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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대어 상장공모 줄줄이 미뤄지나
카카오게임즈 내년에 다시…"회계감리 탓" 변명
2018-09-20 06:00:00 2018-09-20 06:00:00
[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올해 상장을 준비하던 대어급 기업들이 증시 입성을 줄줄이 미루고 있다. 회계감리 이슈는 물론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몸값을 낮추기보단 시장이 활황일 때 들어오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의 대어급 기업이 증시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이란 기대감엔 찬물이 끼얹어졌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혔던 카카오게임즈가 전날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카카오게임즈는 경영전략상 게임 개발과 지식재산권(IP) 기업의 인수합병(M&A) 등에 우선순위를 두고, IPO는 전열 재정비를 마친 후 내년에 다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카오게임즈의 증시 입성은 지난 2016년부터 꾸준히 거론됐다. 회사도 올해 모든 준비를 마치고 우량기업 패스트트랙을 적용받아 6월 말 한국거래소의 심사 승인을 받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긍정적이었다. 시장에서는 시총 1조원 이상 기업의 코스닥 상장에 주목했다.
 
하지만 회계감리가 발목을 잡았다.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의 감리가 통상적으로 2개월 걸리는 데 반해 카카오게임즈는 3개월 가까이 진행됐지만 여전히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회계감리가 장기화되자 앞으로 진행될 시장 평가에서도 부정적일 것이란 우려가 커졌던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상장은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카카오게임즈 뿐만이 아니다. 올해 하반기 대어로 기대를 모았던 현대오일뱅크도 금융감독원의 회계감리로 인해 상장이 지연되고 있다. 바디프렌드도 회계감리 대상으로 지정돼 연내 상장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현재 기업이 기업공개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회계법인으로부터 지정 감사를 받고 한공회의 회계감리까지 통과해야 한다. 상장절차를 진행하는 기업이 감리 대상으로 선정되면 이후 모든 상장 관련 절차를 멈추고 감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대어급 기업들의 분위기가 이렇게 돌아가자 전체 시장의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지훈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5년래 처음으로 1조원 이상 공모금액을 기록한 기업이 전무한 해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하반기로 접어들어 IPO 시장은 점차 탄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달리 이경준 한국연금투자자문 이사는 “회계감리에 대해 투자자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들은 회계감리를 탓하며 상장을 미루고 있다”며 “속내는 침체된 시기를 피해 유리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시점에 상장하길 원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시장에서는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고평가 논란이 일면서 상장 이후 수익률 부진이 이어져왔다. 이 영향으로 최근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에게도 기관의 깐깐한 잣대가 매겨지고 있다. 앞서 코스피 상장을 준비하던 SK루브리컨츠와 HDC아이디서비스도 수요 예측 결과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상장을 취소했다.
 
SK루브리컨츠는 2012년과 2015년에 이어 세 번째로 시도한 IPO였지만 수요예측 결과가 부진하자 상장을 포기했다. 공모가로 10만1000~12만2000원(기업가치 4조2979억~5조1915억원)을 희망했으나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 대부분은 10만1000원 이하의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HDC아이디서비스의 당초 희망공모가는 8300~1만700원, 하지만 수요예측에서 기관들은 7000원가량의 공모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들의 상장 취소도 늘고 있다.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던 트윔, 오알켐, 비올, 진셀팜, 그린페이퍼홀딩스, 비에이엔터 등이 심사 철회를 결정했다. 
 
코스닥시장 IPO 대어로 꼽혔던 카카오게임즈가 전날 상장 계획을 철회하면서 올해 공모금액 1조원 이상의 기업은 전무할 전망이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신송희 기자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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