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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시간 초과로 운항 거부한 대한항공 조종사 부당해고 인정
노조 준법투쟁으로 초과 비행 거부…법원은 "해고는 지나친 징계"
2018-06-22 11:14:27 2018-06-22 11:14:27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비행 근무시간을 준수하겠다며 운항을 거부한 이유로 해고된 대한항공 기장이 법원으로 부터 부당해고를 인정받았다.
 
22일 노동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1일 박모 전 기장의 해고는 무효라며, 원직복직 때까지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박 전 기장은 2016년 3월 해고됐다. 그는 대한항공조종사노조에서 선전 홍보 업무를 담당했다. 
 
대한항공 항공기가 이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같은해 노조는 임단협이 갈등을 겪으면서 준법 투쟁에 들어갔다. 준법 투쟁은 업무를 할 때 노동법과 단체협약을 위반하지 않고, 준수하는 방식의 쟁의행위(농성)다. 노조는 항공안전법과 단체협약을 위반하는 비행은 거부하기로 했다. 
 
박 전 기장과 회사의 갈등은 2016년 2월 '인천-마닐라' 비행편에서 발생했다. 출국편 비행에서 활주로가 변경되면서 이륙이 지연됐다. 박 전 기장이 귀국편 항공기를 운항할 경우, 대한항공 노사의 최대 비행근무시간(연속 24시간 중 12시간)을 4분 초과하는 일이 생긴다. 그는 비행을 거부했다. 노조가 쟁의행위 중인 만큼, 박 전 기장은 노조의 투쟁지시를 따른 것이다. 
 
대한항공은 2016년 3월 운항승무원 자격심의위원회를 열고, 박 전 기장을 파면했다. 박 전 기장이 고의적으로 브리핑을 지연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비행편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UOC)이 발생해, 비행 근무시간을 2시간 연장할 수 있다는 게 대한항공의 주장이다. UOC로 최대 비행근무시간이 14시간으로 늘어, 박 전 기장이 비행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 전 기장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를 찾아 부당행고 구제신청을 냈지만, 기각됐다. 법원은 박 전 기장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전 기장이 고의로 브리핑을 지연하지 않았고, 활주로 변경은 UOC로 인정할 수 어렵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재판부는 대한항공의 비행 지시도 박 전 기장의 비행거부가 정당하다고 봤다. 그럼에도 이를 이류로 박 전 기장을 해고한 건 지나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쟁의행위는 보호되어야 하고,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UOC에 해당하는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원고의 단체협약 해석이 잘못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원고의 운항 거부가 징계사유에 해당해도, 사정을 감안하면 징계양정(해고)이 지나치게 무겁다"고 판결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이번 판결과 관련해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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