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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정상회담)김정은 연내 서울 땅 밟는다…한반도 새로운 전기 마련 기대
금강산 상설면회소 개소키로…이산가족 화상상봉·영상편지 교환
2018-09-19 16:00:15 2018-09-19 16:13:37
[평양공동취재단,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가까운 시일 내에’ 서울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한국땅을 밟는 건 분단 이후 처음이다. 현실화한다면 남북관계는 또 한 번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 획기적 전기분단 비극 끝장내야”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공동 언론발표를 하고 “나는 문 대통령에게 가까운 시일 안에 서울을 방문할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분단의 비극을 한시라도 빨리 끝장내고, 겨레의 가슴 속에 쌓인 분열의 한과 상처를 조금이나마 가실 수 있게 하기 위하여 평화와 번영으로 나가는 성스러운 여정에 언제나 지금처럼 두 손을 굳게 잡고 앞장에 서서 함께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도 “나는 김 위원장에게 서울 방문을 요청했고 김 위원장은 가까운 시일 안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재차 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안에’라는 말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면서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최초의 북측 최고지도자의 방문이 될 것이며, 남북관계의 획기적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 방문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앞으로 적절한 시기’에 서울 답방을 약속했으나 끝내 실현되지는 못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4월27일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남측 지역을 방문하긴 했지만 판문점은 비무장지대(DMZ) 군사분계선상에 있는 공동경비구역(JSA)이라는 특수지역이다.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신변문제에 극도로 민감한 점을 감안할 때 김 위원장의 서울방문은 남북 상호신뢰 확보, 적대관계 해소, 한반도 평화안전지대 구축 등의 불가역적인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방문시기는 이르면 10월로 전망된다. 양 정상은 ‘9월 평양공동선언문’에서 ▲10월 중 평양예술단 서울공연 진행 ▲10·4 선언 11주년 기념행사 개최 등을 합의했다. 또 미국 중간선거가 11월6일 치러지는 것도 감안해야 할 변수다. 벌써부터 문 대통령이 유엔(UN) 총회 계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10월 서울에 초청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10월 서울 남북미 정상회담을 열고 종전선언과 비핵화 리스트 등을 맞교환한다는 시나리오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비핵화 협상에서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만 충족된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산가족 문제 근본적 해결…금강산 상설면회소 조기개소 등
 
남북 정상은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인도적 협력을 더욱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우선 금강산 지역의 이산가족 상설면회소를 빠른 시일 내 개소하고, 이를 위한 시설을 조속히 복구하기로 했다. 금강산 지역에는 2008년 7월 완공된 면회소 건물이 있지만 그간 소수의 인원이 간헐적으로 사용했을 뿐이다.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이산가족 등록자(13만2731명) 중 생존자는 5만6707명에 불과하다. 등록된 이산가족 중 절반 이상(7만6024명)이 이미 사망했다. 이산가족 생존자 수는 지난해 9월 6만명 밑으로 내려갔으며, 현재도 등록 이산가족 중 매달 최대 500여명씩 사망하고 있다. 90세 이상 생존자 수만 1만2061명으로 전체 대비 21.3%에 이른다. 이에 따라 지난 8월20~26일 이산가족 상봉 대상에 선정됐지만, 건강·거동 문제로 상봉을 포기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금강산 상설면회소 조기개소는 이산가족들의 염원인 ‘상봉 정례화’를 현실화 할 필수요소로 꼽힌다. 또한 상설면회소 개소는 금강산 관광 정상화와 동해선 철도·교통 연결 촉진에도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남북은 적십자회담을 통해 이산가족의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 문제들을 우선적으로 해결해나가기로 했다.
 
이외에도 남북은 전염성 질병의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조치를 비롯한 방역 및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인도주의’ 지원인 보건의료는 대북제재 예외 사안이다. 문 대통령은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은 즉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10·4선언 제5조에도 ‘보건의료 협력사업을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명시돼 있었지만, 이명박·박근혜정부를 거치며 유명무실해진 바 있다.
 
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마지막날인 8월26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 및 공동중식을 마치고 버스에 오른 북측 가족들이 남측 가족들과 헤어지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평양공동취재단,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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