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골든 슬럼버’ 강동원 “난 평범한 사람. 그래서 '건우'가 편했다”
7년 전 원작 읽고 제작사에 영화화 제안
‘평범한 사람’ 위험에 처한 상황 ‘매력적’
입력 : 2018-02-13 16:54:29 수정 : 2018-02-13 16:54:29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흥행 불패’가 어느 덧 어색하지 않은 강동원이다. 그 동안 출연했던 영화들 모두가 엄청난 흥행을 거뒀다. 그가 중심에 있었던 영화도, 주변에 있었던 영화도. 어느 위치에 있었던 그는 항상 ‘화제’였다. 그 만큼 현재 충무로에서 강동원을 대신할 만한 ‘대체재’는 찾기 힘들다. 그래서 그는 대중들에게 특별하다. 워낙 특별한 존재감에 뜻하지 않은 이슈까지도 몰고 다닌다. 작품 전체의 관점까지 그의 이름 곁으로 이동시키는 힘도 결국 강동원이기에 가능한 것 같다. 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특별한 시선’에 애써 손사래다. 언제나 자신은 평범하다고. 강동원의 이런 ‘평범한’ 바람이 뭇 남성들에겐 질투 섞인 지적을 받는다고 해도 말이다. 영화 ‘골든 슬럼버’ 속 ‘김건우’가 평범함 속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특별함’으로 주목을 받았듯 그 역시 평범하지만 언제나 특별한 강동원이다. 대중에게는.
 
영화 ‘골든 슬럼버’에선 다소 우스꽝스러운 퍼머 헤어스타일로 등장하는 강동원이다. 영화 속에서 그가 연기한 김건우는 평범함을 넘어선 착함과 어수룩함의 경계선에 위치해 있다. 착함이 ‘멍청함’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세계에서 건우는 어쩌면 상식을 대표하는 인물일 수 있을 듯하다. 영화 개봉 전 만난 강동원 역시 생각은 비슷했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7년 전 읽었던 원작에서 받은 느낌도 비슷했죠. 평범한 사람이 뜻하지 않는 사건으로 위험에 처했을 때 어떤 느낌일까. 우선 원작이나 일본 영화에선 사건이 해결되지 않고 끝이 나요. 권력에 부딪혀 억울한 일을 겪은 소시민이 영화에서라도 끝을 봤으면 한 심정이었어요. 사실 현실에선 그런 걸 보지 못하잖아요. 억울한 일을 당해 몇 십 년이 지나서 무죄 판결을 받아도 충분한 보상도 못 받고. 그렇다고 가해자들이 제대로 처벌을 받지도 못하고.”
 
사실 ‘골든 슬럼버’가 화제를 모았던 것은 강동원이 7년 전 점찍었던 작품이었고, 영화화하는데  같은 시간이 걸렸다는 뒷얘기 때문이다. 강동원과 함께 찰떡궁합을 선보인 ‘영화사 집’이 제작을 맡았다. 그동안 ‘전우치’ ‘초능력자’ ‘마스터’를 만들면서 강동원과 호흡해 온 충무로 흥행 제작사다. 7년의 시간을 공들인 작품에 대한 애착은 남달랐다.
 
“사실 시간이 7년이나 걸린 건 판권 문제 해결 때문이었어요. 제가 처음 제안을 들였을 때가 ‘초능력자’ 무대 인사 때였어요. 이유진 대표에게 ‘재미있겠다’고 제안 드렸고. 판권 접촉을 했을 때 미국 쪽에서도 판권 경쟁이 있었어요. 일본 쪽에선 당연히 미국과 먼저 ‘딜’을 하고 있었죠. 하하하. 그런데 잘 안됐나 봐요. 결국 국내로 판권이 넘어와서 제작이 된 거죠. 처음 저는 출연 생각도 없었어요.”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미 언론에는 강동원이 매력을 느끼고 처음부터 영화화를 추진한 걸로 보도가 됐다. 하지만 조금 잘못된 내용이다. 그는 원작에 재미를 느껴 평소 친분이 있는 제작사 대표에게 의견 정도만 냈었다고. 하지만 판권이 해결된 뒤 일사천리로 출연까지 결정됐다. 그리고 제작에도 관여하면서 ‘골든 슬럼버’ 완성을 이뤄냈다. 강동원이 시작이고 끝이었다.
 
“어휴~ 그런 거창한 거는 아니고요. 그냥 제안만 드렸는데 판권이 해결되고 ‘당연히 출연하는 거지’ 이렇게 말씀하셔서. 하하하. 그리고 제작에도 관여했다? 뭐 그런 거창함은 아니고요. 처음 기획단계에서 의견을 좀 냈고. 초고 시나리오에서 제 의견도 좀 반영되고. 그 정도에요. 제가 무슨 거창하게 제작까지 손을 댄 것은 아니에요. 흐름을 한국적으로 좀 빠르게 구성하자는 의견을 드린 것 정도죠.”
 
