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수진의 코넥스 줌인)디피코, 틈새시장 공략해 전기차로 발돋움
자동차 엔지니어링 전문업체…전동 스쿠터부터 전기버스·트럭까지 라인업
2018-09-06 06:00:00 2018-09-06 06:00:00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대기업 위주의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한 중소기업이 전기차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동안 엔지니어링 사업을 영위했던 회사가 제조사로서 나섰다. 자동차의 설계부터 생산까지 이미 모든 기술을 갖췄다. 주요 사업인 엔지니어링 시장 규모가 줄어들자 갖고 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동차 제조사'로서의 전환기를 맞게 된 것이다. 틈새시장인 '초소형전기차'를 공략, 이미 전동스쿠터부터 전기버스, 1톤 전기트럭까지 라인업을 갖췄다. 전기차 개발이라는 큰 목표를 위해 중소기업들끼리 힘을 모아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한국전기상용차융합협동조합'도 만들었다.
 
자동차 엔지니어링 전문업체 디피코의 얘기다. 제조사로 발돋움하는 시점에서 지난 5월 코넥스 시장에도 상장했다. 기존의 엔지니어링 사업에서 분야를 확장해 자동차라는 상품을 만들고 있는데, 고객에게 브랜드에 대한 신뢰감을 주기 위함이다. 경기도 군포에 있는 디피코 본사에서 송신근 대표를 만나 전기차 사업에 대한 포부를 들어봤다.
  
디피코는 국내 완성차회사 출신의 송신근 대표가 지난 1998년 설립한 자동차 토털엔지니어링 전문업체다. 국내에 아직 엔지니어링이라는 인식이 없을 당시 송 대표는 현장에서 대기업들도 기술이 부족해 해외에서 인력을 초빙해서 해결하는 것을 보고 기술자로서 이 분야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 중소기업 기술자를 교육했다고 다짐하며 '디피코'를 설립했다.
 
엔지니어링은 생산시스템을 설계하는 것부터 개발 및 구축, 운영하는 부분까지 각종 산업 공장이나 시설물을 설치할 때 이에 대한 계획 수립과정에서 해당 산업공장, 시설물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기술적인 서비스를 말한다.
 
송 대표는 "설립 초반에는 국내에 엔지니어링이라는 인식이 없어서 수요는 많은데 돈은 많이 벌지 못했다"며 "중국 자동차업체의 엔지니어링 요청을 계기로 해외쪽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송신근 디피코 대표. 사진/심수진기자
 
국내 엔지니어링 산업의 경우 기술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서 시장의 한계가 있지만 중국, 일본 등 해외 완성차회사들은 한국의 자동차 엔지니어링 기술에 대한 수요가 높다. 중국 고객사의 비중이 약 60%로 가장 크고 일본 고객사가 다음으로 많다. 계약 규모가 큰 경우에는 국내 회사들과 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응하기도 한다.
 
디피코는 해외 고객사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자동차산업 영향은 받지 않는다. 다만 국내 자동차 엔지니어링 시장 전망에 대한 우려는 있다. 송 대표는 "자동차 엔지니어링 시장에 디피코가 유일하지만 경쟁사가 없어 독점적 혜택을 누리는 것보다 시장이 작아지는 것이 문제"라며 "식당도 몰려 있어야 장사가 잘 되듯 사업도 회사들이 있어야 시장이 형성되는데 시장 자체가 작아지고 있어 한국 엔지니어링 사업의 수주와 홍보가 힘들다"고 말했다.
 
미래 먹거리로 선택한 전기차 사업
 
이에 디피코는 엔지니어링 위주의 사업구조에서 '자동차 제작' 비중을 높이고 있다. 신성장동력으로 전동 스쿠터, 초소형 전기차, 전기버스 등 전기차를 제작하는 전동 퍼스널 모빌리티(EPM) 사업부를 신설했다. 이미 전기차 제작에 대한 설계 및 제작 능력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내년 하반기부터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를 하고 있다.
 
디피코는 대기업 위주의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중소기업이 공략할 수 있는 틈새시장으로 '전동스쿠터'를 선택했다. 송 대표는 "국내에서 소형차 이하의 모델 중 제작이 가능한 차를 찾다 보니 전동스쿠터가 있었는데, 시장조사를 할 당시 전동스쿠터는 중국에서 들여온 제품들이 대부분이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코리아스마트모빌리티페어의 디피코 부스에 전시된 전동스쿠터. 사진/디피코
 
전동스쿠터는 의료기기로 분류되기 때문에 의료기기법이 적용된다. 디피코는 지난 2016년 의료기기업 제조업 허가 및 품질확보를 위한 GMP인증(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적합인정서)을 마쳤다. 현재 전동스쿠터는 기본형, 중형, 고급형 모두 판매 허가를 받았고 전동휠체어모델도 개발을 마쳤다. 전기차 판매는 '휴모빌'이라는 브랜드로 판매중이다.
 
휴모빌의 전기차 라인업은 계속해서 확장할 계획이다. 초소형 경차부터 전기버스, 초소형 트럭 등 다양하다. 우선 내년 상반기에 초소형전기차 모델을 공개한다. 지난 6월 국토교통부가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초소형 자동차를 추가하면서 국내 초소형차 시장이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우체국이나 마트, 물류회사들의 배달차 수요에 맞춰 근거리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초소형 화물택배형 차량'도 출시한다는 설명이다. 초소형전기차의 생산은 지방자치단체와 협의중으로, 내년 하반기부터 국내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1톤 전기트럭과 전기버스도 출시할 예정이다. 중국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OEM)으로 만들어 국내에 수입한다. 첫 번째 모델은 8.5미터 사이즈의 마을버스로, 국내 안전검사 인증을 위한 인증차가 9월 중 국내에 들어오면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의 인증절차를 밟게 된다.
 
송 대표는 "국내 틈새시장에서 전기버스를 필요로하는 유저는 많지만 개발비용이 크기 때문에 기존 생산시설을 활용해서 제작하고 이를 수입해 국내에서 판매할 예정으로, 국내 기준, 품질 수준에 맞춰서 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 상용차 사업은 '한국전기사용차융합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추진한다. 자동차는 하나의 회사가 만들 수 있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여러 업체들의 협업이 필요하다. 송 대표는 "국내 자동차 제조기반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공동체시장' 개념의 조합을 만들었다"며 "중소기업들이 '전기차'라는 아이템을 개발하기 위해 서로 힘을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개발은 기술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데 협동조합은 새로운 인력이 아닌 기존 인력을 활용해 새 사업에 투입하는 것인 만큼 인건비 부담을 줄여 최종적으로는 차의 가격경쟁력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디피코는 엔지니어링 사업 중심에서 제조사로 넘어가는 단계에 있다. 송 대표는 "휴모빌 브랜드의 매출이 올해부터 발생할 예정이고 내년부터 라인업이 확대되기 때문에 올해의 성장만큼 내년이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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