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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미만 차등적용 두고 소공인·노동계 온도차
"지불능력 한계" vs "제도 무력화"…소상공인 내부도 입장 엇갈려
2018-07-18 16:33:42 2018-07-18 16:33:42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소상공인연합회가 5인 미만 사업장 차등 적용을 강력 주장하고 있지만 노동계는 최저임금 취지를 감안할 때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맞서고 있다.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 간 갈등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장기 과제로 주어진 경제 개혁이 효과를 보기 전까지 정부가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17일 긴급 이사회에서 최저임금 5인 미만 사업장 차등 적용을 주요 안건으로 결의한 것은 지불능력이 한계에 다다른 소상공인의 처지를 감안해 달라는 이유에서다. 최승재 소공연 회장은 "최저임금 상승폭이 2년 간 29%에 달한다. 문제로 지적되는 임대료와 카드수수료, 프랜차이즈 가맹수수료는 기존에 부담했던 지출인 반면 최저임금은 급작스럽게 올라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불경기로 어려운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부담을 더한 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소상공인은 수년째 영업이익 감소 및 창업과 폐업의 반복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이 어려운 처지에 몰려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도소매업 영업이익은 2008년 22조5000억에서 2015년 21조4000억원으로 줄었고, 음식숙박업 역시 12조원에서 11조6000억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연 평균 창업과 폐업이 각각 78만개, 71만개로 나타났다. 올해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소상공인 폐업자수가 100만명에 달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노동계 역시 소상공인 지불능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인식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해법에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소상공인업계가 당장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줄이는 방법으로 차등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연구위원은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잠식하거나 편의점 가맹본부가 제품을 비싸게 납품하는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자영업자는 계속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이런 대책이 수립되고 현장에서 반영되기까지 한시적으로나마 정부가 일자리 안정자금을 포함한 직접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편의점업계 역시 소공연과의 연대를 선언했지만 세부적으로는 입장차가 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5인 미만 차등화를 대안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가 최저임금 상승분을 상쇄할 방안을 내놓으면 최저임금 인상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지운 전편협 사무국장은 "상당수 저임금 노동자가 편의점 고객인데 이들의 소비 여력이 늘어나는 걸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최근 최저임금 인상 부담이 커진 데 대한 대책이 마련되면 수용할 수 있다. 편의점은 업종 특성상 가맹본부와의 관계 등 다른 요인으로 소공연과 강조점이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같은 처지이기 때문에 연대는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당수 전문가들 역시 최저임금 차등화가 제도 취지에 어긋난다고 보고 있다. 최소한의 임금수준을 결정하기 위해 논의돼야 할 최저임금에 예외조항을 만드는 것 자체가 제도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실제로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최저임금 결정의 영향을 받는 최소 근로자 290만명 가운데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는 150만명에 달해 절반을 넘는다. 해당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을 경우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대폭 떨어지는 것이다.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차등화는 최저임금법 취지에 적절하지 않은 데다 업종별, 규모별 차등화를 할 경우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임극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소상공인 지불능력 등에 대한 문제제기를 받아들여 이번 인상률이 예상보다 낮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최저임금법상 차등화 근거조항을 삭제하자는 노동계 주장에 대해서는 논의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연구위원은 "차등화에 대해서는 부작용이 크다고 본다. 만약 향후 최저임금위에서 차등화가 결정되면 반대 입장을 낼 것"이라면서도 "이의제기 할 수 있는 통로를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으로 참여한 한 전문가 역시 "제도상 심의 요청이 들어오면 당연히 논의하게 돼 있는 구조지만 최저임금법상 취지에 맞지 않는 데다 제출된 안이 실행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공익위원 전원 반대로 부결됐다"고 말했다.
 
17일 서울 소상공인연합회 사무실에서 열린 최저임금 인상 관련 긴급 간담회에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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