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은석 기자] 남북한의 정상이 판문점선언을 통해 동해선과 경의선의 연결과 철도 시설의 현대화를 남북경협의 첫 번째 사업으로 제시하면서 끊어졌던 한반도의 혈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의 철길이 연결되면 문재인 대통령의 100대 국정과제중 하나인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남북철도 연결 등 남북 정상회담 후속조치를 이행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판문점 선언문 내용을 이행하기 위한 기초적인 검토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남북 경협의 대내외적 여건이 성숙했을 때를 대비해 이행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내부 검토를 벌이고, 필요하다면 TF 등 추진체계도 구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의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 27일 판문점선언에서 언급된 2007년 10·4 선언 실천과 남북 철도연결 등을 위한 것이다. 10·4 선언은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정상회담을 통해 내놓은 선언으로 남북철도 연결 합의등이 포함돼있다.
국토부는 판문점 선언문에서 경의선 현대화와 동해북부선 연결 등 구체적인 철도 협력 방안이 도출된 만큼 후속조치를 위한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판문점 선언문에서 동해북부선은 남측 구간을 연결하고 경의선은 현대화하는 내용으로 합의된 것으로 보인다"며 "동해북부선은 일부 구간에 새로 철로를 건설해야하고, 경의선 현대화는 관계 기관과 협의하고 북한과도 대화해 봐야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동해선은 부산에서 출발, 포항~영덕~삼척~강릉~원산~함흥~청진~나진을 관통하는 노선이다. 하지만 남북분단 이후 남북을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와 군사분계선에 막혀 운행이 중단됐다.
현재 북한지역에는 동해선이 연결돼 있지만 남한지역에서는 동해선을 연결하기위해서는 새로 철길을 만들어야 한다. 남한 지역의 미연결 구간은 강릉∼제진과 영덕~삼척 구간이다.
강릉∼제진(104km)구간은 지난 2007년 10·4 선언 당시 동해선을 잇기로 했지만 참여정부 말기 약 2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문제 때문에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워 착공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강릉∼제진 철도연결 사업이 조만간 진행될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강릉~제진 구간은 남북경제협력 확대, 대륙 철도와의 연계 등 미래를 위한 투자가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덕~삼척 구간도 아직 연결되지 않았지만 현재 공사 중으로 2021년 완공될 예정이다. 이 두 구간만 연결될 경우 부산에서 북한의 나진를 지나 시베리아 횡단철도(TSR)까지 철도가 연결된다.
서울에서 신의주를 잇는 경의선은 지난 2004년 문산~개성간 27km 구간이 군사분계선을 너머 이미 연결됐다. 2007년부터 2008년 12월까지 개성공단에 화물을 나르며 북측 판문역까지 222회가 운행됐다.
하지만 2008년 7월 금강산에서 발생한 박왕자씨 피살사건으로 10년간 운행이 중단돼 지금은 남측 도라산역까지 밖에 가지 못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10년 간 운행이 되지 않아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선로 등의 상태를 알 수 없다"며 "남북간 협의를 통해 선로만 재정비하면 운행하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북간 철도 분야 협력이 탄력을 받으면서 문재인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도 추진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신경제지도는 동해안과 서해안, 남북 접경지역을 'H자' 모양의 산업벨트로 묶어 개발하는 게 골자다. 동해안과 북한의 금강산·원산·단천·청진·나진을 '에너지·자원벨트'로, 남한의 수도권과 북한 개성공단·평양·남포·신의주를 연결한 '산업·물류·교통벨트'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동해선이 이어지고 경의선이 재운행되면 경원선과 금강산선 연결 논의가 나올 전망이다. 경원선은 백마고지에서 평강까지 20km가, 금강산선은 철원에서 내금강까지 113km가 미연결 구간이다.
이해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판문점선언으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기반이 조성됐다"며 "남북간 물류망이 연결되면 우리나라가 대륙경제 국가로 도약하는 계기가 돼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북한의 정상이 판문점선언을 통해 동해선과 경의선의 연결과 철도 시설의 현대화를 남북경협의 첫 번째 사업으로 제시하면서 끊어졌던 한반도의 혈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뉴시스
세종=임은석 기자 fedor0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