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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김어준과 드루킹, 그리고 혜경궁 김씨
2018-04-17 06:00:00 2018-04-17 08:52:13
김어준과 드루킹, 그리고 혜경궁 김씨, 2018. 4. 현재, 대한민국을 들끓게 하고 있는 대표적 ‘언론 권력’의 이름이다. 이 중 실명은 ‘김어준’ 하나뿐 이지만, 오늘 우리가 이들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이들이 대한민국의 정치와, 여론 몰이, 그리고 권력의 복잡한 메카니즘을 통해 형성된 이른바 ‘음모론’의 음과 양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대표적 상징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시 여당의 대선후보로 전쟁보다 더 심한 경선을 치루고 있을 때인 2007년을 전후해서 시작된다.
 
이 전 대통령이 경선에서 가까스로 박 전 대통령을 이기고 대선 후보로 우뚝 섰을 때, 야당 저격수였던 정봉주 전 의원은 그의 BBK 의혹을 정면으로 제기하고 온 몸으로 공격하다 용감하게 전사(戰死)한다. 그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옥고를 치루고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한 뒤 할 수 있었던 일은 자신과 같은 처지의 언론인 몇 사람들과 함께 세상을 향해 일견 받아들이기 힘든(?) 말을 내뱉는(?) 것이었다.
 
김용민, 주진우, 김어준으로 연결되는 화려한 말빨 동지들과 함께 ‘나꼼수’라는 팟 캐스트를 진행하며 자신을 감옥에 던져 버린 세상을 향해 소리 지르고, 보이지 않는 그 어떤 손 때문에 희생당했다는 하소연을 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게 된다. 이 과정에서 유효하게 사용된 수단이 바로 소위 ‘음모론’이다. ‘BBK의 실제 주인인 이명박’과 ‘적폐 공주 박근혜’가 대권 야욕을 위해 모든 것을 부인하고, 옳은 말을 하는 사람들을 감옥에 집어넣으며, 대한민국 사법부가 이들에게 협조했다는 식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무언가를 받아들이게 하고 설득 당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관적으로 꾸준하게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들의 말에 신경도 안 쓰던 사람들도, 같은 목소리로 같은 내용의 음모론을 계속적으로 주장하게 되면, ‘저 사람은 왜 저렇게까지 계속 같은 말을 하는 것일까? 내가 알지 못하는 음모가 정말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 순간 음모론은 성공하게 된다. 김어준으로 대표되는 소위 진보 논객들의 이러한 작은 노력은 이런 식으로 점점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고, 딴지 일보 총수이자 나꼼수의 대표적 인물인 김어준은 점점 정봉주를 딛고 일어서며 대한민국 최고 진보로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혜안을 가진 정의의 언론인으로 등극하게 된다.
 
이 시점에서, 세월호 7시간의 미스테리로 시작되었던 박근혜 정권의 문제점이 하나 둘씩 밝혀지고 ‘다스는 누구겁니까’로 촉발된 적폐 정치가 타도되어 가면서 그들이 주장했던 ‘음모론’이 사실로 밝혀지자, 결국 김어준은 이 시대의 혜안을 가진 진짜 언론으로 군림하기 시작했다.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논란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다 역풍을 맞았어도 꿋꿋하게 꺾이지 않는 절대 권력으로 존재하기 시작한 것이다.
 
같은 시기, 민주당원 댓글 조작 의혹 사건으로 구속된 김모(48)씨 역시, ‘드루킹’이라는 닉네임으로 온라인 활동을 하기 시작한다. 그는 2004년 '뽀띠'라는 필명으로 블로그 활동을 하다 2009년 네이버에 블로그 '드루킹의 자료창고'를 개설했고, 꾸준히 외연을 넓히며 활동을 계속해 2009년과 2010년 연속해서 '시사·인문·경제 파워블로그'에 선정됐다.
 
급기야는 책 한 권 출판하지 않는 출판사를 만들어 정치에 간섭하기 시작하더니, 2014년 소액주주운동을 하겠다며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을 개설하고 2000명이 넘는 회원을 움직이며 인터넷 여론 형성의 주축으로 자리 잡게 된다. 그는 자신의 온라인상 영향력을 지난 대선에서 여지없이 발휘하며 진보정치인을 접촉했고, 이어 민주당쪽으로 줄을 대며 댓글 영향력을 빌미로 민주당 쪽에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요구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러한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문재인 정권에 대한 비판수위를 높이고, 친문(친문재인)이 아닌 친안(친안희정)의 행태를 띠며 음모론자의 면모를 보여 왔다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 ‘혜경궁 김씨’(‘정의를 위하여’ @08_hkkim) 역시 경기도지사를 향한 ‘이재명 대 전해철의 대결 구도’에서 중요 이슈가 되고 있다. 이재명 전 성남시장의 부인인 김혜경씨가 자신의 트위터를 이용해서 전해철 의원에 대한 허위와 악의적인 비방 이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패륜적인 내용을 유포하며 여론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이 계정의 주인이 진짜 이재명 전 시장의 부인인지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 중이다.
 
21세기에는 그 누구도 정보를 독점하지 못한다. 따라서 누구도 확신하지 못한다. 김어준과 드루킹, 그리고 혜경궁 김씨는 그러한 불안심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스스로를 의심하는 순간, 보이지 않는 손이 우리의 목줄을 이리 저리 흔들어 댈 것이다. 가끔은 옳고 가끔은 틀린 그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는 혜안을 스스로 가져야만 할 것이다.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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