강동원의 의견 속에 탄생한 ‘골든 슬럼버’ 속 ‘김건우’는 아이러니하게도 극강의 평범함을 코드로 잡았다. 그동안 특색 있는 캐릭터와 지극히 평범한 인물 등 끝과 끝을 번갈아가며 연기한 강동원이지만 이번에는 더욱 평범한 그래서 공감이 가는 캐릭터를 잡아야 했다. 물론 강동원의 평범함이 사실 그를 좋아하는 팬들에겐 공감력이 다소 떨어지는 점도 있지만 말이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전 지극히 평범한 사람입니다. 논이 있는 시골에서 학교를 다녔고. 고교 때는 3년 간 기숙사 생활도 했고. 대학 때는 기숙사에서 쫓겨난 경험도 있어요. 처음 데뷔 때도 소속사에서 얹혀살기도 했구요(웃음). 데뷔 이후에 좀 평범함에서 달라졌나? 사람 많은 데 잘 안다니는 것 정도? 뭐 제가 하는 일이 그래서. 지금도 사람 많은 데는 잘 안가요. 아시잖아요. 하하하. 그냥 평범한 사람이죠 뭐. 건우도 그래서 편했어요.”
 
처음 영화화를 제안할 정도로 원작에 대한 이해도는 높았다. 캐릭터에 대한 분석도 시나리오 단계에서 관여할 정도로 빈틈이 없었다. 하지만 작업은 쉽지 않았다. 한국영화 사상 처음 광화문 한 복판 폭파장면, 실제 배수로 촬영 등 고난과 고역을 번걸아 가며 경험했다. 숱한 작품을 경험했지만 ‘골든 슬럼버’ 역시 쉽지는 않았다고.
 
“광화문 폭파 장면은 다 아시겠지만 실제 촬영 본이 영화에 그대로 들어갔어요. 시나리오 단계에서도 ‘이게 될까’라고 고개를 갸우뚱했죠. 촬영 허가조차 안날 거라 생각했는데 났더라구요(웃음). 일요일 새벽에 모여서 4시간 만에 찍었어요. 딱 한 번에 찍어야 했기에 사실 미리 세트 촬영을 해 놨어요. 실패하면 CG로 합성하려고 했죠. 그리고 배수로 촬영은 정말 아휴. 물론 돈이 많이 들어서 못하지만 배수로 촬영은 ‘왜 세트 촬영으로 못할까’ 아직도 고역입니다. 그 냄새가. 하하하.”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골든 슬럼버’를 통해 제작과 함께 시나리오에도 깊게 관여한 강동원은 각본가로도 데뷔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데뷔라기 보단 현재는 습작 수준이라지만 ‘골든 슬럼버’에서 선보인 감각을 통해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고. 현재 완성된 시나리오도 있다. 시높시스는 몇 편 쓰고 접고를 반복 중이란다.
 
“제목을 밝히기는 그런데 소설 하나를 읽고 시높시스를 쓰다가 결말이 애매해서 접은 것도 있어요. 시나리오도 작년부터 써서 완성된 게 한 편 있구요. 완성된 시나리오는 엔딩을 먼저 결정하고 써서 그런지 쉽게 나왔는데. 소설을 읽고 쓴 시높은 어렵더라구요. 상업적인 얘기가 아니라, 뭔가 되게 추상적이고 끝이 허무한 스토리에요(웃음). 사실 글을 쓰는 걸 즐기거나 좋아하지도 않는데 하는 일이 배우라 그저 그냥 하는 거죠 뭐. 하하하. 잘되면 영화화도 되지 않을까요? 아직 진행되는 건 전혀 없습니다.”
 
현재 촬영 막바지에 다다른 영화 ‘인랑’이 마무리되면 자신이 집필한 완성된 시나리오를 다시 손볼 생각이라고 한다. 언젠가 ‘시나리오 작가 강동원’이란 타이틀도 더할 듯하다. 물론 현재 정해진 것은 전혀 없지만 7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완성된 ‘골든 슬럼버’라면 충분히 가능할 듯하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골든 슬럼버’ 이후 ‘인랑’ 그리고 미국영화 ‘쓰나미LA’까지 올해는 영화 일정으로 스케줄이 꽉 차 있다. 2004년 SBS 드라마 ‘매직’ 이후 안방극장에서 강동원은 사라진지 오래다.
 
“좋은 작품이 있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어요. 그런데 지금은 사실 드라마에 출연하기가 너무 무서워요(웃음). 영화는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이뤄지는데 드라마는 환경이 그렇지 못하잖아요. 좋은 작품으로 영화 같은 제작 시스템이 도입돼 출연 제의가 온다면 안방극장 복귀도 전 언제나 가능합니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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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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