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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해외주식도 '똘똘한 한채'가 중요"
김을규 미래에셋대우 글로벌주식본부장 "투자기업 숫자보다 혁신기반 장기성장이 핵심"
정확한 정보제공·영업직원 역량 제고 최선…월 100회 세미나·전문가 양성프로그램 운영
"미국 강세장 속도 문제, 방향성 지속 전망"…수익률·안정성 제고에 해외주식 투자 필요
2018-09-13 06:00:00 2018-09-14 10:49:24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몇 년 전부터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는 '직구'(직접구매) 열풍이 강하게 불었다. 물건을 주문하고 받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배달 사고의 위험도 높지만 저렴한 가격과 국내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희귀 상품을 찾는 재미에 매료된 소비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주식시장에도 직구 열풍이 강하다. 국내 경제 성장 동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 등으로 주식시장이 부진한 데다 수익률 안정화를 원하는 욕구가 투자자산 다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해외주식으로 큰 수익을 얻는 사람이 늘어나고 증권사의 노력으로 국내주식 못지않게 해외주식 거래 편의성이 개선된 것도 주식시장의 직구 열기를 더욱 뜨겁게 만들고 있는 이유다.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해외주식 직접투자의 저변이 확대되고 소액투자자도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중심에는 미래에셋대우가 있다. 국내에서 해외주식 직접투자의 선봉장 역할을 하는 미래에셋대우에서 글로벌주식본부를 이끌고 있는 김을규 상무를 만나 해외주식 직구 열풍에 관한 얘기를 들어봤다.
 
김을규 미래에셋대우 글로벌주식본부장. 사진/미래에셋대우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해외주식 결제대금이 218억달러로 정도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가까이 증가했다. 사상 최대치였던 작년 227억달러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처럼 해외주식 투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기본적으로는 국내보다 해외주식 직접투자 수익률이 높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코스피는 지난해 많이 올랐지만 올해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반면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은 미국은 독주라고 할 정도로 강세장이 계속되고 있다. 수익률이 높은 곳으로 투자자의 관심이 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해외주식 직접투자의 핵심 지역인 미국 증시가 강세장을 더 이어가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제지표와 기업실적 등이 더 좋아지기 힘들다는 논리다.
 
미국은 길게 보면 2008년 이후 10년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고 미국의 금리 상승도 예정돼 있어 쉬어갈 때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일리 있는 말이고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것도 맞다. 지금과 같은 강세장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속도의 문제일 뿐 방향성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미국 주식이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과열국면으로 보기는 어렵다. 밸류에이션이 아직 부담스러운 상황이 아니고 이익 증가 추세도 계속되고 있어 주가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아직은 해외주식에 직접 투자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다. 이들에게 해외주식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면.
 
우리나라 경제의 역동성은 예전보다 많이 약해졌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주식시장도 강하게 치고 올라가는 게 쉽지 않다. 이런 때는 국내에 한정되지 말고 글로벌 시장에도 눈을 돌려야 자산 증식 가능성이 커진다.
 
여러 지역에 나눠 투자하면 포트폴리오의 안정성도 높아진다. 아울러 해외주식을 사면 기축통화인 달러 자산을 보유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의 해외주식 잔고는 5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조8000억원보다 3배 이상 늘었고 2위권 증권사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많다. 전체적인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고 증가 속도가 유독 빠른 이유는 무엇인가.
 
과감한 투자로 조직, 콘텐츠, 시스템이란 삼박자를 모두 갖춘 것이 가장 크다. 다른 증권사들이 팀 단위의 조직을 운영할 때 본부를 만들었고 해외주식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리서치센터와 별도로 해외주식컨설팅팀에 20여명의 해외주식 애널리스트를 뒀다. 당시는 다른 증권사들은 리서치센터 내에서 1~2명이 해외주식을 담당했다.
 
