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출범 후 몸집 불려 온 금융위, 정책-감독 혼선 자초
2008년 155명→2018년 228명…10년 전보다 73명 늘려
2018-07-17 18:57:06 2018-07-17 21:23:19
[뉴스토마토 정초원 기자] 금융산업 정책 수립과 감독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금융위원회는 지난 2008년 출범한 이후 역대 정권마다 필요 이상으로 조직을 키워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부처 가운데 유독 업무량이 많기 때문에 조직이나 인력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조직을 늘리고 권한은 강화하는 정부부처의 공무원 성향을 금융위도 비껴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1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금융위원회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 개정령안' 적용 이후 금융위의 공무원 정원은 228명으로, 이전(212명)에 비해 16명이 늘어난다. 금융위 산하의 금융정보분석원(FIU) 인원 64명을 포함하면 총 292명으로, 300명에 육박하는 인원이 금융위에서 근무하게 될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위의 정원 현황을 보면 2008년 금감원과 업무를 분리해 출범했을 당시만 해도 155명에 그쳤던 금융위 정원은 출범 이듬해인 2009년 8월 164명으로 증가한 것을 기점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조직개편 내용까지 반영하면 32%(73명)가 늘어난 셈이다. 반대로 금융위의 정원이 줄어든 것은 지난 2015년(198명)보다 1명 줄어든 2016년 12월을 제외하고는 전무하다.
 
정원에 포함되지 않은 파견인력까지 포함하면 실제로 근무하는 인원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금융위가 정부서울청사로 이전하기 전인 2016년 외부기관 파견인력은 81명으로, 금융위 정원의 20~30% 가량을 차지했다.
 
금융위 정원이 늘어난 것은 정권을 여러차례 거치면서 조직 개편을 통해 관련 부서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2008년 출범 당시 금융위의 직제는 3국1관15과 체제로, 비교적 정책 업무에 집중된 구조였다. 사무처 밑에 금융정책국과 금융서비스국, 기획재정담당관 등 3개국이 자리하고, 금융정책국 아래에 금융정책과, 금융시장분석과, 산업금융과, 금융구조개선과, 글로벌금융과 등 5개과가 설치됐다.
 
금융서비스국이 은행, 보험, 증권과 같은 금융업권의 법령 제정과 인허가 역할을 하고, 별도로 존재하는 자본시장정책관 아래에 은행과, 보험과, 중소서민금융과 등 6개과가 존재하는 구조였다.
 
지금은 좀 더 체계가 복잡해졌다. 기획조정관과 금융소비자국, 금융정책국, 금융산업국 아래 21개의 하위조직이 있고, 자본시장정책관, 구조개선정책관, 금융혁신기획단 등 각각의 목적을 가진 조직 3개가 별도로 존재한다. 행정인사과와 자본시장조사단, 금융그룹감독혁신단, FIU(2실4과)까지 포함하면 조직은 더욱 비대해진다.
 
금융산업이 발전하면서 금융위가 담당해야 할 정책 업무가 많아졌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는 코드와 맞추려다 보니 금융위가 감독 업무를 위탁한 금감원의 업무까지 넘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무처 산하의 자본시장조사단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 시절 갑작스럽게 만들어진 자본시장조사단은 주가조작 범죄 근절을 위해 설립된 상설 조직이다.
 
박근혜 정권 초기에 주가조작에 대한 엄정 대처를 주문받아 그해 9월 출범했다. 이와 관련, 감독당국의 '조사 기능'은 금감원만의 핵심 역할인데도 불구하고 금융위가 비슷한 조직을 만들어 중복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직을 늘리고 권한을 강화하는 정부부처의 공무원 성향을 금융위도 비껴가지 못했다고 분석한다. 다만 업무강도가 세고 처리해야 할 현안이 많은 금융당국 특성상 인력 확충은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가 정부부처 중에서도 업무량 많기로 유명한 것은 맞지만, 주요부처 특유의 파워싸움, 덩치 불리기 분위기가 어느정도 작용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정초원 기자 chowon616@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