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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대·카매트 결합해 1초 만에 설치…2차 사고 막는다"
(스타트업리포트)투툼 주식회사 윤장혁 대표
"설치 어렵고 오래 걸리는 기존 삼각대 단점 극복"
"선진국 수준은 안전과 비례…내 주변부터 더 안전하도록 만들고파"
2018-03-08 06:00:00 2018-03-08 06:00:00
[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투툼은 2015년 7월에 설립된 안전용품을 취급하는 벤처 스타트업이다. 핵심 제품은 실내용 카매트와 안전삼각대를 결합한 '오뚝이 안전카매트'다. 도로 등에서 고장·사고 등으로 1차 상황이 발생했을 때 1초 만에 간편하게 삼각대를 설치해 2차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고속도로 사망사고의 50%가 사고 수습과정 중 발생하는 2차 사고일 정도로 2차 사고의 위험성은 높다.
 
투툼을 이끄는 윤장혁 대표에게 2010년 인천대교 교통사고 사망 사건은 2차 사고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배경이다. 이 사고는 윤 대표가 안전을 키워드로 스타트업 창업까지 이어지게 만든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당시 사고에서 고장으로 멈춰있던 한 승용차는 삼각대를 설치하지 않았는데, 이 차량을 달리던 화물차가 피하지 못하고 들이받아 수십 명이 다치고 죽었다. 2차 사고의 위험성을 알게 된 윤 대표는 안전삼각대가 트렁크에 있음에도 2차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다. 자동차 동호회에 들어가 1500여명의 사람들을 직접 만나 그 원인을 파고들었고, 기존 일반 삼각대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고속도로는 1분당 수백대의 차가 지나간다. 2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빠르고 간편하게 삼각대를 설치해 후방 운전자들에게 경고를 할 필요가 있었지만 기존 삼각대로는 불가능했다. 또한 사고 등 1차 상황에서 찌그러질 가능성이 큰 트렁크에 삼각대를 보관한다면 위험을 제대로 피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 같은 조사·연구와 10회 가까운 수정·보완을 거쳐 오뚝이 안전카매트가 탄생했다.
 
오뚝이 안전카매트의 아이디어는 이미 여러 외부 기관에서 호평을 받았다. 2016년 '독일 뉘른베르크 국제 아이디어 ·발명·신제품 전시회' 3관왕, 지난해 스위스 제네바 국제발명전시회' 금상, '미국 피츠버그 국제발명전시회' 금상 등을 받으며 제품성,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윤 대표는 "스위스에서 한 어르신이 나를 위해 만들어준 거 같아 고맙다며 자신의 몸이 예전 같지 않은 데 오뚝이 안전카매트라면 바로 설치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이야기를 해줬다"고 소개했다.
 
2016년 한국에서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로 숨진 사람 수(교통사고 사망률)는 10.0명으로 OECD 35개국 중 6위다.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률은 1995년 49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06년 처음으로 10명대(19.9명)로 줄어들며 감소 추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다른 국가들보단 높은 수준이다. 오뚝이 안전카매트가 교통사고 사망률을 줄이고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게 윤 대표의 소망이다. 윤 대표는 "우리 주변에 있는 가까운 사람들부터 더 안전했으면 좋겠다. 안전 관련 제품을 더 손쉽게 쓸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오뚝이 안전카매트. 사진 제공=투툼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평소 왜 우리나라는 OECD 교통사고 사망률이 최상위권일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2010년 인천대교 교통사고 사망 사건을 접하면서 교통사고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고장으로 멈춰있던 한 승용차가 삼각대를 설치하지 않았는데, 이 차량을 달리던 화물차가 피하지 못하고 들이받아 수십 명이 다치고 죽은 사건이었다. 정말 분했다. 삼각대 미설치의 위험성을 모든 사람이 알고 있으면서 자동차 제조사, 국토부 등 관계자들이 나서지 않고 위험을 묵인하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선진국을 분류하는 여러 가지 잣대가 있겠지만 그 수준은 안전과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그때부터 교통사고 안전 문제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사고, 고장 등으로 1차 상황이 발생한 뒤 뒤따르던 차량이 들이받는 게 2차 사고로 정의된다. 자료 조사를 하면서 우리나라는 2차 사고에 둔감하다는 걸 알게 됐다. 삼각대가 차 안으로 들어간 게 이제 10년이 조금 넘었다는 게 단적인 사례다. 2005년이 돼서야 삼각대는 차량용 기본 장비로 차 내부로 들어올 수 있었다. 그 전까지는 없었다. 비용 때문이다. 수입차도 한국에 들어올 때 삼각대를 빼고 들어올 정도였다. 독일 자동차 제조사인 아우디를 보면 긴급구호물품 세트가 암 레스트에 패킹돼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삼각대 하나만 해도 2005년에야 들어왔다.
 
