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초원 기자] 정부가 1000만원 이하 채무를 10년 이상 연체한 채무자의 빚을 탕감해주겠다며 내놓은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대책'의 신청률이 당초 계획보다 크게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부터 6개월간 접수된 인원이 예상 정책수요자의 2%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제도의 취지가 빛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무부처인 금융위는 내년 2월까지 접수 기한을 연장할 계획이지만, 그간 정책을 허술하게 관리한 데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22일 금융위 및 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이달 10일까지 생계형 소액채무를 장기간 상환하지 못한 장기소액연체자로부터 채무지원 신청을 받은 결과 5만3000명이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당초 금융위가 추산했던 장기소액연체자가 119만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첫 계획의 2.1% 수준밖에 안되는 셈이다.
금융위는 "지난 6개월간 채무자들의 채무상황이나 소득, 재산을 살펴봤을 때, 타정책 대상자 및 상환능력 보유자를 제외하면 실제 정책수요자는 30만~40만명"이라고 재추정했지만, 이 규모에 비춰봐도 신청률이 한참 모자란 것은 마찬가지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이 정책을 처음 발표할 때 "장기소액연체자 절반 이상은 구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 추진현황 점검 간담회'에서 "5만3000명이라는 신청자 수가 작게 보일 수도 있지만, 한 분 한 분의 절실한 사정을 생각하면 인원수만으로 정책효과를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면서 "다만 접수 마감을 앞둔 지금까지도 신규 접수가 줄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제도 인지도가 높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청자가 예상보다 저조하자 금융당국은 결국 신청기한 연장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달 말까지였던 접수기간을 내년 2월28일까지로 늘리고, 당국이나 재단에서 파악하기 힘든 민간금융기관 채무자의 경우 금융회사를 통해 제도 내용과 신청 방법을 안내하도록 할 방침이다. 김 부위원장은 "어떠한 제도도 마찬가지지만, 지원 자격을 갖추고 있음에도 몰라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는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며 "지원접수 기간 연장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존 접수기간이었던 오는 31일까지 신청하는 채무자에 대해서는 계획된 일정대로 상환능력 심사와 채무지원을 선집행할 계획이다. 신청자 5만3000명 중 ▲국민행복기금 상환약정 채무자는 2만5000명 ▲장기소액연체자재단이 심사하는 금융공공기관 및 민간금융회사 채무자는 2만8000명이다. 국민행복기금 채무자 1만7000명에 대해서는 이미 상환능력 심사를 마쳐 채무중단과 감면을 진행했으며, 나머지 8000명의 심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또 국민행복기금이 아닌 금융회사 채무자는 제도 지원 대상인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해, 오는 10월 말까지 상환심사와 추심중단 조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는 이번 지원정책 대상에는 포함되지 못했지만 지원 필요성이 있는 연체자에 대해 상시적인 지원책을 제공할 예정이다. 지원제도를 몰라서 신청하지 못했거나, 소득·재산요건·채무기준을 아깝게 미달한 자 등이 상시 지원 대상이다. 김 부위원장은 "금융권의 소멸시효 완성채권 소각과 개인파산 등을 통해 점진적으로 채무가 소멸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다소나마 상환여력이 있으신 분들에 대해서는 신용회복 제도나 개인회생 등 채무조정 제도를 통해 상환부담을 덜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융위원회는 장기소액연체자 재기지원 신청 기한을 내년 2월28일까지 연장한다고 22일 밝혔다. 사진/뉴시스
정초원 기자 chowon61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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