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게이션) ‘변산’, 세대가 공감하는 감독 이준익의 소통법
입력 : 2018-06-21 17:30:18 수정 : 2018-06-22 09:31:47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우선 편파적 혹은 취향적으로 시선을 돌렸다. ‘변산’을 연출한 이준익 감독은 언제나 별스럽지 않은 얘기를 특별하게 만드는 재주를 선보여 왔다. 그의 전작들을 보면 누구라도 수긍이 된다. 영화를 위해 창조해 낸 특별한 얘기가 아닌 누구라도 익히 알고 있지만 너무도 익숙해서 가늠하지 못했던 소재를 자신만의 레시피로 재가공해 왔다. 최근 들어 청춘 3부작이라 이름 붙여진 ‘동주’ ‘박열’에선 조금 시선을 틀어 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준익이었다. 그는 역사 속 실존인물에 대한 특별함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조명했을 뿐이다. 그저 그에겐 언제나 사람이 먼저였다. ‘변산’도 분명 마찬가지다. 하지만 조금은 다른 느낌이다. 사실 ‘이게 원래 이준익이었을까’란 의구심도 든다.
 
 
 
이준익 감독은 ‘변산’을 위해 우선 음악을 선택했다. 이번엔 랩이다. 그에게 음악은 시대의 정신이다. ‘왕의 남자’ 속 ‘사설’, ‘라디오 스타’에선 ‘록’이었다. 사실 ‘변산’은 ‘동주’ ‘박열’에 이은 청춘 3부작의 완결판이라기 보단 ‘왕의 남자’ ‘라디오 스타’를 잇는 ‘음악 3부작’ 혹은 ‘소통 3부작’의 성격이 더 짙게 다가온다. 앞선 두 편(동주, 박열)이 과거의 청춘에 대한 기억이라면 ‘변산’은 현재성을 내포한 청춘이라기 보단 그저 현재의 청춘과 기성세대의 쌍방 소통법에 가깝다. 영화 제목이자 지역명 ‘변산’은 한자로 ‘邊山’이다. 변두리 외곽이다. 결과적으로 영화 ‘변산’은 주인공 학수(박정민)의 주변인 탈출기다. 하지만 그것은 탈출이라기 보단 세상과의 잘못된 소통을 일깨워주는 일종의 자기고백에 가깝다. 학수는 탈출하고 싶다. 하지만 그건 스스로와의 소통을 몰랐던 방법의 차이를 말할 뿐이었다.
 
선미(김고은)를 통해서 자신의 오롯한 세상이었지만 외면하고 싶던 아버지 두창(장항선)과의 막힌 소통을 뚫어내는 과정을 기억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흡사 거대한 백두대간 끝자락 변방의 작은 산 ‘변산’의 존재감처럼 미미한 기억이다. 그 기억 안에서 청춘으로서의 에너지와 고뇌 그리고 학수의 내적 외로움은 담겨 있다. 사실 학수의 삶 속에서 잃어버렸던 것은 자신도 아니고 가족도 아니고 고향도 아니다. 친구도 아니다. 그는 거대한 산맥 끝자락 미비한 존재 ‘변산’처럼 스스로의 인생에 임팩트를 주려고 버둥거렸다. 잘 살고 싶었다. 잘 살고 싶은 것과 잘 살아야 하는 것의 차이를 몰랐다. 아니 모른 게 아니라 알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바라보는 눈 앞의 세계, 앞만 바라보고 있는 깨버릴 수 없는 아집의 세계가 오롯이 ‘잘 사는 것에 대한 세계’라고 믿고 있었다.
 
영화 '변산' 스틸.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지역적 특색을 살리기 위한 사투리와 퇴색된 공간의 색채는 사실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학수에게도 선미에게도 그의 친구들에게도 빛 바랜 고향은 과거의 추억이 아닌 현재의 삶을 이어가야 할 미래에 대한 발판이기에 외면할 필요도 없다. 그건 단지 색깔일 뿐이다. 그래서 꼬맹이 시절 자신의 ‘꼬붕’ 용대(고준)가 지역을 주름 잡는 주먹이 되고 그 용대의 주먹에 벌벌 떠는 학수의 현재는 어쩌면 지우고 싶고 탈출하고 싶던 색이 바랜 고향의 의미 없는 무채색에 대한 아이러니일 수도 있을 듯싶다. 정체되고 머물러 있는 듯한 고향은 사실 그렇게 변하고 또 살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현실에 대한 도피와 회피는 그저 학수에겐 보기 싫은 기억일 뿐이다. 그걸 피하기 위해 진짜 현실인 고향을 버렸지만 그 진짜 현실이 결국 지금의 삶인 현실로 돌아왔다. 피할 수 있다고 피하는 게 해법은 아닌 셈이다. 그래서 학수의 기억 속 얼굴을 찌푸리게 만들 던 못난이 선미는 시간이 지난 뒤 학수에게 오히려 대차게 말한다. ‘후지게 살지는 말어’라고. 멋지게 살지는 못했지만 스스로에게 후진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던 선미가 작가로서 변모한 현실은 그래서 어쩌면 학수가 결코 보려고 하지 않던 진짜 모습일 것이다. 자신의 얼굴을 찌푸리게 만들 정도로 이유도 없이 싫던 코흘리개 시절 동창생이 어느 덧 자신을 자양분 삼아 성장하고 자신이 보지 못한 현실의 길라잡이로서 앞만 보고 달리던 자신의 삶에 옆도 있고 뒤도 있고 그리고 스스로의 얼굴도 있음을 전하는 이정표가 된 것이다.
 
영화 '변산' 스틸.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결과적으로 앞서 설명한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은 없음을 전하는 ‘변산’이다. 청춘의 자양분이고 청춘만이 보일 수 있는 것이 ‘스웩’이다. 변두리 끝자락 지역 속 공간이 만들어 ‘공간의 캐릭터’는 그래서 ‘변산’ 속 모든 인물들에게 알 수 없는 에너지를 불어 넣는다. 해준 것 더럽게 없는 꼴 보기 싫은 아픈 기억만이 남은 고향 변산의 얼굴은 결국 청춘의 다른 얼굴이고 현재성이라기 보단 똑바로 보기 두려운 인간의 감정이고 스스로에 대한 고백인 셈이다.
 
처음부터 청춘3부작이란 틀에 가둬둔 채 ‘변산’을 감상한다면 이준익의 공감은 또렷이 전달돼 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음악이란 소재로 세대를 확장해 소통의 방식을 전하는 얘기로 받아 들인다면 다시 한 번 ‘이준익의 영화’란 지점에서 고개가 끄덕여 질 결과물이다.
 
영화 '변산' 스틸.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사실 이게 이준익 감독이 청춘을 바라보는 진짜 시선일 수도 있을 것이다. 개봉은 다음 달 4일.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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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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