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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높이는 국민연금, 주주권 강화 칼 빼들었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임박…"투명하고 독립적인 주주권 행사"
2018-06-25 08:00:00 2018-06-25 09:08:11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국민연금이 주주권 강화를 명목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갑질과 현대차그룹 합병 이슈 등으로 국민연금의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데 발맞춘 변화다.
 
그동안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을 비롯해 남양유업 갑질, 옥시 사태 등 사회적 논란이 있을 때마다 해당 기업에 투자한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지만, 국민연금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시장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움직임에 머물거나 무대응으로 일관했을 뿐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주주대표소송에 원고로 참여해달라고 한 요청도 거절해왔다.
 
실제 국민연금이 현재 수행하고 있는 주주활동은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와 증권관련 손해배상 소송 정도다. 기업과의 비공개 대화, 중점관리사안 제시도 하고 있지만 배당정책에만 한정돼 있다.
 
이런 국민연금의 모습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국민연금은 최근 갑질로 물의를 일으킨 대한항공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하고 공개서한을 발송해 경영진에 면담을 요구했다. 국민연금이 공개서한을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일이 주주권 강화 본격화의 신호로 해석되는 만큼 앞으로도 공개서한을 비롯해 주주대표소송 등 그동안 행사하지 않았던 카드들을 활발하게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주주총회에서 반대의사 표명을 늘리는 등 의결권 행사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기업의 거수기'란 오명을 뒤집어쓰면서도 최대한 몸을 사리려던 그동안의 모습과는 뚜렷히 다르다.
 
다음 달에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유도하기 위한 자율 지침이다.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면 국민연금은 기업지배구조 개선 요구 등 지금보다 다양하고 활발한 주주활동을 할 수 있다.
 
금융당국도 공적연기금에 대한 '5% 룰' 적용 완화를 검토하는 등 국민연금이 활발한 주주권 행사를 할 수 있는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으로 대변되는 주주권 강화가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방향인 만큼, 국민연금의 변화는 앞으로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박 장관은 지난 4월 열린 기금운용위원회에서 "투명하고 독립적인 주주권 행사를 통해 이런 일(대한항공 사태, 삼성증권 배당사고)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고 기금의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의 의의"라며 "주주권을 영향력 있게 행사하되 신중하게 움직이는 마지막 의사 결정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강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사회 전반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우려보다는 기대 목소리가 더 크다. 다만 주주권 강화가 정부가 기업의 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행위로 비춰지지 않기 위해서는 의사결정의 분명한 원칙과 독립성 확보 등이 함께 이뤄져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민연금이 주주권 강화를 위한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은 지난 3월16일 열린 서울 중국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8년 제1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모습. 사진/뉴시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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