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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료값·중국 벽 마주한 배터리업계, 불씨 되살리나
코발트값, 8만달러 안정세…중국 전기차배터리 '화이트리스트' 포함
2018-06-20 17:08:22 2018-06-20 17:08:22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한국 배터리업계에 봄날이 오고 있다. 업계에 비용부담 증가 우려를 몰고 왔던 코발트와 리튬 등 원재료 가격 증가세도 한풀 꺾인 데다 그간 시장 문을 걸어 잠갔던 중국이 조금씩 빗장을 벗길 기미를 보이고 있다. LG화학과 삼성SDI의 기업가치도 재평가 분위기가 돌면서 간만에 배터리업계 표정이 밝아지고 있다.
 
20일 한국광물자원공사 자료에 따르면, 19일 기준 런던금속거래소(LME)의 코발트 가격은 톤(t)당 8만250달러로, 지난 3월 9만5000달러와 비교해 18.4% 하락했다. 15일 기준 리튬값도 킬로그램(㎏)당 112.9위안을 기록, 올해 4월 145.3위안보다 28.7% 떨어졌다. 지표로만 보면 올해 상반기 내내 끝모르고 오르던 이차전지 원재료값 오름세가 일단 잦아든 모습이다. 코발트와 리튬 등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소재로 사용되는데, 최근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귀한 몸이 됐다. 비용부담이 늘어난 업계는 원재료 확보를 고민하며 직접 해외광구 개발·투자에 나서거나 폐배터리 재활용까지 대안으로 검토할 정도였다.
 
다행히 원재료값이 안정세에 들어가면서 업계는 비용부담 고민에서 한숨을 돌리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생산원가에서 원재료 가격 비중은 소형전지가 10%, 전기차용이 6%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안정세가 앞으로도 이어질지 다시 반등할지는 장담하기는 이르다"고 전제한 뒤 "그간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반영해 공급계약을 맺어 왔는데, 원료비 부담이 줄면서 수익성 개선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
 
글로벌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이 한국산 배터리에 대한 빗장을 풀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앞서 중국은 2016년 말 우리나라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를 결정하자 그해 12월부터 현재까지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은 친환경차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했다. 중국 내 전기차 가격 중 보조금의 비중은 절반 정도다. 중국 정부가 한국산 배터리를 쓴 차량에 보조금을 주지 않으면 가격 경쟁력이 밀려 전기차 판매 자체가 불가능하다. 지난해 중국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60%를 차지했다. 중국이 막히자 LG화학과 삼성SDI 등은 글로벌 시장에서 애를 먹었다. 지난해 LG화학과 삼성SDI는 중국 대신 유럽·미국 시장을 개척하며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출하량에서 4·5위에 올랐다. 반면 중국의 CATL은 안방에서만 LG화학의 두 배를 팔아, 글로벌 출하량 2위가 됐다. 
 
그랬던 업계에 요즘 중국 시장 재진입 기대감이 피어오른다. 특히 지난 5월23일 먀오웨이 중국 공업신식화부 부장이 방한해 우리 정부와 이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고, 직후 중국 자동차공업협회가 발표한 전기차 배터리 부문 '화이트리스트' 예비명단에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의 중국 현지법인과 합작사가 포함됐다. 화이트리스트 예비명단이 곧장 중국 시장 진입을 의미하지 않지만 업계는 중국 내 기류 변화로 분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관계자는 "최근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며 "정부와 업계가 중국 내 자동차 기업들과 지속적으로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정책이 변경될 경우 수주로 바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반면 위기감이 여전하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는 희망고문이고, CATL과 BYD 등 중국 주요 전기차배터리 업체들이 전방위적으로 공급을 늘리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 시장에 대한 전망은 온탕과 냉탕을 반복했다"며 "현재 업계에서 올해는 중국에서의 새 프로젝트 이야기가 없는데, 이는 곧 적어도 2020년까지는 중국에서 진행될 프로젝트가 없다는 뜻과 같다"고 말했다. 2020년 중국의 친환경차 보조금 정책이 사라질 때까지 사실상 중국 시장 진입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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