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에 절은 조종사들)13시간 비행시 사고위험 5.5배…대형사고 반복 우려
최근 20년 항공사고 중 10%가 조종사 피로 탓…KAL 괌 참사·아시아나 샌프란시스코 사고도 같은 원인
미 연방항공청, 야간비행 최대 9시간으로 제한
2018-03-12 06:00:00 2018-03-12 06:00:00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조종사의 만성 피로가 승객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1997년 8월5일 254명의 사상자(228명 사망·26명 부상)를 낸 대항항공 801편 괌 추락사고의 원인 또한 조종사의 피로였다. 조종사의 피로가 대형참사로 이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조종사의 피로관리는 가장 시급한 과제다.
 
11일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항공사고 중 10.23%가 조종사의 피로 때문에 발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팀은 국내 항공사고발생현황(1994년~2015년)과 항공안전네트워크 사고발생유형(1990년~2015년)을 토대로 이 같은 결과를 산출했다. 국내 항공사고 중 55%(52건)는 운항승무원 에러로 발생했다. 이 기간 동안 외국에서는 113건의 사고가 운행승무원에 의해 발생했는데, 이중 18.6%(21건)은 승무원의 피로가 원인이었다.
 
 
보고서는 2005년부터 2015년까지 발생한 항공사고 중 3건의 사고가 승무원의 피로가 원인됐다고 추정했다. 2005년 ㈜한별헬리콥터 HL9163편 사고, 2011년 3월 충남소방본부 헬기사고, 2013년 7월 아시아나항공 214편 샌프란시스코 공항 사고 등이다. 이중 2013년 아시아나항공 214편 사고 당시 307명 중 3명이 사망했고, 181명이 부상을 입었다.
 
214편은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착륙 중 활주로 앞 방파제에 랜딩기어가 부딪혀 지면에 충돌했다.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피로로 조종사의 비행능력이 저하됐다고 밝혔다. 사고 발생 시각(한국시각 오전 3시27분)이 승무원의 평소 취침시간대에 해당하는 점, 이로 인해 비행과 판단능력이 저하됐다게 NTSB의 설명이다.
 
214편은 사고 전날 4시간15분 동안 비행을 했고, 같은날 오후 9시부터 비지니스석에서 5시간 동안 휴식을 취했다. 사고 당일 오전 1시38분 조종석으로 돌아와 운항을 이어갔다. 그리고 오전 11시27분(현지시각) 사고가 발생했다.
 
NTSB는 1997년 대한항공 801편 괌 추락사고도 기장의 피로와 착륙 접근 실패를 사고 원인으로 꼽았다. 기장은 사고 전 이틀 동안 홍콩 노선을 왕복했다. 사고 전날은 홍콩 왕복편이 지연돼 밤을 샌 뒤 귀국했다. 이튿날 사고 노선인 괌으로 출발했는데, 비행 당일 기내서 낮잠을 잔 뒤 11시간 동안 비행을 이어갔다. 괌 도착시간이 평소 취침시간에 해당돼 운항 중 각성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운 시간이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종사의 비행이 13시간을 넘어갈 경우 사고 및 준사고의 위험이 최대 5.5배까지 증가한다. 10시간 이상 12시간 미만으로 비행할 경우 사고 위험은 1.7배 늘어난다. 근무시간이 12시간에 이르면 8시간 비행할 때보다 조종 에러의 위험이 2배 커진다. 12시간 이상 근무는 최적의 환경일 때만 가능하다는 게 보고서가 인용한 해외연구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국내는 4명의 조종사가 탑승할 경우 최대 20시간까지 비행이 가능하다. 국내 항공사의 노조들은 이론적으로 가능할 뿐 현실은 전혀 다르다고 설명한다. 기내에서 교대로 쉬거나 잠을 잘 수 있지만, 피로가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내의 습도는 20% 미만인데다, 햇볕에 노출된다. 높은 고도의 특성상 지상에서 일할 때보다 노동강도가 높고, 피로를 빨리 느낀다.
 
미국연방항공청은 밤 시간대의 최대 비행시간을 9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주간(오전 8시~오후 12시)에 비행을 시작할 경우 14시간까지 연장할 수 있지만, 야간에는 피로를 관리하기 위해 10시간 미만으로 근무를 줄여야 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11시간 이상의 야간비행시 조종사가 각성상태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연구결과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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