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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하기 전 기술자료 먼저 요구…서면 발급 못 받아 보상 어려워"
계약 전 기술자료 넘기고 거래 안된 피해사례 파악…"정부 대책 기대감, 기술거래 환경 만들어야"
2018-09-16 06:00:00 2018-09-16 06:00:00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이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기술자료를 요구받는 경우가 많은 반면, 기술자료 제공에 대한 서면은 제대로 발급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진행한 '대·중소기업 간 기술탈취 실태 및 정책 체감도 조사' 결과 조사대상 501곳 가운데 17곳(3.4%)이 대기업으로부터 기술자료를 요구받았다고 응답했다고 16일 밝혔다. 기계·설비(8.6%), 자동차(5.5%), 전기·전자(3.6%) 업종에서 기술자료를 요구받은 비율이 높았다. 지난 4월 중소벤처기업부 조사에서도 중소기업 기술유출 경험 비율은 2015년 3.3%에서 2016년 3.5%, 지난해 3.8%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기술자료를 요구받은 시점은 계약체결 전 단계(64.7%)가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계약 기간 중(29.4%), 계약체결 시점(5.9%) 순서로 조사됐다.
 
특히 기술자료를 요구받아 제공한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 13곳 가운데 7곳(53.8%)이 대기업으로부터 서면을 발급받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3곳(23.1%)은 서면은 발급받았지만 협의가 아닌 대기업 주도로 작성한 서면을 받았다고 응답해 기술자료를 제공했던 업체들이 분쟁에 휘말릴 경우 피해사실 입증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계약 전 기술자료만 넘기고 실제 거래는 이뤄지지 않은 피해사례도 파악됐다.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A사의 경우 거래처로부터 자동차 부품 개발 오더를 받아 약 2억원을 투입해 부품과 설비를 제작했다. 납품 제안 단계에서 거래처가 설계자료, 도면, 특허 관련 자료 일체를 요구해 납품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제공했는데 기술자료를 모두 넘기고 나니 개발 제품을 양산하지 않기로 했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거래처는 다른 협력업체로부터 이 제품을 납품받기로 계약했는데, 결국 거래처가 A사의 기술자료를 다른 협력업체로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대기업이 기술자료를 요구하는 이유(복수응답)는 주로 불량(하자) 원인 파악(51.9%), 기술력 검증(45.9%)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이외에 납품단가 인하에 활용(24.6%), 타 업체에 기술자료를 제공해 공급업체 다변화(11.2%)하기 위해서라는 응답도 있었다.
 
중소기업들은 작년 9월과 지난 2월에 발표된 정부의 기술탈취 근절 대책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 대책이 도움된다는 응답(41.9%)이 도움이 되지 않을 거란 응답(13.8%)보다 3배 많았다. 정부 발표 대책 가운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대책으로는 과징금 상향과 징벌적 손해배상 등 처벌강화(44.7%), 기술탈취 행위 범위 확대(22.8%), 기술임치·특허공제 지원제도 활성화(14.6%), 집중감시업종 선정 및 직권조사 실시(10.2%)를 꼽았다.
 
이재원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도 정부 대책이 기술탈취 근절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하지만 대기업으로부터 기술자료 제공을 요구받으면 사실상 거절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서면을 발급해 권리관계를 분명히 하고 나아가 중소기업 기술이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기술거래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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