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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이 쓰러진다)②무리한 스케줄에 실신 잇따르는 에어부산
한 승무원 월간 스케줄 분석결과 휴무 단 5일
국제선 15회·국내선 35회 소화…하루 최고 5회 이착륙
2018-03-28 06:00:00 2018-03-28 15:41:43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부산은 올해 최소 4명이 피로로 실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에어부산은 승무원의 실신 사태가 비행스케줄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본지가 입수한 에어부산 승무원의 스케줄에 따르면 회사의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본지는 에어부산 승무원 A씨의 비행스케줄을 입수했다. 사진/뉴스토마토
 
26일 <뉴스토마토>가 에어부산 승무원의 지난달 비행스케줄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 이 승무원의 휴무(데이오프)는 5일에 불과했다. 사실상 주 6일제 근무를 한 셈이다. 게다가 불규칙한 스케줄 소화로 피로가 가중되고 있다. 지난달 총 50여차례를 비행했는데, 국제선은 15회, 국내선은 35회 가량이었다. 한주 두세번은 비행을 마친 뒤 현지 호텔에서 묵었다가 이튿날 아침 비행기로 다시 비행을 시작했다. 
 
이 승무원은 장시간 근무와 무리한 스케줄에 따른 피로를 호소했다. 국내선에 배치되는 날에는 최소 4차례 비행했는데, 제주공항을 두차례 왕복하는 스케줄도 있었다. '김해공항-제주공항-김포공항-제주공항-김해공항'을 소화한 것인데, 하루 5차례 이·착륙을 했다. 승무원들은 육체적 피로가 가장 높은 업무 중 하나로 '짐 케어'를 꼽는다. 이륙 전 승객이 짐을 선반에 제대로 넣는지 확인하는 업무다. 캐리어 등을 승무원이 직접 넣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내선 비행의 경우 비행과 비행 사이 간격은 40분이다. 예를 들어 제주공항에 도착한 비행기는 40분 뒤 제주공항에서 김해공항 또는 김포공항으로 이륙한다. 기내에서 다음 비행을 준비하거나 쉰다. 에어부산의 승무원은 기내에서 5분 만에 식사를 해결한다고 설명했다. 당일 비행스케줄을 마무리할 때까지 쫓기면서 비행하는 셈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하루 동안 일본을 두차례 왕복으로 다녀오는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어 '김해-후쿠오카-김해-후쿠오카-김해' 스케줄이다. 국제선의 경우 도착한 뒤 입국심사를 거쳐야 해 시간이 더 촉박하다. 야간비행으로 중국 또는 베트남에 간 뒤 바로 김해공항으로 들어오는 일정도 있다. 이른바 퀵턴(Quick Turn) 스케줄이다. 에어부산의 승무원은 "퀵턴을 마치면 돌아와서 너무 힘들어 피로 회복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에어부산이 이 같은 스케줄을 운영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항공법 시행규칙은 객실승무원의 최대 비행 근무시간을 14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단거리 노선을 주로 운영하는 LCC는 수차례 퀵턴을 해도 비행시간 제한에 걸리지 않는다. 항공기 이륙 시점부터 착륙 시점까지 근무시간으로 잡히는 점도 문제다. 승무원은 비행 전 외모관리, 스케줄 브리핑, 기내 부품 및 비품 점검 등을 한다. 출근에 소요되는 시간까지 합하면 두세 시간이 걸린다. 실제 근무시간은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셈이다. 비행시간은 6시간 가량이지만, 대기시간 등을 합치면 12시간 이상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국제선과 국내선을 합쳐 배정하는 '하이브리드형 스케줄'도 나왔다. 일본 왕복 비행을 마친 뒤 제주 왕복 비행에 투입하는 실정이다. 이 승무원은 에어부산의 비행스케줄이 가히 살인적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노동강도가 높아 승무원의 퇴사는 늘어나면서 잔류한 승무원이 퇴사로 생긴 스케줄 공백을 메우는 실정이다. 악순환이 시작된 셈이다. 
 
올해 에어부산 승무원 최소 5명이 실신했다. 지난 1월 국제선에 탑승하기 위해 출근했다 쓰러져 구급차로 이송되기도 했고, 현지 호텔에서 휴식 도중 쓰러지는 일도 있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승무원은 에어부산의 스케줄을 보면서 놀라는 지경이다. 
 
에어부산은 야간비행도 잦다. LCC는 주간 시간대 슬롯(Slot·이륙 허가 시간)을 배정받지 못해 국제선은 주로 야간에 비행한다. 야간근무가 잦은 탓에 승무원은 늦은 밤 퇴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본지가 입수한 스케줄에 따르면 에어부산 승무원 A씨는 오후 9시 넘어 퇴근한 경우가 16회에 달한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현지에서 퀵턴하는 대신 하루 체류하는 스케줄 등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승무원 채용도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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