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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 수출 10조시대)①해외 곳곳 침투한 먹거리 한류 "세계인 입맛 잡았다"
지난해 수출 90억달러 돌파…라면·김 등 가공식품 선봉에
현지인 입맛에 맞는 혁신 제품 개발…내수 시장 한계 극복
2018-08-10 06:00:00 2018-08-10 06:00:00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CJ가 캘리포니아 플러튼에서 첨단 시설을 구축하고 정말 맛있는 만두를 생산하고 있다. 수년 동안 즐겨 먹고 있는데 최고다. CJ 만두는 라틴 아메리카, 호주, 아시아 등 전 세계적으로 수출되며 세계인의 제품이 되고 있다."
 
지난해 6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서밋' 도중 에드 로이스 하원외교위원장이 CJ 비비고 만두를 소개한 찬사다. 이 행사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방미 경제인단 52명과 미국 정·재계 대표 170명이 참석, 선진국 중심부까지 진출한 '먹거리 한류'의 높아진 위상을 접했다.
 
실제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는 지난해 매출(5050억원)의 절반 가까이(2390억 원)가 해외에서 나왔다. 미국 냉동만두 시장에서는 25년간 1위를 내준 적이 없는 중국 업체를 제치고 정상을 차지했다. 6조원대로 추산되는 글로벌 냉동만두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도 8%대로 올라섰다.
 
 
 
이처럼 사드 여파로 한동안 고전했던 K푸드 수출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최대 시장인 중국이 수출 회복 조짐을 보이는 데다 '포스트차이나'로 주목했던 동남아에서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면서다. 뛰어난 맛과 품질은 물론 식품안전성까지 갖춘 수출 식품들은 해외 곳곳에서 '프리미엄 제품', '건강식'으로 인식되며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이제 K푸드는 'K뷰티' 못지않게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다. K푸드 바람의 중심엔 라면, 과자, 만두, 조미김 같은 가공식품들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91억5300만달러를 달성해 첫 90억달러를 돌파했다. 전년 대비 6.5% 성장한 수치로 한화로 따지면 9조89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같은 매출 성장 주역은 단연 가공식품이다. 그 중에서도 라면, 소스류 등이 한국의 맛을 알리는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했다.
 
과거엔 주로 해외 거주 동포 등이 수출 대상이었지만 요즘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동남아 등 각국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식품이 됐다. 전 세계적으로 부는 웰빙 열풍에 한국 식품이 주는 건강한 이미지, 일본 식품 대비 뛰어난 가성비도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 국가별 수출액은 일본이 20억8500만달러로 가장 많았다. 중국은 13억6000만달러로 여전히 2위 수출국 지위를 유지했지만, 사드 영향으로 전년 대비 7.7% 감소했다. 미국은 전년대비 7.1% 증가한 10억2500만달러를 기록해, 처음으로 1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K-푸드의 10억달러 수출국가는 총 3곳으로 확대됐다. 최근엔 베트남이 부상 중이다. 지난해 4억8100만달러로 수출 4위 국가를 유지했고 아랍에미리트(4억4800만달러), 태국(4억2200만달러), 홍콩(3억9300만달러), 대만(3억7700만달러) 순이었다.
 
성장세만 놓고 보면 태국, 러시아, 아일랜드, 말레이시아가 눈에 띈다. 태국은 지난해 수출실적이 43.1% 급성장하면서 홍콩과 대만을 제치고 수출 주요국 6위에 올랐다. 러시아, 아일랜드, 말레이시아, 대만과 인도네시아 등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나타내 신흥 시장으로 부상했다.
 
올 들어 사드 타격이 회복될 조짐을 보이면서 식품 수출액은 더 크게 증가하고 있다. 농림부에 따르면 올 4월까지 누적 농식품(수산, 임업 제외) 수출액은 전년 대비 2.7% 증가한 22억4300만달러를 기록했다. 사드 회복세가 본격화된 4월 한달에만 5억9000만달러를 기록, 월 최대치를 경신했다.
 
사드 이후 두 자릿수 감소세를 이어오던 중국 시장도 4월을 기점으로 성장세로 전환됐다. 4월 대중국 식품 수출액은 85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0% 신장했다. 조제분유와 우유, 음료 등 주요품목 실적 반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지난해 해외에서 가장 사랑받은 K푸드는 '김'과 '라면'이었다. '김'은 지난해 5억1300만달러로 전년 대비 45% 성장하며 첫 5억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한국 청정해역에서 자라난 김으로 만든 조미김과 김스낵은 대표적인 웰빙 간식으로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다.
 
라면도 2016년 2억9000만달러 규모에서 지난해 3억8100만달러로, 첫 3억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이는 전년 대비 31% 성장한 수치로 농심 '신라면'과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라면 수출시장 최전선에서 활약했다. 특히 신라면은 지난해 한국 식품업계 최초로 미국 월마트 전점에 입점하며 글로벌 브랜드 파워를 입증했다. 이외에 맥주(24%), 인삼류(19%)도 K푸드 중 두 자릿수 성장을 보이며 수출을 늘리는 데 일조했다.
 
업계에선 K푸드의 이같은 성장이 하루아침에 이룬 성과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수년전부터 현지인이 선호하는 맛, 식감, 재료를 파악해 지역별로 종류와 포장까지 차별화하는 등 각고의 노력이 기울여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CJ제일제당이 선보인 '비비고 김스낵'은 김을 간식처럼 먹는 서구인 입맛에 맞춘 현지화 전략을 펼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조미김은 2013년 할랄인증을 받은 후 동남아와 중동 시장을 중심으로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의 60%가량을 해외에서 낸 오리온은 까다로운 중국인 소비자들의 입맛을 잡기 위해 철저한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한 현지화 전략을 폈다. 지난해 중국에서만 5억개 넘게 팔린 초코파이는 중국인들의 기호를 반영해 포장도 빨간색으로 바꾸고 우유향도 강화했다. 팔도의 컵라면 '도시락'은 치킨, 버섯, 새우 등 러시아 사람들의 입맛을 고려한 다양한 제품을 선보여 러시아 국민 라면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를 느끼는 국내 유통·식품기업들이 적극적으로 K푸드 수출에 뛰어들었고, 동시에 끊임없는 연구개발(R&D)을 통해 현지인 입맛에 맞는 혁신 제품을 개발 중"이라며 "식품사업이야말로 기술혁신을 통해 고부가가치화가 가능한 첨단사업 분야로 기업들의 글로벌 도전은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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