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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재산 도피 우려 없는 세금 체납자 출국금지는 부당"
"공익보다 불이익 커"…법무부 장관 상대 소송서 원고 승소
2018-08-20 06:00:00 2018-08-20 07:03:08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가족이 외국에 살았고, 자녀가 외국의 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로 재산을 도피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세금 체납자의 출국금지를 연장한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박성규)는 A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출국금지 기간 연장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해 원고가 받게 될 불이익이 더 크므로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원고의 배우자 B씨와 딸 C씨 등이 2008년 11월 2009년 2월까지 필리핀에서 거주했던 사실, C씨가 미국에 있는 메이크업 스쿨에 재학 중인 사실 등에 의하면 원고가 재산을 외국으로 도피시키는 등 방법으로 체납세액의 강제집행을 곤란하게 한 것이 아닌지 다소 의심이 들기는 한다"며 "그러나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체납세액의 강제집행을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필리핀의 물가가 저렴한 점, 대한민국 국민 사이에서 경제적 무능력으로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키지 못하면 자녀를 좋은 대학교로 진학시킬 수 없다는 사고가 일반화돼 있는 점, 필리핀에 거주하면 최소한 자녀에게 효율적인 영어교육을 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B씨가 자녀의 교육을 위해 친정의 도움을 받아 자녀와 함께 필리핀으로 이주했다는 원고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C씨가 필리핀에서 습득한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영어 과외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자신의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며 "따라서 C씨가 미국에 있는 학교에 재학 중이란 사실만을 가지고 원고가 재산을 외국으로 도피시켰다거나 원고가 C씨의 학비와 생활비로 큰돈을 지출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해 11월29일 기준으로 부가가치세, 종합소득세 등 총 4억원 상당의 세금을 체납했고, 이에 앞서 법무부는 국세청 요청에 따라 그해 11월24일까지 출국금지 처분을 내렸다. 이후 법무부는 A씨에게 출국금지 기간을 그해 11월25일부터 올해 5월24일까지 연장한다고 통보했고, 5월25일부터 오는 11월24일까지 추가로 연장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A씨는 출국금지 기간을 추가로 연장 통보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사진/서울행정법원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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