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이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여유자금을 어디에 쓸지 관심이 쏠린다. 한진칼은 지난해 진에어 상장과 항공 자회사들의 실적 개선에 이어 올해 역시 원화 강세, 대중 관계 회복 등의 우호적 환경을 맞았다. 재계 안팎에서는 한진칼이 계열사 지분 매입을 통해 '재벌개혁' 리스크 해소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9일 한진칼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별도기준 순차입금은 1635억원으로, 전년도 3224억원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순차입금은 총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뺀 것으로, 순차입금 감소는 재무구조 개선을 의미한다. 대한항공이 지난해 당기순이익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저비용항공 자회사인 진에어 상장으로 약 2800억원이 유입된 결과로 분석된다.
올해도 이런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원화 강세로 달러결제 부담이 줄고, 한중 관계 개선에 따른 중국발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여객수요가 늘어나는 등 우호적인 경영환경이 기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순차입금 규모는 올해 1020억원에서 내년에는 -77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순차입금이 음수(-)인 것은 빚보다 현금이 많다는 의미다.
빠듯했던 한진칼의 자금에 여유가 생기면서 시장의 관심은 유동성 활용 방안으로 쏠리고 있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일감몰아주기 해소에 나섰지만, 공정위를 비롯한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때문에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한진칼이 진에어 상장과 자회사들의 배당금 등으로 확보한 자금을 지배구조 개선에 쓰는 안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지주회사가 보유하는 자회사 주식 의무보유 비율과 자회사가 보유하는 손자회사의 주식 의무보유 비율이 현행 20%(상장사 기준)에서 30%로 높아진다. 개정안이 통과할 경우 한진칼은 (주)한진 지분을 8%가량 추가로 매입해야 한다. 한진칼은 한진 지분 22.19%(지난해 연말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진에어 상장으로 유입된 현금은 차입금 상환에 우선 사용하고,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한진 지분의 추가 매입을 위해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며 "최근 한진의 주가를 반영해 지분 추가매입에 필요한 자금은 250억원 내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소속 공익법인이 소유한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한진으로서는 부담이다. 한진은 정석인하학원과 일우재단, 정석물류학술재단 등을 통해 한진칼과 한진, 대한한공의 주식을 4% 이내로 보유하고 있다. 한진칼이 선제적으로 계열사 지분 매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한진칼 관계자는 "현재 공익법인에서 계열사의 지분을 매입할 계획이 없다"면서도 "다만 개정안 통과 등 국회에서 진행되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땅콩회항' 파문의 주인공 조현아 사장의 조기 복귀와 그에 따른 부담은 한진이 풀어야 할 또 다른 숙제로 꼽힌다. 조 사장은 대법원 최종판결 석 달 만에 칼호텔 사장으로 복귀, 여론은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6년째 무배당 정책을 고수하는 등 그간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시장의 눈높이에 부응하지 못했던 점도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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