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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억 규모 '스마트법원 4.0'사업 내부 반발 확산
판사들 "영상재판도 다수 법원에서 '외면'…실패 되풀이 될 것 뻔해"
"재판과 직결되는 사안인데도 내부 논의 없이 결정…구축의도 의문"
2018-09-18 02:00:00 2018-09-18 02:00:00
[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양승태 사법부 시절 계획한 3000억원 상당의 스마트폰 재판사업 진행심사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법원 내부에서 이에 대한 반대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이와 유사한 영상재판이 민사소송에 2년 전 도입됐지만 실제 진행된 건수는 10여건에 불과해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은 사업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 내부에서 대법원이 추진하는 스마트폰 재판 등을 골자로 한 전자소송 구축시스템 사업에 대한 비판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은 지난 4월 보도자료를 통해 열린 지능형 법원 구축을 위한 사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사업엔 사법정보공개포탈을 포함해 인공지능을 활용한 나홀로소송과 온라인재판 등이 포함돼 있었다.
 
양승태 대법원이 추진, 올 초 예산 3천억 배당
 
당시 대법원은 인공지능 챗봇을 통해 소송 절차를 문의하고, 스마트폰을 통해 집이나 사무실에서 앉아 온라인 법정에 접속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이 사업은 양승태 사법부 시절인 2015년부터 사업 준비를 시작해 올해 초 기획재정부로부터 3000억원 상당 예산 획득을 위한 예비타당성 심사에 선정됐고 오는 2024년 사업 시행을 계획하고 있다.
 
재판과 직결되는 사업임에도 법원 내부 공론화 없이 진행돼 일부 판사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내부 논의 없이 보도자료를 배포해 다 결정된 다음에야 온라인 재판 등을 법원이 하려고 한다고 알게 됐다법원 구성원들의 반대를 우려해 내부 논의를 생략한 것 같은데 온라인재판 구축의 의도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법정 외 출석을 전제로 시행된 원격영상재판은 민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2016 9월부터 시행됐다. 민사소송에의 출석을 필요로 하는 증인이나 감정인이 법원에 직접 출석하지 않고 거주지와 가까운 법원 화상증언실 등에 출석해 영상으로 증언하는 것이다. 이 역시 대법원이 소송과정에서 실체적 진실 발견의 편의성을 도모하고 비용 및 시간 절감의 효과를 달성하고자 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51억 들인 원격영상재판, 2년간 불과 10건 진행
 
이후 전국 525개소 법정 및 72개 증언실에 웹카메라 등 법정용 영상장비와 TV등 증언실 장비가 지난해 도입됐고 모든 법원에서 원격영상증언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든 예산만 51억원에 상당하지만 원격영상재판이 활용된 적은 10여건에 불과하다. 수치 상 영상재판을 전혀 시행하지 않은 법원이 상당한 것이다. 5년마다 장비 노후 문제로 교체가 이뤄져야 하는데 한번도 이용하지 않은 장비의 교체에 수십억 원의 혈세를 들여야 하는 낭비를 자초하게 됐다.
 
또 다른 판사는 민사소송은 형사소송보다 증인신문이 저조하기 때문에 영상재판 도입이 처음부터 무리가 있었다정보화시대에 온라인 재판의 수요가 있을 수 있지만 이미 시행 중인 영상재판 실효성이 낮기 때문에 이번에 새로 진행하려는 사업의 경제성이 제대로 검토됐는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이어 이미 실패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서라도 새 사업은 전면재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원내부망에도 대법원이 추진 중인 온라인 재판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차성안 수원지법 판사는 코트넷 등을 통해 영상재판은 출석의 편익을 제외하면 일선 판사들이 보다 충실히 재판을 하고, 당사자들이 직접 판사를 만나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 오히려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앞서 법원행정처는 1995년 원격영상재판에 관한 규칙을 제정해 당시 춘천지법 일부 지원 등에서 원격영상재판을 하도록 '원격영상재판에 관한 규칙'을 제정했다. 그러나 해당 법원에 따르면 5년 여간 시행한 후 장비 노후화를 이유로 수년간 이용하고 있지 않았다.
 
대법원이 지난 4월 배포한 '스마트법원 4.0' 사업 관련 보도자료 일부. 사진/최기철 기자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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