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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변경' 나인원 한남, 수익 감소 우려
"면적·펜트하우스 줄이면 '고급' 이미지 훼손…분양률 떨어질 수도"
2018-02-20 14:40:13 2018-02-20 14:40:13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대신증권(003540)의 자회사 대신에프앤아이가 진퇴양난에 빠진 '나인원 한남' 개발사업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설계 변경을 통해 분양가를 낮추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을 받아 사업에 속도를 낼 생각이지만 처음 계획보다는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을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대신에프앤아이에 따르면 HUG의 분양보증 심사 통과를 위해 나인원 한남의 설계를 변경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대신에프앤아이는 3.3㎡당 분양가를 6360만원으로 책정해 분양보증을 신청했다가 거절됐다. 분양가가 너무 높다는 게 이유다. 대신에프앤아이가 낸 분양가는 나인원 한남 근처에 있는 '한남더힐'의 3.3㎡당 시세 6400만원보다는 낮지만 역대 최고 분양가를 기록한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의 4750만원을 크게 웃돈다. HUG는 서울 포레스트의 분양가를 웃돌면 보증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대신에프앤아이는 공급면적 249㎡ 이상으로만 구성된 기존 설계를 더 작은 면적의 주택형으로 바꾸고 펜트하우스 숫자도 줄이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낮추려는 것이다.
 
대신에프앤아이가 HUG와의 접점을 찾아 분양승인을 받으면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다. 그러나 HUG와의 입장 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HUG가 원하는 수준까지 분양가를 낮추면 수익이 급격히 줄어 사업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나인원 한남은 1조7000억원의 분양 매출을 올리려던 사업이다. 분양가를 HUG가 원하는 만큼 25%가량 낮추면 단순계산으로 분양 매출은 4250억원 줄어든다.
 
통상 3.3㎡당 1000만원 정도 들어가는 공사비와 이자 비용, 일반주택보다 높은 미분양 위험 등을 고려하면 고급주택으로 개발 중인 나인원 한남의 분양가가 5000만원 밑으로 내려오면 손해를 피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HUG가 원하는 분양가는 사업성을 유지하기에는 비현실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주택 면적과 펜트하우스 숫자를 줄이면 오히려 분양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고급주택은 가격보다 이미지가 중요한데 면적이 작아지고 펜트하우스도 줄어들면 고급이란 이미지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고 수요자의 관심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런 방식으로는 분양가를 낮출 수 있는 여력도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공사비가 적게 들고 미분양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일반주택으로 전환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나인원 한남 개발 부지는 절반 정도가 18미터 고도제한 및 층수 제한(7층)이 걸려있고 나머지 면적 대부분은 30미터 이하 고도제한이 적용된다. 주택용지라 집 외에는 지을 수 없다. 사실상 고급주택단지가 아니면 개발이 불가능한 셈이다. 그렇다고 6242억원을 주고 부지매입을 마친 사업을 접을 수도 없다.
 
대신에프앤아이는 처음부터 상당한 재무부담을 안고 나인원 한남 개발사업을 시작했다. 대신에프앤아이의 총차입금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2조6019억원으로 나인원 한남 개발 사업 추진 전인 2015년 말 1조5638억원보다 1조원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433.5%에서 622.2%로 상승했다.
 
지난해 12월로 잡았던 분양 개시 시점이 늦어지면서 재무 부담은 더욱 가중되는 상황이다. 대신에프앤아이는 지난해 9월 9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 (PF) 계약을 체결하고 6100억원의 대출을 실행했다. 이에 대한 이자가 매일 1억8000만원씩 쌓이고 있다.
 
대신증권은 대신에프앤아이의 재무부담과 실적 저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신증권의 순이익 40% 정도는 대신에프앤아이에서 나오고 있어서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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