문제는 기존 삼각대가 있음에도 왜 교통사고는 줄지 않느냐는 의문이었다. 간단하다. 2차 사고를 예방하려면 삼각대를 설치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설치 방법을 잘 모르는 거다. 비상 방향 지시등만 계속 켜놓고 있는 분도 많다. 자동차 동호회에 들어가서 1년6개월 동안 1500명가량을 직접 만났다. 주말마다 만나서 직접 물어보고 데이터로 만들었다. 남자는 90%가량이 삼각대를 알고 8~9%는 잘 몰랐다. 여자는 90% 정도가 잘 몰랐다. 삼각대를 보여주면 공사장에서 쓰는 거 아니냐는 질문도 있었다.
 
삼각대 설치가 어렵다는 대답이 많았다. 교통사고 발생시 안전 삼각대를 설치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환경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삼각대는 보통 트렁크에 있는데, 트렁크는 사고 나면 잘 찌그러지는 부분이다. 국산 차 대부분은 모노코크 보디로 차체가 찌그러지면서 사람에게 갈 충격을 차체가 흡수하는 구조다. 트렁크가 잘 찌그러지게 돼있다는 건데, 왜 삼각대를 트렁크에 넣는지 되묻게 됐다. 삼각대는 트렁크가 아닌 차량 안으로 들어오는 게 가장 안전하고 똑똑한 생각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차량의 디자인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카매트 쪽이었다. 그래서 카매트와 삼각대를 연결했다. 사고가 나도 1초 만에 설치가 가능하다. 기존 제품들은 트럭이 지나가거나 바람이 불면 쓰러진다. 우리 제품은 바람이 불어도 쓰러지지 않는다. 2차 사고 예방과 안전을 위해 간편하고 손쉽게 쓸 수 있다. 우리 제품은 기존 삼각대보다 10배 이상 더 잘 보인다. 밤에는 선명도 차이가 더 크다. 기존 삼각대는 경사 있는 곳에 설치하기 어렵다. 내리막길에 설치하면 잘 쓰러진다. 오뚝이 안전카매트는 차량이 치고 지나가도 일어선다.
 
회사이름인 투툼의 의미를 설명해달라.
 
투툼은 라틴어로 안전을 의미한다. 안전 관련된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첫 번째 시도로 교통안전 용품에 도전했다. 노약자·임산부·아이가 타고 있음을 알리는 '배려운전스티커',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안전조끼'가 있다. 안전조끼는 체격이 커도, 겨울철 두꺼운 옷을 입어도 누구나 쉽게 입을 수 있도록 망토식으로 만들었다. 무릎 담요로도 사용할 수 있는 멀티 기능이다. 담요 반대 쪽에 반사 조끼를 망토 방식으로 했다.
 
