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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정상회담)'핵시설 폐기' 들고 종전선언 요구한 북…24일 한미회담 비핵화 분수령
남북, GP 시범철수하고 접경지 군사훈련 중단…트럼프, 평양공동선언 일단 긍정 평가
2018-09-19 16:48:55 2018-09-19 16:48:55
[평양공동취재단,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정상회담 후 발표한 평양공동선언에는 향후 미국의 전향적인 조치와 연동한 북한 비핵화 방안이 담겼다. 선언문 발표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가운데, 문 대통령의 추가적인 중재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관국 참관 하에 동창리 시설 영구 폐기 
 
평양공동선언문에 따르면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했다. 또한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 정신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했다.
 
달리 말하면 종전선언을 비롯해 미국의 합당한 조치가 없을 경우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식의 해석도 가능하다. 북한의 ‘선 종전선언’ 주장에 맞서 핵신고 리스트와 구체적인 비핵화 시간표 제출 필요성을 강조해온 미 행정부 입장에서는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일 수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남북 정상 간 합의는 북한 비핵화의 진전에 일정 부분 기여하기는 할 것”이라면서도 “미국 내 대북 강경파들을 얼마나 만족시킬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에 대한 합의 없이 지나치게 점진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협상 의도에 회의감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는 24일 1차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미국 뉴욕 유엔총회 기간 중인 오는 24일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의지가 전달될 경우 북미 대화와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양공동선언 발표 직후 트위터에 “김정은 위원장이 ‘최종 협상에 부쳐질’ 핵사찰을 허용하는 것과 국제 전문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영구적으로 폐기하는 것에 합의했다”며 “그 동안에 미사일 또는 핵실험은 없을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DMZ 남북 10km, 서해 80km 해역 내 군사훈련 금지 
 
남북 정상은 군사분야 신뢰조치를 담보하기 위한 조치들도 합의문에 담았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체결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는 그간 남북이 장성급·실무회담을 통해 논의해온 내용들을 추인하는 내용들이 다수 담겼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북 인민무력상이 서명한 합의문은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 ▲비무장지대(DMZ)를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한 실질대책 강구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평화수역 조성 등 크게 6개 항으로 구성됐다. 
 
이 중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는 육·해·공 모든 공간을 대상으로 했다. 육군은 DMZ 기준 남북으로 총 10km폭의 완충지대를 형성해 포병 사격훈련과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중지하기로 했다. 서해 우리 측 덕적도에서 북측 초도, 동해 우리 측 속초부터 북측 통천까지 약 80km 해역을 완충수역으로 설정해 구역 내 포병·함포 사격, 해상기동훈련을 중지하기로 했다. DMZ 상공에서 모든 고정익·회전익 기종별 항공기들의 비행금지 구역도 각각 설정했다. 우발적 충돌상황을 막기 위해 실제 군사조치까지 지상·해상에서 5단계, 공중에서 4단계의 공통된 절차를 적용키로 했다.
 
GP(감시초소) 상호 시범철수는 군사분계선(DMZ) 내 1km 내에 들어있는 남북 각 11개를 대상으로 실시키로 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평화수역 조성은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도 합의했던 사안이다. 당시 남북 정상은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10·4 선언)’에서 “남과 북은 해주지역과 주변 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고 공동어로 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 건설과 해주항 활용, 민간선박의 해주 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합의사항은 곧 구성될 남북군사공동위원회가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92년 2월19일 체결된 남북 기본합의서를 상당부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남북 기본합의서에서 남북은 군사공동위가 ▲대규모 부대이동과 군사연습의 통보 및 통제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 ▲군인사교류 및 정보교환 ▲대량살상무기와 공격능력 제거를 비롯한 단계적 군축 실현·검증 업무를 하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군사분야 합의서 채택에 대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사실상 남북 간에 불가침 합의를 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사실상 초보적 단계의 운영적 군비 통제를 개시했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 서명식 후 진행된 기자회견 도중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평양공동취재단,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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