인력 규모와 업무 집중도의 차이는 고객에게 전달되는 콘텐츠의 질적 수준과 밀접할 수밖에 없다.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많은 11개국 14개 거점을 두고 있다는 것도 정보의 접근성과 그에 따른 분석력 차별화를 만들어내는 요인이다.
 
해외주식과 관련해 선진화된 시스템을 갖고 있던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합병으로 다른 증권사에서는 시도하기 힘든 자체 환전서비스 등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비용 절감이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해외주식 자산이 늘어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모든 것은 글로벌 주식시장을 하나의 시장으로 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그룹 차원의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해외주식컨설팅팀의 역할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해외주식컨설팅팀은 종목 분석 및 추천, 투자전략 마련 등의 역할을 한다. 생산된 정보는 리포트와 세미나 등을 통해 고객은 물론이고 영업점 직원에게 전달한다. 세미나는 수시로 이뤄지는데 월 100회 정도 진행된다.
 
세미나 횟수가 상당히 많다.
 
리포트만으로는 고객의 모든 궁금증을 풀어주기 힘들고 영업점 직원도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 해외주식에 대한 다각적이고 폭넓은 이해가 있어야 길라잡이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의 수익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영업직원의 역량 제고를 위한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세미나 외에 직원의 해외주식 관련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나 프로그램이 있나.
 
대표적으로 해외주식 전문가 양성과정이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프로그램인데 한 기수에 30명 정도의 직원을 모집해 3개월 동안 100시간 정도 교육하고 알리바바 등 해외기업 탐방 기회도 제공한다. 올해 말까지 총 8개 기수가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글로벌 주식 전문가 양성과정에 참여한 미래에셋대우 직원들이 베트남 현지기업을 탐방하면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미래에셋대우
 
미래에셋대우가 추천한 해외주식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 지난해 평균 60% 정도고 올해도 30% 이상인 것으로 알고 있다. 종목은 어떤 전략과 기준으로 선택하는지 설명해달라.
 
기본적으로 잦은 매매 없이 오랫동안 들고 갈 수 있는 종목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수익이 지속적으로 나오면서도 혁신성을 갖추고 있어 장기 성장이 가능한 기업이라야 가능하다. 대표적인 게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이다. 포트폴리오의 다른 한 축은 중국 시장이다.
 
전체 포트폴리오는 30개 안팎의 종목을 유지하는데 큰 차이는 없지만 혁신기업 수가 중국보다 조금 많은 편이다. 좋은 종목이 있으면 추가하지만 일부러 숫자를 늘리지는 않는다. 단순히 숫자가 많은 것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요새 부동산 시장에서 '똘똘한 한 채'란 말이 있는데 해외주식도 마찬가지다. 시가총액 규모나 업종 대표성 등은 종목 선정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기업들의 하반기 공채 시즌이 시작됐다. 오랫동안 증권업계에 몸담았던 선배로 증권사 취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전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이고 금융투자업계도 그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틀을 깰 수 있는 창의적 사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추상적인 얘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항상 문제의식을 갖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려는 자세 없이 예전처럼 경제나 숫자에 밝은 것만으로는 증권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얼마 전 한 증권사 차장이 상반기에만 20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은 게 화제가 됐다. 이게 가능했던 것은 기존의 틀을 깨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돈을 다루는 일이란 점에서 정직성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면접에서 자신의 이력 등을 과장하거나 거짓말을 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증권맨에게는 신뢰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각오나 목표는 무엇인지.
 
전통적으로 수출이라고 하면 제조업체가 물건을 만들어 해외에 내다 파는 것을 뜻했다. 그렇지만 수출이 해외에서 돈을 벌어오는 것이란 관점에서 보면 운동선수들이 국제 대회에 출전하고 가수들이 공연하는 것도 수출이다.
 
해외주식 직접투자로 고객 자산이 증식되고 전체적인 국가의 부가 늘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 많은 투자자가 해외주식 직접투자로 부를 축적할 수 있게 하는 첨병 역할을 계속해 나가겠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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