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미국이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하고 3년 만에 대이란 경제제재를 부활키로 하면서 국내 정유·조선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졌다.
국내 정유사들은 2016년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 이후 이란산 콘덴세이트 수입을 늘려왔으나, 중동 정세 변화로 다른 도입선을 알아봐야 할 처지. 조선업계는 내달부터 이란에서 수주한 컨테이너선을 인도할 예정인 가운데 미국과 이란의 갈등 격화로 발주가 줄어들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9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란산 콘덴세이트 수입량은 지난 2015년 이후 증가세를 보였다. 2015년 777만5000배럴에서 미국의 이란 경제제재가 해제된 이듬해 7037만8000배럴로 1년 새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해 수입량은 1억940만8000배럴로 전년보다 55% 증가했다.
콘덴세이트는 천연가스에 섞여 나오는 초경질원유로, 이를 가공하면 석유화학제품의 기초원료가 되는 나프타를 얻을 수 있다. 나프타 생산비율이 원유의 경우 20%에 그치지만, 콘덴세이트는 70~80%에 달해 석유화학제품 생산에 최적화된 원료로 평가받는다. SK인천석유화학, 현대오일뱅크, 한화토탈은 그동안 카타르에서 주로 콘덴세이트를 들여오다, 2016년을 기점으로 이란산의 비중을 늘려왔다.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예고하면서 관련 기업들은 저마다 주판알을 튕기며 대응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원료 수입처를 다변화할 것인지, 콘덴세이트 대신 나프타를 구입할지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앞서 일부 기업은 이란이 올 초 석유화학설비를 신규 가동하면서 수출량을 줄이자 도입선 다변화를 추진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노르웨이를 비롯해 카타르, 호주산 콘덴세이트의 수입 비중을 늘리고 있다. 한화토탈 역시 이란산의 감소분을 호주, 카타르와 다른 중동국가에서 조달 중이다. SK인천석유화학은 경질유를 포함해 콘덴세이트까지 분리할 수 있는 초경질원유분리공정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경질원유의 투입 비중을 늘려 대응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그럼에도 속은 탄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란이 연초부터 자가 소비를 늘리면서 각 업체들이 도입선 다변화를 추진했으나 중동을 벗어나면 물류비가 증가해 원료 도입 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설비 역시 중동산 원료에 최적화한 상태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콘덴세이트를 수입하더라도 경제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조선업계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미국과 이란의 대립으로 국제유가가 급반등할 경우 선박 발주처인 해운업계가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공급과잉에 따른 운임 하락으로 수년간 재무건전성이 나빠진 상황에서 매출의 20~30% 정도를 차지하는 선박연료유까지 급등하면 발주 여력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동 정세 불안이 지속될 경우 세계경기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해운업의 물동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6년 이란 최대 국영선사인 이리슬에서 컨테이너선 10척을 수주한 현대중공업은 예정대로 오는 5월부터 내년 1월까지 선박을 순차적으로 인도할 계획이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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