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대진침대가 일룸 등 일부 가구업체에 매트리스를 납품한 것으로 알려지며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이번 사안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문제를 축소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상황이어서 기준치 초과 모델이 아니라는 원안위 말을 그대로 믿기 힘들다는 지적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31일 대진침대 피해자 모임 커뮤니티에는 일룸 등 대진침대가 가구업체에 납품한 매트리스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 소비자는 대진침대가 납품한 매트리스를 일룸을 통해 구입했다며 "딸이 10년 넘게 침대를 사용했는데 2012년 12월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다. 침대 사용과 관련있는 게 아닌가 (불안하다)"고 말했다.
수입가구업체 세덱에서 침대를 구매한 피해자들도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측정됐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세덱은 일룸과 마찬가지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대진침대 매트리스를 판매했다. 피해자 카페 게시글에 따르면 한 소비자는 "2012년 6월에 세덱에서 구매한 매트리스를 라돈아이로 측정한 결과 20.1Cpi가 나왔다"며 측정기 사진을 공개했다. 정부 안전기준 148베크렐(=4Cpi)의 약5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소비자는 "트윈파워 모델인데 파워트인플러스 모델과 같은 라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파워트윈플러스는 원안위가 기준치 초과 모델이라고 판단한 제품이다. 이 외에도 일룸과 세덱에서 판매된 다른 모델에 대해서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일룸이 판매한 대진침대 매트리스 가운데 기준치 초과 모델이 포함됐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소비자 불안이 커지고 있지만 원안위는 대진침대가 납품한 매트리스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다. 원안위는 15일 2차발표 당시 대진침대의 다른 모델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고 발표했지만 2010년 이후에 출시된 25종을 추가했을 뿐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대진침대가 다른 회사에 납품한 매트리스에 대해서는 확인이 필요하다"며 답변을 피하고 있다.
일룸 등 대진침대 매트리스를 납품받아 판매한 업체들 역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룸 관계자는 "2002년부터 2010년까지 대진침대의 매트리스를 판매했지만 당사가 요구한 사양으로 대진에서 제조를 대행했고, 대진침대 모델과 동일한 모델이 판매됐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자체 측정을 진행한 결과 현재 판매되는 제품과 이전에 판매된 대진 매트리스 모두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대진침대에서 어떤 모델을 납품받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세덱 역시 제품이 안전하다는 답변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방사능 방출물질 관리를 맡고 있는 원안위가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급급하다며 대진침대 전수조사는 물론 방사능 원인물질 사용에 대한 정보공개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김혜정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운영위원장은 "음이온 특허를 받은 제품이 18만개에 이르는데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음이온을 발생시키는 거의 모든 제품에 천연 방사성 핵종이 사용됐다고 봐야 한다"며 "원안위는 생활주변방사선안전관리실태조사결과보고서에 이미 음이온 발생 제품의 90%가 모나자이트를 사용한 것으로 보고하고 있어 모나자이트가 침대를 포함한 생활밀착제품 전반에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럼에도 이를 시정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대진침대 피해자모임 측도 원안위의 부실한 발표 내용을 믿을 수 없다며 대진침대의 모든 매트리스에 대한 사용중지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라돈침대 피해자모임 관계자는 "원안위는 대진침대가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해 모나자이트를 사용했다는 모델에 대해서만 조사하고 있다"며 "원안위가 1차발표에서 문제 없다고 했지만 사용자들이 기준치 초과 수치를 제시하며 문제를 제기하자 2차 발표에서 이를 뒤집고 다른 제품으로 조사를 확대했던 것처럼 책임을 미루기만 하는 원안위 말을 신뢰하기 힘들다. 같은 제조공정에서 생산된 모든 제품을 대상으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동시에 외부피폭에 의한 피해와 천연 방사성 핵종에 대해서도 전면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원안위가 라돈 침대 사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지만 무사안일로 일관하고 있다"며 원안위와 강종민 위원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21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와 한국YMCA전국연맹 등 11개 회원단체가 서울 광화문 원자력안전위원회관 앞에서 라돈 침대 정부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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