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국토교통부가 진에어의 항공운송 면허 취소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항공업계는 국토부가 운용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항공면허를 취소하는게 능사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외국인을 항공사 등기이사로 등재한 이유로 면허를 취소한 전례가 없는 데다 관련 법령도 서로 충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토부가 면허 취소를 강행할 경우 혼란과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부의 진에어 면허 취소 검토를 두고 회사와 직원의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진에어는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리는 비공개 청문회를 공개 청문회로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깜깜이' 방식인 비공개 청문회로 진행되면, 면허 취소에 무게가 쏠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 였다. 면허취소가 원·하청 직원, 승객, 주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공개 청문회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진에어 직원연대도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토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연다. 직원연대는 면허 취소 검토를 중단하라고 국토부에 요구할 방침이다.
진에어를 이용하는 승객이 탑승수속을 밟고 있다. 사진/뉴시스
항공업계는 국토부가 진에어의 면허 취소를 검토하는 것이 지나치다는 분위기다. 면허 취소 논란은 지난 4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미국 국적인 조 전 전무가 2010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진에어 등기임원으로 재직한 사실이 알려졌다. 갑질 파장이 진에어 면허 취득의 적법성까지 옮겨 붙은 것이다.
현행 항공사업법은 외국인이 지분 2분의 1 이상을 소유하거나 법인을 사실상 지배할 경우 항공운송사업의 결격 사유로 보고 있다. 조 전 전무는 만 18세가 되던 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현재 재외동포 비자(F-4)로 한국에 체류 중이다. 이 점만 보면 국토부가 면허 취소의 근거가 충분하다. 그런데 각론으로 들어가면 논란거리가 남는다.
조 전 전무가 진에어 등기임원으로 재직한 기간은 2016년 3월까지다. 현재 면허 취소 사유가 되는 항공사업법과 항공안전법은 2017년 3월 시행됐다. 항공법이 폐지되면서 제정된 법률이다. 항공법 10조에 따르면 외국인이 법인 등기상 임원 2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법인은 항공기를 등록할 수 없다. 단 대표이사는 대한민국 국민이어야 한다. 조 전 전무가 등기임원으로 재직한 6년 동안 외국 국적의 등기임원은 조 전 전무 1명이었다. 같은 기간 동안 진에어 대표이사는 한국 국적인 김재건(2013년 1월까지) 전 대표, 마원(2016년 1월까지) 전 대표에 이어 최정호 현 대표가 맡고 있다. 당시는 조 전 전무가 진에어의 등기임원으로 재직하는데 위법성이 없었던 셈이다.
항공법이 폐지되고 항공사업법과 항공안전법이 제정되면서 면허 취소의 사유가 마련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논란은 남는다. 항공안전법 10조와 항공사업법 9조가 충돌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항공안전법 10조는 항공법의 조항을 이어 받았다. 법인 등기상 외국인이 임원 2분의 1 이상일 경우 항공기를 등록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반면 항공사업법 9조는 외국인이 임원 2분의 1 이상일 경우 면허 결격사유로 정했다. 항공업계는 진에어 사태를 계기로 신법인 항공안전법과 항공사업법을 손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 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위법성이 없었다가, 근거로 마련한 두 법의 조항이 충돌돼 혼란스럽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국토부가 항공사 관리감독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있다. 조 전 전무가 등기임원으로 재직하는 동안 경영진(등기임원) 변경 여부를 관리하는 역할은 국토부가 맡았다. 2016년 항공법이 개정되면서 경영상 중대변화가 있을 경우 항공사가 관련 자료를 직접 제출토록 바뀌었다. 법조계는 국토부가 진에어의 면허를 취소할 경우 행정권을 남용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진에어의 면허 취소가 결정될 경우도 논란이다. 지난해 진에어를 이용한 국제선 승객은 490만명, 국내선은 370만명에 달한다. 진에어는 지난 2분기 230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 항공사 중 업계 4위다. 진에어의 면허가 취소되면 저가항공사 항공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성장 일로에 있는 항공산업이 갑작스런 운항항공편 감소로 이용 고객들도 불편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직원의 고용문제도 우려된다. 올해 기준 진에어가 직접고용한 인원은 1673명(기간제 487명 포함)이다. 진에어와 연관 있는 협력업체 고용인원까지 고려할 경우 1만여명에 달한다. 면허 취소가 현실화될 경우 고용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항공업계는 우려했다. 진에어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 2만4000여명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진에어는 항공운송 면허가 취소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국토부의 행정처분에 대한 가처분 소송과 취소소송을 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논란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법조계는 진에어와 국토부가 소송전으로 치닫을 경우 전국교직원노조의 법외노조 취소 소송이 항공업계에서 재연될 것으로 내다봤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3년 10월 전교조가 해직 교원을 노조 조합원으로 인정, 교원노조법상 결격사유에 해당한다며 법외노조 통보를 했다. 전교조는 같은해 가처분 소송과 본안 소송을 제기해 현재까지도 소송 중이다. 2심은 전교조가 패소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법적 소송으로 가면 국토부가 승소할지 진에어가 이길지 예상할 수 없다"며 "면허 취소로 인한 혼란은 직원과 승객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기일 항공안전정책연구소장은 "항공산업의 공익성은 고려할 때 면허 취소는 득보다 실이 클 것"이라며 "면허 취소보다 조양호 일가 등 총수일가의 전횡을 막을 견제 장치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소장은 "이번 진에어 사태를 계기로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항공산업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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