와이파이에 접근하면 건물 평면도를 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생각하고 있는데 현재 준비 단계다. 일정 크기 이상의 공공 건물에는 소화전 옆에 미니맵이 있다. 불이 났을 때 미니맵으로 탈출구를 확인하고 소화전을 찾을 수 있다. 와이파이에 연결되면 심장제세동기 위치나 탈출경로를 푸시로 알려주는 방식이다. 상반기 중에 시스템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투툼을 통해 안전 관련 일에 집중하면서 영역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제조업이다 보니 수많은 금형을 다 만들어야 했다. 사출, 프레스 등 모두 금형 과정을 거쳐야한다. 자금이 많이 들어갔다. 한 번에 만들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했다. 최종 출시 제품에는 삼각대가 펴지도록 누르는 부분에 손을 집어넣기 용이하도록 음각처리가 돼 있다.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없던 부분이다. 출시 바로 전에 피드백을 받아 반영할 수 있었다. 한 사용자가 어떻게 눌러서 삼각대를 펴는지 모르겠다는 거다. 손잡이가 없는 것과 똑같다고 판단했다. 디자인 실패를 인정하고 다시 만들었다. 돈이 엄청 들어갔다. 수익이 나야하는 시기인데 오히려 다시 금형을 해서 비용이 들어가는 문제가 어려웠다. 최종 제품 모델이 나오기까지 8~9번 수정을 반복한 거 같다.
 
수익은 어떻게 발생하는가.
 
최근 전국 자동차용품점, 세차장 등의 유통망을 관리하는 곳과 오프라인 판권을 계약했다. 사업 초반부터 뵙던 분으로 좋은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오픈마켓 등 온라인 판매는 직접 관리하고 있다. 해외 진출은 우선 미국과 일본 중심으로 계획 중이다. 특허 출원을 했는데 올해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다음 달부터는 카카오톡 내 '카카오 메이커스' 페이지에서 오뚝이 안전카매트를 만나볼 수 있다. 메이커스는 제조업 제품만 팔 수 있는 공간이다. 마진이 적지만 한 번에 800여만명한테 홍보하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에서 사전 판매한 결과 1600여만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스타트업 창업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자기 일을 하면서 관련 있는 아이템으로 창업을 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완전히 다른 분야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 유토피아다. 저 같은 경우가 생뚱맞은 분야에 도전을 한 건데, 굉장히 힘들었다. 창업이 쉬울 거라고 얕잡아봤다. 창업을 한다고 하면 지원 사업이든 특허든 준비 시간을 충분히 갖고 나서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특허도 사비로 비용을 댔다. 소비자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1500명을 일일이 만나서 대화하는 문제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올해 계획은 무엇인가.
 
유통라인을 확대해서 안정적인 매출과 판매를 올리는 것이다. SNS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홍보, 마케팅에 집중할 생각이다. 제품을 직접 구매하지는 않더라도 차량용품과 관련해 '그거 있잖아. 오뚝이 안전 카매트'라는 말을 듣고 싶다. 그렇게 입소문을 타면 좋은 쪽에서 주문도 들어올 것이라고 본다. 자동차보험 업계 쪽에서는 고객 선물용으로 만년필보다 우리 제품이 더 나을 것 같은데(웃음). 우리 제품을 선물로 준다면 기억에 오래 남고 실질적인 도움도 된다.
 
투툼의 비전을 말해준다면.
 
우리 주변에 있는 가까운 사람들이 더 안전했으면 좋겠다. 정책, 제도가 뒷받침돼야겠지만 일단 저는 투툼을 통해 안전 관련 제품을 더 손쉽게 쓸 수 있도록 만들겠다. 자율주행차에 관심이 많다. 이 분야도 결국 안전과 교집합되는 영역이 나올 것이다. 자율주행 시대에 사고가 나면 누가 삼각대를 설치해야하는지 고민해봤다. 결국 사람이 설치해야하는 거다. 자율주행 시대에도 안전 관련 니즈는 늘어날 것이다.
 
회사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만 수익이 났으면 좋겠다. 블랙박스가 일상적인 차량용품이 된 것처럼 누구나 지니는 안전제품으로 오뚝이 안전카매트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지인에게 차량용품을 선물할 때도 방향제보다 우리 제품을 선물할 수 있는 상상을 한다. 가격을 낮춰서 많은 사람이 보유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과제로 남았다.
 
투툼은 지난해 6월 미국 피츠버그 국제발명전시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왼쪽에서 두 번째가 윤장혁 대표. 사진 제공=투툼 주식회사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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