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최근 정유·석유화학업계를 중심으로 설비 투자를 크게 늘림에 따라 업종 단체인 한국석유화학협회의 회원사 유치에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 2007년 협회를 탈퇴한 에쓰오일의 재가입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고 있는 가운데 '다음 타자'로는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합작사인 현대케미칼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협회는 지난 2015년까지 업황 침체의 여파로 회원사들이 줄줄이 이탈했으나 이듬해부터 찾아온 호황을 계기로 석유화학기업 뿐만 아니라 정유사까지 설비투자 행렬에 가세하면서 회원사 대상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정유·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4조8000억원을 투자한 잔사유 고도화 콤플렉스(RUC)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콤플렉스(ODC)의 양산 일정에 맞춰 협회 가입을 추진 중이다. 가입이 승인되면 지난 2007년 이후 11년 만에 재입성하게 된다.
앞서 에쓰오일은 지난 2006년 협회장사인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이 유화업계의 담합 사실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자진 신고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이듬해 상호신뢰 훼손을 이유로 협회 활동에서 발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에쓰오일은 최근 석유화학 분야에 과감한 설비투자를 진행하면서 협회 가입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에쓰오일은 올해 4조8000억원을 투자한 프로젝트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자마자 지난 8월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생산설비와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 등 하류부문(다운스트림) 생산설비에 5조원을 투자하는 계획의 타당성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국제유가의 변동성 확대로 정유업에서 고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지자 석유화학사업 분야로 발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다만 미국과 중국 등 해외 주요국의 반덤핑 규제가 증가하고 있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기존의 독자 노선을 걷다가 반덤핑 규제에 맞딱드릴 경우 민관 공조 대응에서 자칫 소외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방침을 선회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또 국내 정유·화학 기업들의 잇따르는 신·증설로 업계간 소통과 조율이 중요해진 점도 재가입을 추진하게 된 배경 중 하나다.
울산 에쓰오일 제2 아로마틱스 콤플렉스의 전경. 사진/에쓰오일
양측은 현재 회비 분담금을 놓고 막판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협회비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 한화토탈에 이어 네번째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분담금은 각 회사의 총 연간 매출 중 석유화학 관련 분야만 따로 분류해 산정한다. 에쓰오일은 잔사유 고도화 콤플렉스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콤플렉스를 풀가동하면 내년 석유화학부문 매출액이 5조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이는 지난해 2조8641억원보다 77% 급증한 규모다.
에쓰오일에 이어 현대케미칼도 협회의 다음 가입 대상자로 거론된다.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합작사인 현대케미칼은 지난 2106년부터 콘덴세이트(초경질유)를 정제해 혼합자일렌과 경질나프타를 생산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2조7000억원을 신규 투자해 에틸렌 설비와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공장을 짓기로 하는 등 석유화학 사업을 강화하는 계획을 추가로 내놨다. 양측은 구체적으로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지만, 에쓰오일과 같은 이유로 현대케미칼이 독자 행보를 이어가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에쓰오일의 합류가 기정사실화되면서 협회는 모처럼 활기를 띄고 있다. 협회는 에쓰오일이 탈퇴를 선언할 당시 회원사가 39개에 달했으나 현재 33개로 6개 감소했다. 지난 2015년까지 계속된 업황 악화와 그에 따른 국내 기업의 구조조정 등의 여파다. 업계 관계자는 "시황 변동성이 크고, 국내외 정책에 따라 부침이 크다보니 대규모 설비 투자를 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협회의 역할과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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