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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성대규 보험개발원장 "4차 산업혁명 기술로 보험산업 퍼플오션 창출해야"
방카슈랑스·제3보험·실손보험 본임부담금 도입한 보험 전문가
'인슈테크 전도사' 자처…IT강국에 맞는 인슈테크 발전 필요해
2018-08-16 08:00:00 2018-08-21 16:00:14
[뉴스토마토 양진영 기자] 인슈테크(보험과 IT기술의 결합)에 대한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보험회사의 효율성 개선은 물론 보험가입자의 편리성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인슈테크를 활용한 실손보험 간편청구를 시연하는 행사를 개최하는 한편, 인슈테크 활성화를 위한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보험사들도 인슈테크를 접목한 헬스케어 상품을 앞다퉈 내놓기 시작했다. 보험업계에서 인슈테크 발전을 위해 가장 앞장서고 있는 기관이 보험개발원이다. 1983년 한국손해보험요율산정회로 출발한 보험개발원은 보험요율을 산정하고 새로운 보험상품을 개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보험개발원의 수장 성대규 원장은 인슈테크를 현재 침체기인 국내 보험산업의 돌파구로 꼽는다. 성 원장을 만나 국내 인슈테크의 현주소와 보험산업의 전망을 들어봤다.
 
성대규 보험개발원장은 보험업계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전문가다. 재정경제원 보험제도담당관실에서 사무관으로 보험과 인연을 맺은 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보험과, 금융위원회 보험과장 등 보험과 관련된 주요 부서의 경력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단순히 해당 부서에 몸만 담았던 것도 아니다. 2003년에는 보험업법 전면개정을 이끌며 은행에서 보험을 판매할 수 있게 하는 현재의 방카슈랑스를 도입했으며, 질병 또는 상해로 간병이 필요한 사람을 보장하는 제3보험업도 신설했다. 보험과장 당시에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실손의료보험에 10%의 본인부담금을 도입하는 등 주요 보험정책의 중심에서 활약해왔다.
 
그런 성 원장이 요즘 주목하고 있는 것은 보험과 IT ‘인슈테크’다. 저성장·고령화·가입률 포화 등 우리처럼 보험산업의 악재를 겪었던 일본과 중국을 방문하며 느낀 점을 토대로 보험산업의 돌파구를 제시한 것이다. 현재 성 원장은 보험개발원의 주요 업무인 보험상품 개발과 자동차보험 보상업무에도 인공지능을 접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 지난달에는 인슈테크를 알리기 위해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인슈테크 선진국인 일본·중국·미국의 사례를 소개하는 세미나를 개최했는데 앉을 자리가 없어 복도에서 TV로 시청할 정도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뉴스토마토와 만난 성 원장은 자신을 ‘인슈테크 전도사’라고 스스로 소개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이용해 보험산업의 퍼플오션을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퍼플오션은 치열한 경쟁시장인 레드오션과 경쟁자가 없는 시장인 블루오션을 조합한 말이다.
 
자신을 '인슈테크 전도사'라고 소개한 성대규 보험개발원장은 인슈테크가 침체된 보험산업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보험개발원
 
국내 보험사의 인슈테크 수준에 대한 평가와 이유에 대해 설명해달라
 
국내 보험사 CEO들도 인슈테크에 관심을 높아지고 감독기관도 인슈테크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속도다. 우리가 달리는 사이에 세계는 날고 있다. 올해 창사 30년을 맞은 중국의 한 보험그룹은 빅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등의 연구개발비로 매출액의 1%, 연구 인력에 2만명 이상을 쏟아 붓고 있다. 전통적인 IT 강국인 미국의 경우, 한 신생보험회사는 눈 깜짝하는 사이에 주택보험금 청구업무를 처리한다. 또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영상통화 등을 통해 보험금을 청구 받고, 빠르면 3초 내에 보험금이 지급된다. 보험금 청구의 허위 여부를 확인하는 약 20개의 사기방지 알고리즘, 인공지능 덕택이다. 일본의 대형 보험회사들은 앞다퉈 실리콘밸리 등에 디지털 연구소를 세우고, 신기술을 상품과 서비스에 접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반면 기술강국인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 보험사 가운데에는 디지털 연구소를 설치한 곳이 없다. 국내 인슈테크 수준의 현주소다. 조금 더 우리 보험산업이 인슈테크에 속도를 더해야 할 때다. 기술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금융보험업의 컨텐츠를 바꾸는 시대가 된 것이다. 세계 7위의 보험대국 규모와 IT 강국의 면모에 맞는 혁신을 선보일 시기다.
 
