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권누락·확인실사 미준수…수준미달 정책금융
STX다롄 지원·대우조선 매각 등…"내부 쇄신 없이 증자 요청만"
입력 : 2018-08-10 08:00:00 수정 : 2018-08-10 08:00:00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국책은행의 주요 피소현황 중 산업은행이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90%에 해당됐다. 지난해 피소금액만 1조5000억원에 이른다. 특히 산업은행의 주요 피소 내역은 대부분 조선업과 관련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모두 조선업의 불황이 코앞에 다가왔을 때에 벌어진 사건들이다. 당시 불황의 냄새를 맡고 대처했어야 할 산업은행이 오히려 수천억원의 소송을 유발시켰다. 훗날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까지 터져 피소금액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섰다.
 
산업은행은 2007년~2008년간 조선업 관련 정책금융을 진행하다 모두 실패해 법정공방을 벌였다. 중국 조선사에 금융지원을 하다 담보권 설정을 누락해 시중은행의 돈을 날리는가 하면, 대우조선 매각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받아야 했던 이행보증금을 토해냈다.
 
2007년 11월 산업은행은 신한·우리·국민은행과 함께 신디케이트론으로 중국 STX다롄에 4672억원을 대출한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STX다롄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빚 상환이 어려워졌다.
 
2011년 국내 은행들은 담보권을 행사해 STX다롄의 공장·설비 등 자산을 몰수하려고 했지만 이는 진행되지 못했다. 주선기관이자 담보대리은행인 산업은행이 담보권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일부 절차가 누락하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시 산업은행 광저우 지점은 담보권설정계약을 중국 회환관리당국에 계약후 15일 이내에 등록해야 했지만 이를 지키지 못했다. 2015년 시중은행들은 산업은행의 과실이 크다고 판단해 각자 수백억원의 소송을 건 상태다. 현재 신한은행이 1심에서 일부 승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A은행 관계자는 "재판이 완전히 끝나지 않는 상황에서 섣불리 말할 수 상황"이라며 "단지 산업은행의 과실이 분명하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2008년에도 계약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기업과 법정공방을 벌였고 결국 받았던 이행보증금을 다시 토해냈다. 당시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추진하기 위해 한화에 대우조선 주식 9639만주(50.37%)를 6조3002억원에 판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후 한화 계열사 중 한화케미칼은 매각 계약금의 일환으로 3150억원에 달하는 이행보증금을 산업은행에 냈다. 계약이 무산될 경우 이행보증금은 모두 산업은행이 갖기로 했다.
 
하지만 한화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금확보가 어려워지자 최종계약을 미뤘다. 2조원을 선수금으로 내고 4조원 가량을 5년뒤에 내겠다는 제안을 했지만 산업은행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산업은행은 계약을 파기한뒤 이행보증금 3150억원을 몰취했다.
 
한화가 계약 절차상 부당함이 있었다며 산업은행에 소송을 걸면서 상황은 바뀌기 시작했다. 한화 측은 대우조선을 인수할 때 확인실사를 해야하는데 대우조선 노조의 반대로 현장에 진입하지 못했고, 산업은행은 오히려 이를 방치했다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당시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노조를 달래거나 윽박지르서라도 현장 확인실사를 한화에게 진행했어야 했다"며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이를 방치한 채 한화에게 알아서 노조를 설득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1월 법원은 한화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산업은행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이행보증금 일부를 한화에게 다시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결국 산업은행은 받아야하는 이행보증금을 확인실사 미이행으로 다시 돌려주게 된 셈이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확인실사를 준수하고 한화의 자금확보에 숨통을 터줬다면 대우조선 매각이 진행될 수 있었다"며 "산업은행 때문에 주인을 찾을 수 있었던 대우조선이 다시 주인없는 회사가 됐고 이 때문에 훗날 분식회계라는 방만 경영이 생겨났다"고 비판했다.
 
결과적으로 해당 소송들은 산업은행이 전부 또는 일부 책임이 있는 사안들이다. 일각에서는 정부 증자만 바랄 것이 아니라 세금이 투입된 금융정책인 만큼 치열한 내부비판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의영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의장은 "산업은행이 국채은행인 만큼 좀 더 성실하고 기본에 충실한 정책결정을 했어야 했다"며 "과거 이미 모럴해저드가 문제가 된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대적인 쇄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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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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