 4명, 13세 5명, 14세 5명, 15세 41명, 16세 64명 등으로 확인됐다.
 
식약처의 ‘식욕억제제 안전사용 가이드’에 따르면 식욕억제제는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아 16세 이하 환자의 복용이 금지돼 있다. 김 의원은 “식욕억제제에는 마약 성분이 포함돼 있어 성인에 비해 육체적으로 덜 성숙한 어린이가 복용했을 경우 신경과 뇌 발달에 치명적일 수 있다”며 “식약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이 구축된 만큼 이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류영진 식약처장은 “5월부터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시행했고 앞으로 데이터가 쌓이면 분석해서 현장조사를 나갈 예정”이라며 “비만협회나 의사협회 등과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안전 대책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식품의약품안전처,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국정감사에 출석하여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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