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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해양사고 90% 이상이 인적과실…안전의식 높여야"
박준권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해양사고를 조사·심판하는 전문가 조직 수장
선장 비상대응 메뉴얼 제작 중…사고예방 홍보·캠페인 강화
2018-08-17 06:00:00 2018-08-17 06:00:00
[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 "국내 해양사고 가운데 70%가 20톤 미만의 소형 선박에서 발생했다. 특히 최근 낚시객 등 해양레저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이와 관련한 인명사고도 늘어나고 있다. 인적과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스스로 안전의식을 높여야 한다"
 
박준권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은 해양사고를 줄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전의식이라고 강조했다. 해양사고 원인의 90% 이상이 부주의 등 인적과실인 것을 감안했을 때 가장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작년 12월 영흥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영흥도 낚시어선 충돌 사고를 비롯해 최근 낚시객과 해양레저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와 관련한 사고에 대한 대비도 필요한 실정이다.
 
박 원장은 "해양사고의 인명피해는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기상상태가 좋지 않은데도 무리하게 조업을 나가는 경우도 사고의 원인이고 전방 시야 확보가 어려운 소형선박들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양사고에 대한 조사와 심판을 통해 사고원인을 분석하고 제도적으로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는 해심원. 해심원을 책임지고 있는 박 원장을 뉴스토마토가 만났다.
 
박준권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사진/뉴스토마토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의 기능과 역할이 궁금하다.
해심원은 1963년 설립된 해양수산부 소속기관이다. 중앙심판원과 부산, 인천, 목포, 동해시에 4개의 지방심판원을 두고 있다. 지방심판원이 1심을 담당하고 중앙심판원이 2심을 담당한다. 3심은 대전고등법원이 담당한다. 해양사고가 나면 사고에 대한 조사와 심판을 통해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과실의 정도에 따라 해기사 면허 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결정한다. 특히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중요한 해양사고나 제도적인 문제점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해양사고는 특별조사부를 구성해 사고원인을 정밀하게 조사하고 제도적인 문제점을 파악해 유사사고 재발방지 대책을 제시한다.
 
원장에 취임한 지 이제 1년이 됐다.
그동안 다수의 해양사고에 대한 심판을 진행하면서 해양사고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일어나기보다는 조그마한 부주의, 방심, 안일한 안전의식으로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사고예방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 때문에 사고예방활동 강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또 해심원은 모든 해양사고를 직접 조사하고 심판함에 따라 해양사고에 대해서는 최고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고, 이런 전문성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직원들과 함께 과거의 사고사례를 재검토하고 분석하면서 여러 가지 사고예방활동과 사고방지대책에 대해서 토론하고 논의해 왔다.
 
최근 해양사고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졌다. 얼마나 발생하고 있나.
작년 기준 총 2582건의 사고가 있었고, 145명이 사망하거나 실종 됐다. 전년보다 12%가 늘어난 수치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총 1174건이 발생하며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작년에 비해 사망과 실종 등의 인명피해가 다소 감소했다는 것이다. 작년 상반기에는 65명의 인명사고가 발생한데 비해 올해는 52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인명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이 마련돼야 한다.
 
해양에서 사고 원인은 보통 인적 사고라고 하는데.
사고원인을 보면 90% 이상이 인적과실에 의한 사고다. 사고에 대한 안일한 안전의식, 부주의를 원인으로 손꼽을 수 있다. 항법을 무시하거나 주의경계를 소홀히 하는 경우, 과속, 졸음운항, 조업장비 조작 부주의 등이 인명사고로 이어진다. 특히 기상상태가 좋지 않은데도 무리하게 조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월 근룡호 사고나 3월의 11제일호 사고도 기상이 좋지 않은 무리하게 조업을 하다가 발생한 사고라고 볼 수 있다.
 
박준권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왼쪽)이 해양안전심판 재결평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해양수산부
 
특히 소형 선박 사고가 잦아진 것 같다.
규모별로 20톤 미만의 소형선박 사고가 전체 사고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작년 기준으로는 전년보다 20%이상 증가할 정도로 소형 선박 사고가 늘어나고 있다. 2016년 기준 현재 우리나라에 등록된 어선은 약 6만4000척이다. 이 가운데 약 5만5000척이 5톤미만 소형선박이다. 선박 숫자가 많다 보니 사고도 많다. 또 소형 선박의 경우 전방시야 확보가 쉽지 않아 사고에 더욱 쉽게 노출된다. 아울러 5톤 미만 선박의 경우 낚시어선과 여객선 등을 제외하고는 해기사 면허가 없이도 운항할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전문 항법 지식이 부족하거나 안전의식이 낮은 경우가 많다.
 
사고 예방을 위해 제도적으로 필요한 부분도 있을 것 같다.
해양사고를 줄이기 위하여 해수부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Navi 개발, 해상 LTE망 구축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지난 2월에는 연안선박 해양안전 종합대책을 수립해 시행 중이다. 또 300여개 해양단체가 참여하는 해양안전실천본부를 구성하고 대국민안전 캠페인도 벌이고 있는 등 지속적으로 해양안전 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인적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대국민 안전의식 제고를 위한 캠페인과 함께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적과실을 줄이는 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해심원의 경우 선장의 비상대응 매뉴얼을 제작 중이다. 선박침몰과 같은 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선장이 정확히 상황판단을 하고 최적의 대응을 해야한다. 하지만 선장은 대부분 사고경험이 없고 대형사고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없기 때문에 급박한 상황에서 잘못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선장이 상황을 판단하고 대응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 잘못된 결정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해양사고 예방 홍보포스터를 매월 제작해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사고사례집과 사고예방관련 동영상도 현재 제작한다.
 
최근 가장 중요하게 진행되고 있는 사건은.
특별조사를 진행 중인 건이 4건이 있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건, 영흥도 낚시어선 충돌사고, 올해 2월과 3월에 각각 발생한 근룡호 및 11제일호 어선 전복사건 등이다. 특별조사는 사고원인을 정밀하게 규명해 제도개선 사항 등을 발굴하고, 유사한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보통 6개월 이상의 긴 시간동안 세부적으로 조사가 진행된다. 앞서 4건의 사고는 모두 큰 인명사고가 났고, 또한 제도적으로 개선점을 찾기 위해 특별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재임기간 동안 가장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사고 예방을 위한 홍보와 캠페인을 더욱 강화하고 싶다. 우선 올해는 선장의 비상대응 매뉴얼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당초 2019년까지 만들 계획이었는데, 관련 용역을 수행하는 해양수산연수원과 해심원 직원들, 외부 전문가, 선사 등과 긴밀히 상의하고 고민하고 협력해서 매뉴얼을 올해안에 만들고자 한다. 이와 함께 준해양사고 제도 강화도 중점을 두고 추진할 생각이다. 준해양사고는 사고가 실제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일어날 뻔 했던 사고를 말하는데 아차사고라고도 한다. 준해양사고가 발생하면 선사는 해심원에 통보를 해야 하는데 대부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현재는 선사들이 참여하는 준해양사고발전협의회를 구성해 일부 사례를 공유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례발굴이 제한적이다. 앞으로 선사나 선박을 직접 방문해 선박이 운항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위험요소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이를 뉴스레터로 만들어 배포할 계획이다.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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