최근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보험사들이 자동차 보험료를 인하할 수 있는 방법이나 기술로 어떤게 있나
 
최근 사고증가에 따른 손해율 상승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비공임 인상 공표, 건강보험 확대에 따른 상급병원 2∼3인실 적용, 최저임금 인상 등 자동차보험료 인상요인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인상요인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보험금 누수방지를 위한 제도개선과 AI(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활용한 보상업무 효율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차량의 경미한 손상에 대해서 부품교환 대신 수리를 유도하는 경미손상 수리기준의 확대 적용이 필요하다. 현재 범퍼에 한정해 적용하고 있는 기준을 손상빈도가 높은 외판패널까지 확대하면 수리비 절감에 기여할 것이다. 보험개발원은 수리비를 산출하는 전산시스템에 인공지능을 접목시키기 위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지인식 자동견적시스템 구축을 위해 지난 7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인슈테크의 미래’라는 주제로 국제세미나를 개최했고 해외 AI기술수준 및 동향을 파악했다. 국내 학계, IT업체의 기술동향 파악도 지속적으로 추진했고 최근에는 AI개발업체를 선정해 본격적인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성대규 보험개발원장이 지난 3월 28일 차량 수리비 산정기준 연구를 위해 르노삼성측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보험개발원
IFRS17, K-ICS(신지급여력제도) 등 새 제도 도입되며 중소형 보험사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한 개발원의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 있나
 
IFRS17 및 K-ICS가 도입되는데 있어 중소형 보험사는 전문인력의 확보와 개발비용에 큰 부담을 가지고 있다. 또 경험실적 부족으로 인한 산업통계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보험개발원에서는 중소형 보험사가 새로운 제도를 안정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보험사가 필요한 분야를 발굴하여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우선, 중소형 보험사가 IFRS17 시스템을 구축함에 있어 참여인력과 비용에 대한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목적으로 10개 보험사와 함께 ARK 시스템을 공동 개발해 보험회사에 이전할 계획이다. 2018년 8월 현재 프로그램은 개발 완성단계이며, 통합테스트를 거쳐 2019년부터는 개별보험사 포팅작업을 실시해 참여사 연계테스트 및 시스템 안정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보험개발원이 보유하고 있는 전사통계를 활용해 자사 경험통계가 부족한 중소형 보험사가 활용할 수 있도록 보험계약 해지율 및 주요 담보에 대한 손해율 가정을 지속적으로 산출해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보험계약의 장래 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험계약자의 행동패턴을 보험료 납입률, 연금선택률 등이 반영된 기초율로 산출해 제공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보험회사는 보험부채에 내재된 옵션 및 보증 평가를 위해 경제적 가정에 대한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개별 보험사 자체적으로 개발하기 어려운 중소형 보험사를 위해 주가나 금리에 대한 다양한 경제적 시나리오를 생성하는 시스템(KIDI-ESG Pro.)을 개발해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할 예정이다.
 
얼마 전 보험개발원이 큰 비용이 들어가는 안전띠 착용 차량충돌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 결과로 어떤 효과가 있을 수 있었나
 
최근 휴가철에는 여행으로 인한 들뜬 마음, 장거리 운행에 따른 피로누적 등으로 산만해진 주의력이 사고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보험개발원이 분석한 최근 3년간의 자동차보험 사고발생 현황을 보면, 하루 평균 사고건수는 여름 휴가철이 평상시보다 3.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휴가철 사고는 일가족이 한꺼번에 사고위험에 노출되는 불행한 상황을 초래한다. 따라서 사고를 미연에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대비해 부상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띠 착용이 필수다. 보험개발원은 안전띠 착용에 대한 국민의 의식고취를 위해 지속적인 홍보를 실시하고 있다.
자동차 사고는 발생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혹시라도 사고가 발생하면 승객의 부상위험을 최소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안전띠는 자동차사고에서 승객을 보호하는 첫 번째 안전장치다. 물론 국민이 안전띠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국내 착용률을 보면 다소 의외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앞좌석 안전띠 착용률은 94%로 높으나, 뒷좌석은 30%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시행된 뒷좌석 안전띠의 의무착용에 영향을 끼쳤다. 에어백도 안전띠를 착용했을 때 그 효과가 증대되는 ‘보조안전장치’다. 그만큼 안전띠 착용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아직도 에어백을 충돌사고에서 승객을 보호하는 첫 번째 안전장치로 오해하고 안전띠의 중요성을 폄하하거나, 뒷좌석은 앞좌석에 비해 안전할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뒷좌석 안전띠 착용의 생활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보험개발원은 충돌사고 재현시험을 통해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이 사고에서 얼마나 위험한지를 시각적인 효과로 홍보한 바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 이란 고사성어처럼 말이다. 이 같은 우리의 노력으로 모든 국민이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안전띠 착용을 생활화 할 것으로 기대한다.
 
보험산업이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인슈테크 발전을 위해 개인정보보호 규제 등 다양한 부문에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고율도 줄이고 보험료도 낮출 수 있는데 규제 때문에 연구가 어려운 실정이다. 혁신성장과 소비자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솔로몬 같은 규제혁신을 기대해본다.
 
양진영 기자 cam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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