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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의 재발견…“노인 재난 예방 도구로 활용도 높아”
일본, 재난정보 제공위해 지자체가 공급 성과 거둬
2018-09-06 13:18:56 2018-09-06 13:44:55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스마트폰에 밀려 사라지고 있는 무선호출기, 일명 ‘삐삐’가 노인들의 재난 대응 도구로 활용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지지통신 등 일본 현지 언론 보도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 지방자치단체들은 태풍과 폭우 등 자연재난 상황 발생시 방재행정무선(방재 정보 공유를 위해 구축한 무선망)을 통한 대피 안내 방송이 주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는 문제를 무선호출기로 해결했다.
 
일본에서 유일하게 무선호출 서비스인 ‘포켓벨파’를 이용한 방재 무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도쿄 텔레메시지는 5년 전부터 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삐삐와 같은 단말기가 아닌 가정에 비치하는 라디오 크기의 전용 기기를 사용한다. 현재 30여개 지자체가 채용하고 있으며, 수주한 호별 수신기 수는 약 17만대에 달한다.
 
마을 회관에서 전하는 스피커로 방송하는 재난 대피 정보는 폭우 소리 등에 묻혀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포켓벨파가 사용하는 주파수는 방재행정무선보다 파장이 짧아 건물 안으로 쉽게 전달되기 때문에 사각 또는 음영지대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방재행정무선은 인접한 지자체와의 전파 간섭을 피하기 위해 출력에 제한을 둘 수밖에 없는 반면, 무선 호출 서비스는 높은 출력으로 송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인해 적은 수의 송신 설비로도 넓은 지역을 커버할 수 있다.
 
통신기술의 진화로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무선호출기 '삐삐'가 노인 재난 대응 수단으로 재조명 받고 있다. 사진은 미국 모토로라가 개발한 무선호출기. 사진/뉴시스
 
한국에서도 무선 호출 서비스를 노인들에게 활용해 볼만 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부와 재난방송주관기관인 KBS를 비롯한 언론들이 생산한 정보들이 지상파·인터넷·위성·모일TV 방송, 스마트폰 문자 서비스, 인터넷 등 유무선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 제공하고 있으나 정보통신기술(ICT) 지식이 취약한 고령자들은 상대적으로 정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무선호출기의 매력은 휴대폰에 비해 사용이 편리하다는 것이다. 위치정보 기능 등을 적용하면 혼자 사는 노인들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는 사건·사고에 대응할 수 있고, 재난 정보 뿐만 아니라 건강검진 등 생활정보들도 제공할 수 있다.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 독거노인들은 복지의 사각지대에 내몰리는 경우가 많아 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무선 호출 서비스를 사용해 볼만 하다.
 
한국은 노인 인구 비율이 14%를 넘어 고령 사회로 진입했다. 2025년에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이 되며, 비율은 20%를 넘어 초고령사회가 될 예정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4년 노인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현재 전체 노인인구 중에서 20.6%가 80세 이상이며, 독거노인 가구는 현재 전체 노인 인구의 23%에 달하는 등 시장규모도 작지 않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100%를 넘었지만 노인층들, 특히 혼자 사는 노인들은 휴대폰을 사용하기 어렵고 요금 부담도 커 갖고 다니지 않는다”면서 “무선호출기는 단추만 누르면 화면으로 바로 정보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자 정보를 음성으로 변환해서 들려주고, 크기가 작아 휴대도 간편하다. 전용 단말기를 개발하고 일본처럼 지자체가 지원하면 요금도 무료에 가까운 수준으로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현재 서울이동통신이 전국 무선 호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무선 호출 서비스 가입자 수는 3만여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 단방향에 머물렀던 서비스를 양방향으로 확대해 유무선 채팅, 메신저 등 무선 메시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무선 호출 서비스는 망 투자가 완료됐고 서비스 안정화도 이뤄졌기 때문에 투자 부담이 거의 없다”면서 “지자체의 복지 예산을 활용해 노인 복지 수단으로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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