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담보로 대출을 지원하는 '기술금융' 증가세가 한풀 꺾였다. 지난해 정권이 바뀌면서 박근혜정부의 '창조금융' 핵심정책인 기술금융대출을 두고 은행권이 실적 경쟁에 나설 동력이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4일 은행연합회 기술금융종합상황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은행권 기술금융대출 잔액은 127조7199억원으로 전월 대비 2.58%(3조3950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기술금융대출 건수도 4696건 감소한 29만1486건을 기록했다.
이는 기술금융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14년 7월 이후 42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한 것이다. 2014년 7월 기준 1922억원(486건)에 불과했던 기술금융 실적은 월별로 쉬지 않고 성장해 왔으며 지난해 11월 최고점(131조1149억원)을 찍고 하락세도 전환했다.
기술금융을 주도하고 있는 국책은행을 비롯해 시중은행 전반에 걸쳐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39조7863억원을 기록하며 전월 대비 3.38%(1조3927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이 3.07%(5728억원)이 줄었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3.17%(5926억원), 1.84%(2866억원) 하락했다.
올 들어 기술금융 실적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고는 있으나, 4년 만에 첫 하락세로 돌아서기 직전인 지난해 11월 수준에 겨우 머무르고 있다. 국내 17개 은행 가운데 올해 1월 실적이 지난해 11월보다 되레 감소한 곳이 절반 이상이다.
일각에서는 기술신용대출 하락세의 원인으로 정권 교체 이후 지난 정부의 핵심 정책이 동력이 떨어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기술금융은 박근혜정부의 대표적인 중소기업 금융정책이다. 당시 금융위원회가 은행권의 기술금융 지원을 강하게 독려했고 은행들이 과도한 양적팽창 경쟁을 펼쳐왔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 정권에서 금융당국이 기술금융을 강하게 드라이브하면서 은행권이 기술금융 양적 성장을 높이는데 집중해왔으나, 새 정부가 들어서고 정책금융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이제는 양적 경쟁보다는 기술금융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가 내세운 '생산적 금융' 정책 역시 중소기업으로의 원할한 자금공급을 강조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담보가 있거나 재무상태 등이 우량한 중소기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담보가 없거나 설립된지 얼마되지 않아 신용이 축적되지 않은 신생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기술금융과는 방향이 다르다.
조영현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의 가산금리를 낮추는 등 '생산적 금융' 정책에 발맞추고 있지만 대출 관행은 여전히 우량한 중소기업에 한정돼 있다"며 "기술금융이라는 정책금융이 정권 교체에 따라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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