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 달리는 북미, 어깨 무거워진 문 대통령
미 "남북관계 진전, 비핵화와 발맞춰야"…북도 맞대응 속 관망
입력 : 2018-09-02 16:56:10 수정 : 2018-09-02 16:56:10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이달 중 열릴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둘러싼 북미 협상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어서다.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비밀편지’로 인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이 취소되고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는 등 양국 관계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일련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북미 간 중재자 역할을 자임해온 문 대통령의 전면등판은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이 포함된 대북 특별사절단 명단 발표 후 기자들을 만나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은 지금 우리 특사단의 방북과 별개의 문제”라며 “같이 연동해서 논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특사단의 방북 문제에 대해서 미국과 사전에 긴밀하게 협의를 해왔고 정보를 공유해왔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관련 사항을 협조하되 남북관계가 북미관계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는 문 대통령의 평소 생각을 재차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 ‘이달 평양 정상회담 성과를 낙관할 수 없다’는 비관론까지 나오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대북 특사 카드를 꺼내든 것은 역으로 남북관계를 통해 북미관계 개선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다. 더 늦어지면 비핵화 문제 해결은 물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제동이 걸린다는 절실함마저 묻어난다. 문 대통령은 지난 달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라는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남북 간에 더 깊은 신뢰관계를 구축하겠다. 북미 간의 비핵화 대화를 촉진하는 주도적인 노력도 함께해 나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미국 내 대북 강경파는 ‘북한이 핵 폐기에 나서기 전까지 어떠한 양보도 해서는 안된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최근 “현 시점에서 더이상의 훈련중단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며 한미 연합훈련 재개 가능성을 내비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특히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오는 5일 우리 정부가 대북 특별사절단을 파견키로 한데 대해 미 국무부는 “남북 관계 진전은 비핵화 진전과 발맞춰(lockstep) 이뤄져야 한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 핵 프로그램 해결은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발전은 북미관계 진전의 부수적 효과가 아니다”라며 북미 간 비핵화 대화를 촉진하는 노력을 하겠다고 밝힌 것과 다소 온도차를 드러낸 셈이다.
 
북한에서는 한동안 자제했던 대미 비판발언이 다시 나오고 있다. 북 노동신문은 지난 달 26일 ‘대화막 뒤에서의 위험천만한 군사적 움직임’이라는 제목의 개인명의 논평에서 한반도 내 미 특수부대 훈련상황을 거론하며 “미국이 저들의 부당하고 강도적인 ‘선 비핵화’ 기도가 실패하는 경우에 대비해 북침전쟁을 도발하고 천벌을 받을 짓까지 감행할 범죄적 흉계를 꾸미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신문은 “뿌리깊은 불신과 적대적 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선의와 아량을 보이며 진지하게 노력해도 모자랄 판에 이런 도발적이며 위험천만한 행동에 거리낌없이 나서는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는 명백하다”는 발언도 내놨다.
 
북한의 이같은 반응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전격 취소한 후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6·12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발표 당시 김계관 북 외무성 제1부상이 9시간여 만에 “언제든지 미국과 마주앉을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정권수립 70주년이자 지난 2016년 발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3년 차를 맞아 대내외 선전효과가 필요한 북한 입장에서도 이번에는 밀리지 않겠다는 강수다.
 
최근 미국 내 정치상황도 북한 입장에서 호의적이지 않다. 지난 달 7일 실시된 미 보궐·예비선거에서 일부 민주당 후보들이 선전한 것을 두고 박지광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공화당의 지지층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대승을 점치는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같은 날 미시건과 캔자스, 미주리 등에서 실시된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트럼프가 지지한 후보들이 모두 승리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 내 기반이 탄탄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박 연구위원은 일각에서 점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조기 레임덕 가능성에 대해서도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은 그로 하여금 북미관계 개선에 목을 매지 않도록 할 공산이 크다.
 
북미는 일단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을 관망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 노동신문은 2일자 ‘민족단합의 확고한 의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과거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열거하며 “과거를 묻지 말고 다 손을 잡아야 한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발언을 소개했다. 우리 정부의 중재 노력을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내 대북 강경파의 비관적인 예측과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달 30일(현지시간) 김 위원장과의 관계가 ‘좋은 상태’라며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억류해온 미국인 3명을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전에 석방했으며 핵·미사일 실험을 계속 자제하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왼쪽부터)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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